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을 마치고 바로 이삿짐을 싸고, 지난 16일에 유유히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플랫폼P에 무사히 입주했습니다. 3평 남짓한 사무실은 천장이 없는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인데요. 그래도 시야 차단은 잘 되어 있고 잠시나마 짐이 없는 공간을 즐기는 중입니다.
상암 사무실에 입주했을 때는 근처가 다 방송국이고 미디어업계 회사들이 많으니, 거리 분위기도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가장 활발했습니다. 공개방송이라도 있는 요일이면 어김없이 줄을 길게 서는 인파들도 많았고요. 큰 빌딩들 사이, 조금 걸어가면 작은 공원이 나와서 가끔 머리 비울 겸 30분씩 산책을 하거나 우체국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홍대입구역 바로 근처에 위치한 지금 플랫폼P는 생긴 지 5년? 6년쯤 되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다, 마포구청장이 없앤다 등등 일들이 많았던 터라, 이용한 흔적보다는 많이 새 사무실 느낌이 납니다. 다행히 입주자 협의회가 발족하고 많은 분들이 애쓴 끝에 공간이 지켜졌고, 저는 4기로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길면 3년을 지낼 공간입니다.
1인출판사 분들이나 작가, 프리랜서 에디터, 번역가 분들이 입주해 있어요. 오가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입주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아서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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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홍대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 플랫폼P
2,3층이 마포출판문화센터입니다.
2층 라운지는 9시~6시까지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으니
홍대 주변에서 잠시 땀 식히러 오셔도 괜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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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홍대로 왔구만.”
오랜만에 연락한 첫 직장 선배의 말이었습니다. 파주에 있는 출판사로 첫 출근을 시작하면서, 망원역 근처로 첫 독립생활을 시작했었어요. 망원역 뒷편이지만 행정구역은 서교동에서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분투했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동생이 취업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홍대입구역 지금 있는 이 사무실에서 2분 거리쯤 떨어진 곳에 동생과 같이 살았습니다. 새벽같이 눈을 뜨고 수원까지 출퇴근하던 동생을 지켜보던 시기를 지나, 저는 두 번째 직장이 홍대입구역 1분 거리였고, 그곳을 퇴사하고 3번째 회사는 공덕이어서 공항철도가 개통된 뒤로는 한 정거장 지하철을 타고 회사와 집을 오갔습니다.
살던 집 근처에 고깃집이며 카페며 우후죽순 생기는 상가들 때문에 소음과 인파를 피해 도망가다시피 해서 세 번째로 이사를 한 곳이 당인리 발전소 앞 투룸 전셋집이었고, 동생과 살다가 동생은 약학대학원으로, 저는 결혼을 하면서 동생이 나가고 위트보이와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집이 그곳이었습니다. 커피발전소가 있던 시절이라, 주말 아침이면 커피콩 볶는 향기가 좋아서 일부러 거실 창문을 열어두었던 집, 한강 공원이 지척이라 자전거도 참 많이 탔던 집, 토정로를 생각하면 구석구석 추억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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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7 3년 가까이 살았던 집 같은데 벌써 오래된 추억처럼 느껴지네요.
그땐 거실에 책장을 두고 살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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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역을 지날 때면 맨 처음 서울에서 살았던 그 집을 일부러 지나치곤 했습니다. 충분히 어린 나이 스물다섯이었는데,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어떻게든 낯선 서울에 내가 살 공간을 붙들고 버티느라 마음을 많이 쓰던 시간들이 여전히 눈앞에 선합니다.
주말이면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마을버스를 타고 마포도서관을 가거나, 더 멀리는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락거리던 시간들이 말이죠. 그렇게 서울살이에 적응할 때쯤 고양이 하루가 식구가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던 하루에게 많이 의지하고 저의 30대를 다 지켜본 고마운 존재가 되었죠. 홍대 집에 살 때 둘째 하나냥까지 식구가 되었고요. (둘 다 홍대 거리 출신입니다. 하루는 홍대 베스킨라빈스 옆에서, 하나는 홍대 킨코스 주차장에서 구조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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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첫 집. 3000/25.
지금도 저 건물 현관을 지나 3층의 집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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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나니, 기운이 뭔가 변한 걸까요. 7월 한 달 동안은 오래된 인연들(거의 10년 넘은 사람들)이 뜻밖의 연락들을 주었습니다. 플랫폼P 사무실 출퇴근을 하면서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반가운 사람들 연락도 끌어당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기 살던 시절의 인연들이라 참 신기하기도 했고, 이런 만남들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장소의 기운이라는 걸 여러분은 믿으시나요? 그런 것이 있다면 10년 전 그때의 저처럼 더욱 활기찬 에너지가 충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위와 폭우에 지치기 쉬운 요즘이지만, 여름의 맛있는 과일들 잘 챙겨 먹으며 즐겁게 지내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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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랩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14)
옛날 옛날에 <커피 프린스> 드라마를 찍었던 그 골목 근처에 커피랩이 있습니다. 두 번째 집에 살 때, 자주 왔던 카페인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좋아합니다. 커피랩은 자리에 먼저 앉으면 메뉴판을 갖다 주시고, 메뉴 주문도 자리에 오셔서 받습니다. :)
이사를 무사히 마치고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홍대로 돌아왔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되었던 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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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코토 (서울 마포구 동교로 148-6 지층 일부)
망원동과 더 가까운 느낌이지만, 근처 출력실에 갈 일이 있어 간 김에 딱 생각난 점심 메뉴 카레였습니다. 안 온 사이에 내부 구조가 변했더라고요. 주방을 안쪽으로 옮기면서 좌석이 좀 더 생겼지만 모두 1인 혹은 2인만 이용 가능한 식당이 되었습니다. 혼밥을 해야 하는 저에게는 더없이 아늑하고 좋은 장소가 되었네요.
그럼에도 충분한 좌석은 아니어서 11시 40분쯤이면 대기가 생겼습니다. (저는 20분에 도착해 세이프~) 각종 토핑을 더 얹어 먹을 수 있지만 저는 숙주카레 기본으로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이미 유명한 맛집이지만, 단숨에 일본 어딘가에 숨어드는 기분이 드는 카타코토 소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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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워크숍 4회차!
작업자 듀오 구구님, 해인님이 일산에 뜹니다!
협업(오키로북스), 바이오(작업책방 씀), 수정사항과 피드백(FDSC)에 이어,
이번 주제 키워드는 "휴가"입니다.
함께 모여서 1인작업자의 삶과 일, 그리고 쉼에 대해 나눠보아요.
💛 일시: 8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 장소: 너의 작업실(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80번길 63-36 .1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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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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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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