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축구 2시간까지 포함하니, 총 65회, 제 인생 중 125시간을 축구와 함께 보냈습니다. 아직은 뛰는 속도도 나지 않고 멋진 슈팅도 없지만 어쩌다 우당탕탕 골을 넣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한 팀으로 뛰는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운동장을 구르는(실제로 구른다. 잘 넘어진다) 시간이 쌓일수록, 뒤늦게 축구를 안 게 아쉽고 한편으로는 새롭게 매일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좋은 세계였습니다.
특히 일을 하는 세계에서의 저는 성과를 내고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는데,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하나 더 생긴 것(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축구 전에 수영이 있습니다)이 기뻤습니다.
100시간을 넘기고 나니 경기장에 들어가 공을 터치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아무도 건들지 않아도 혼자 잘 넘어지던 사람이, 잘 안 넘어지게 되었습니다(그래도 가아끔.. 넘어집니다). 열심히 뛰는 우리 팀 쫓아서 같이 뛸 줄 알게 되고, 공을 잡고 딱 2초 동안 패스할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공만 보지 않고 고개를 드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 몰랐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소개했던 <아놀드 클라크컵>에서 우리나라 여자 축구 대표팀은 3전 3패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벨기에, 이탈리아 등 강한 상대들을 만나 고전했음에도, 이 경기를 준비하던 지소연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2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적이 있었기에 유럽 축구 강국에서 우리나라를 초대했고, 5:0이든 6:0이든 대패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오는 것, 유럽 선수들과 직접 경기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은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차근차근 한 걸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해 걸어온 결과가 패배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그 뒤에 선수들이 이뤄놓은 돌탑 같은 시간들이 단단히 버티고 있기 때문일 거라 믿습니다.
작은 돌 하나를 쌓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 인생에 정성을 들이는 하루를 보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