ep.94 삶의 퀄리티를 2% 올려주는 나의 잔기술들

2024. 10. 24.

2017년 여름, 이 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벌써 햇수로 8년 차네요. 처음 이사 올 때 어느 정도 고치고 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생겨났습니다. 벽지도 점점 누래지고 문틀도 까지고 걸레받이도 뜯어졌지요(이건 하나냥 덕분 ㅋ).

그중 제 눈을 가장 끄는 곳은 현관인데요. 지난겨울 문풍지를 붙여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습니다(저희 집은 복도식입니다). 덕분에 찬바람은 안 들어왔지만 결로가 생겨서 현관 문틀과 벽지에 곰팡이가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몇 번 락스로 닦아서 없애주긴 했지만 그때뿐이었죠. 이럴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흐린 눈으로 사는 겁니다. 눈에 자꾸 걸려도 응 안 보여! 하고 고개를 돌리며 사는거죠. 두 번째는 이대로는 못 살아 바꿔야겠어! 싹 다 고쳐보는 겁니다. 그동안 흐린 눈으로 살았습니다. 출근할 때나 산책하러 나갈 때 일부러 문을 빨리 열고 닫았죠 ㅋㅋ 그러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큰맘 먹고 셀프 시공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크게 3가지 부분을 고칠 계획입니다.

1. 현관 벽지 떼고 새로 도배하기

2. 현관문과 문틀 시트지 시공하기

3. 현관 타일 덧방하기

현관 타일 교체는 예전에 에디터리 님이 유럽 타일을 보여주며 예쁘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 이번 기회에 교체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경기도 평생학습 포털 지식 사이트(gseek.kr)를 아시나요?

경기도민이라면 무료로 가입 후 수강할 수 있는 강의 사이트입니다. 제가 셀프 도배를 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찾아본 사이트입니다.

재테크, 운동, IT등 다양한 강의가 있는데요. 여기서 초보 셀프 도배 시공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처음엔 별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영상 퀄이 좋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강의를 한두 번 더 보고 다음 주 정도에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이번에 도배와 시트지 시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이것도 나의 잔기술 목록에 올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돈 받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삶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기술 아닌 잔기술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얘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저의 짜잘한 잔기술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1.낙법

고등학교 시절 교기(유소년 체육이 곧 국가 경쟁력이던 시절에 1학교 1교기 종목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ㅎㅎ)가 유도여서 2년간 배웠습니다. 덕분에 유도 2단 자격증도 땄죠. 대학교 때는 1년 정도 취미로 유도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을 때는 100킬로가 넘는 사범님을 업어치기로 넘겨보기도 했습니다. 반년간 안 되다가 어느 날 사범님이 어라? 하면서 넘어갈 때의 쾌감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 기술과 체력들이 사라졌습니다 ㅋㅋ

유도복을 벗은 지 십몇 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낙법은 몸이 기억하더라구요. 지난봄, 달리기를 하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전방낙법을 해버렸습니다. 옷이 좀 더러워진 거 빼고는 다친 데는 없었습니다. 살면서 예상치 못하게 넘어질 일이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낙법이란 잔기술 덕분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2.잘하는 맥줏집 판별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DOEMENS Biersommelier) 자격증이 있습니다. 이때 배웠던 걸 바탕으로 ‘잘하는 맥줏집’을 판단할 수 있는 저만의 잔기술이 있습니다.

1) 잔을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는 업장은 바로 탈락입니다. 얼음 맥주라고해서 차갑게 즐기는 걸 마케팅 요소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맥주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너무 차가운 온도는 피해야 하거든요. 더불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냉장고 냄새가 밸 확률이 높기에, 잔을 자연 건조하는 업장을 선호합니다.

2) 첫 잔을 마셨는데 유리잔에 거품이 균일하게 묻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그러면 잔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겁니다. 맥주를 마시고 레이싱(아사히에서는 엔젤링이라 부르죠)이 예쁘게 남아 있으면, 아! 여기는 잔 관리를 잘 하는구나 생각하고 바로 추가 주문을 합니다.

3) 펍에서 생맥주를 따를 때 긴 대롱같이 생긴 부분이 맥주에 닿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어떤 분들은 닿아도 상관없다고 하신 분도 있었지만, 제 경험상 저런 업장은 대부분 맛이 없더라고요.(위생도^^;)

3.그외 기술

팟캐스트 편집, 전자책 제작,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도 어느 정도 다룰 줄 압니다. 덕분에 유유히에서 나오는 굿즈 제작도 외부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 <에디터리 어디가요> 유튜브 촬영&편집도 하고 있지요.

예전에는 한 가지를 끝까지 파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성격을 고치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구요. 근데 그게 되나요?ㅋㅋ 금방 또 새로 흥미가 땡기는 일에 몰두하고 배우곤 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이렇게 생겼으니 그냥 인정하자! 마음 편히 먹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보내니 다양한 분야에 조금씩 지식과 경험이 생겼고, 이젠 어떤 분야의 사람을 만나도 1시간 이상 대화가 끊이질 않을 만큼 배경지식이 쌓였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나는 끈기가 없고 너무 찍먹만 하는 것 같아 걱정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짧게라도 배운 것들은 언제 가는 써먹고, 다른 경험들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얻을 때도 많다고요. 그러니 한 가지 일을 오래하지 못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나보니 괜한 걱정이었더라구요.

적당히 잘하는 분야1 + 적당히 잘하는 분야2 >> 완전 전문가 1

예전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은 사람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으로, 평생 2~3번 정도 직업을 바꿔가며 살아야 할 시대가 올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요(아님 벌써 왔을 수도)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이나 문제를 풀려면 기존에 일하던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alt+tap 버튼을 눌러 화면 전환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필수인 거죠.

결론은 앞으로도 찍먹클럽은 계속된다 이겁니다 ㅋㅋ

어쩌다 보니 잔기술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ㅋㅋ 암튼 이번 셀프 시공을 꼭 성공해서 위트보이 잔기술 리스트에 올리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위트보이픽은 <공간음 생강청>입니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렸습니다. 갑자기 뚝 떨어진 날씨 탓인 것 같습니다. 기침과 콧물이 나고, 물에 적신 스펀지마냥 몸이 무거웠습니다. 할 일이 눈앞을 가렸지만 일단 회복이 우선인지라 모든 일을 멈추고 푹 쉬었습니다. 지인 분이 감기에 좋다며 선물해준 <공간음 생강청>을 뜨거운 물에 타서 자주 마셨습니다.

<공간음 생강청>은 품질 좋기로 유명한 서산 생강에 유기농 원당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일반적인 청보다 훨씬 덜 달았습니다. 이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이번 겨울, 커피 보다 차를 좀 마시고 싶은데 어떤 걸 사 먹어볼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공간음 생강청>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틀 정도 감기를 앓고 수요일 아침 개운하게 회복했습니다.

유유히토커 여러분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