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2024년 6월 30일.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했던 5일의 강렬한 경험(이라고 쓰고 육체적 피로라 읽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 레터에서 위트보이 시점으로 도서전 후기를 전했다면,
오늘은 '에디터리가 도서전에서 무엇을 샀는가'로 풀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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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씩 샀는데 돌아보니 이만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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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책
*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수신지, 귤프레스)
도서전 맨 첫날, 도서전 오픈이 되자마자 귤프레스에 가서 4권을 1등으로 샀습니다. (기록해두어야지 ㅎㅎㅎㅎ) 수신지 작가님께 사인도 받고요. 매번 도서전과 언리밋에서 신간을 사다 보니, 다른 사람들 후기 속에서도 "도서전 =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신간 나오는 날"로 기억되고 있더라고요(좋은 각인 효과).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하는 스토리를 거의 한 달 내내 지켜봤던 터라, 한 장면 한 장면을 허투루 볼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따라서 저도 함께 추억여행~!
* 심해 속에 빠져버렸다 (마리, 땅콩빵)
유유히 부스를 기준으로 오른쪽 대각선 방향 부스가 늘 시끌벅적했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부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했는데, 고등학생들이 부스를 열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지막 날에서야 갔더니, 대학로에서 함께 글쓰기 수업을 들은 학생들로 모두 다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도서전 참여를 위해 뭉쳤다고 설명을 들었죠. 여러 도서 중에서 "우울 공감형 일기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골랐는데, 마침 품절이라며 주소를 남겨주시면 배송료도 받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해서 감동을 했죠(책값이 7,000원인데 말이죠...).
도서전이 끝난 직후 책이 왔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청소년이 겪는 우울증은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치료되어야 할 상태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불어 이 책이 자신과 같은 상태의 사람들에게 '꼭 살아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는 것도, 책장을 덮으면서 깊이 남았어요.
*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윤혜은, 김영사)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서 부지런히 늘 작업 중인 윤혜은 작가님의 첫 소설이 도서전에서 출간된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첫날은 "책이 퀵으로 오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네 번째 날에는 "책이 다 떨어졌어요 ㅜㅜ"를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죠.
못 참겠다 해서 예스24로 주문해서 냉큼 읽었습니다. ㅎㅎ
열여덟 살의 여름, 진로계획서 앞에서 막막해진 기분을 느끼는 주인공 나래를 따라서 그 시절의 저와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자세한 소설 감상은 다음 주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소개할게요. (찡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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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진스 (@young.genius___, 가가77페이지)
유유히 바로 옆에 망원동 서점 가가77페이지 부스가 이웃해 있었습니다. 5일 내내 한결같은 모습으로 출근하시는 사장님을 보면서, 오늘도 힘내자 마음 먹곤 했는데요. 내내 적당한 다정함과 유머로 사업가란 이래야 하는구나 많이 배웠습니다.
옆 부스에서 가장 웃음지수 높았던 책, "이 책의 저자는 신혼여행을 갔을 당시에 자신의 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땀 한 땀 바지를 요즘 스타일로 갈아 입혔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뉴진스(New jeans)예요" 라는 설명이 절로 외워졌습니다. ㅎㅎ
팔고 나면 가내수공업으로 다음 날 또 만들어오는 수작업책이라는 점도 재밌었고요. 설명 들을 때마다 터지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네요. (저자 분이 가가77페이지 직원이시기도 해서, 직접 소개하기도 하셨고요.)
<뉴진스>와 더불어 <유러피안 에코백 아카이브>도 구매했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온 그 부부가 105일간 유럽 여행에서 모아온 에코백들을 담은 책인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ㅎㅎ 이런 키워드 하나로 여행이 새롭게 담기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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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 않은 책
* 카메라로 지구를 구하는 방법 (김가람 외, 느린서재)
2022년에 시작한 1인출판사이지만 부지런히 책을 짓고 있는 느린서재의 신작입니다. 도서전 오픈 전에 인사를 나누고 구매했지요. 환경다큐 PD들이 모여 기후위기 책을 만들었다니, 끌리는 주제라서 안 그래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실물로 만났어요(콩기름 인쇄와 FSC인증 종이라니, 확실한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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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지구를 걱정하는 당신"이라니. 판권에 담긴 작은 진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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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시나리오 (정서경, 돌고래)
지난 레터에서 자랑했듯이, 도서전에서 볼 수 있는 정서경 작가님이라니! 하고 단숨에 달려가 사인을 받은 책입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은 분의 첫 시작, 첫 시나리오 작품 <불쌍한 우리 아기> <대전일기>를 읽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들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요. 편집자는 창작의 세계에서 늘 길을 찾고 있는 작가님들을 옆에서 보는 직업이라, 창작과 관련된 책들도 관심사 중 하나여서 흥미롭게 읽을 듯합니다.
*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오수영, 고어라운드)
유유히 맞은편에 자리한 고어라운드 부스. 그 부스를 혼자서 5일간 지킨 오수영 작가님이자 대표님. 항공사 승무원을 그만두고 글을 쓰는 일과 펴내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용기를 얻는 과정에 대해 서른한 통의 편지로 엮어냈습니다. 도서전에서 만나는 신간이기도 했는데, 뒷표지에 두 줄로 적힌 책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온 마음으로 분투한 기록들"
오수영 대표님의 새로운 인생 항로의 시작을 응원하면서 기꺼이 즐겁게 읽겠습니다.
* 음악소설집 (김애란 외, 프란츠)
책 제목과 프란츠 라는 출판사가 착 붙었습니다. 어느 서점에서는 "프란츠에서만 만들 수 있는 소설"이라고도 평했더라고요. 한국문학의 중심인 다섯작가님들이 음악 한 곡을 고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김애란 작가님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가장 먼저 읽고, 뒤에 실린 인터뷰까지 재밌게 보았습니다. 남은 4편의 소설도 기대합니다.
* 오포포낙스 (모니크 비티그, 한국화 옮김, 봄알람)
유유히와 이웃한 대각선으로 보이던 "너 혹시 페미야? 물론이다"를 5일 내내 쳐다보았습니다. 속 시원한 대답이죠. 늘 응원하고 좋아해오던 봄알람이어서, 신작으로 프랑스 소설이 나왔다고 하는데 믿고 샀습니다. 벌써 9년차 출판사가 되었다니, 봄알람 곁으로 끊임없이 모이는 독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멋있다!' 연신 감탄했던 5일이었습니다.
문단도 나뉘지 않은 빽빽한 텍스트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오랜만에 읽는 프랑스 소설이 될 것 같네요.
* 스위밍꿀 신작 3권 세트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 (김화진 외)
한밤의 읽기 (금정연)
펀치 (김해인)
천천히 인생의 속도로 책을 내고 있던 스위밍꿀에서 도서전에서 선보일 신작 3권이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을 때, 와...! 가능할까?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황예인 대표님과 강혜림 디자이너님의 콜라보!
5일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두 분을 그래도 짬짬이 옆 사무실 놀러가듯 얼굴 봐서 좋았고요.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만화편집자 김해인 님의 에세이 <펀치>는 위트보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 주말엔 만화방을 찾을 듯해요.
참!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 ㅎㅇ님의 코너에 김해인 편집자님/작가님 에피소드가 올라왔으니, 궁금하신 분은 방송 먼저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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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책을 만들고 있던 사람들을 도서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스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뒤에 버티고 있을 저마다의 힘듦을 짐작했지만, 그 노고로 세상에 내보내는 책들이 독자의 손에 들려 제자리를 찾아가는 풍경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있는 동료들이라서, 더 애틋하게 바라본 것 같아요.
저희 집에는 책장에도 다 들어가지 못하고 책탑이 여기저기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바라고 바라는 것은 그저 읽고 싶은 책들과 그것을 읽을 충분한 시간인데요. 당분간 새 책보다 산 책들과 여름방학을 보내고 싶네요.
도서전 언박싱, 여기까지입니다! 책과 늘 가까운 날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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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까지 천천히> (이미화, 오후의소묘)
작업책방씀의 또 다른 멤버, 미화리 작가의 영화처방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에디터리의 6월의 책이기도,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꼽고도 싶습니다.
영화 혹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집어들 때면, 나와 저자의 취향이 다르면 어떡하지,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를 대부분 내가 보지 않았다면(저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책이 재미없을 텐데 하는 우려가 가장 커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럴 염려를 할 필요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미화리 작가님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어떤 분위기와 어떤 톤을 가진 영화인지, 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초대를 합니다. 실로 놀라운 능력..!
더불어 처방전이라는 컨셉이지만 사연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미화리의 영화 에세이를 한 편 읽고, 이 에세이를 쓰게 된 사연이 소개되고, 그리고 덧붙여주는 미화리의 응원의 메시지가 담깁니다. (사연이 소개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의 에세이 형식은 너무 많이 봐왔던 터라.. 이 구성이 신선했습니다 ㅎㅎ)
책을 읽으면서 표지 색깔처럼 파스텔톤의 노란 기운이 서서히 저를 안아주는 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인생의 한 시절을 겪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중일 텐데요. 그 고민이라는 게 비슷하면서도 겪는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벽이 되기도 하죠. 그럴 때 나를 잘 아는 사람보다, 오히려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은 제법 단단하고 오래 기억되고요.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다가 어느 대사가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이구나 싶은 우주적 계시(!)를 받았던 적이 있다면, 이 책에 더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을 거예요. ㅎㅎ
책이나 영화를 보는 건,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실제 인생을 대신 여러 번 살게 만드는 작품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배움을 증폭시키는 일 같기도 해요. 단순히 많이 보는 것으로 더 많은 걸 알게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양이 차야 새롭게 보이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도 하고요. 영화를 좋아하는 미화리는 그 경지에 다다라 이 책을 썼네요.
저는 <엔딩까지 천천히>를 읽으며, 뻔하지 않은 위로와 미화리의 건강한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밑줄을 치고,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 언젠가는 건네줄 말로 적어줘야지 다짐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니,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도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영화를 찾아보려다 제 인생 영화 <와일드>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화가 나에게 남긴 좋음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의 좋음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질 거예요, 틀림없이. 그리고 각자의 인생 영화를 다시 감상해보는 거예요. 인생과 달리, 영화는 언제든 처음부터 볼 수 있고, 다시 볼 수 있고, 그 끝을 알기에 엔딩까지 천천히 즐길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잊고 있던 좋음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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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플랫폼P에 입주합니다
7월 16일에 이사를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 입주설명회를 다녀왔고, 설렘 반 긴장 반이었습니다. 상암 센터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오가며 볼 수 있을 듯해요.
이곳에서 만들어갈 유유히의 새 책들과 즐거운 프로젝트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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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기 지쳤나요?
혹은 함께 일하면서 사람이 싫어졌나요?
조직 안에서 일하기 vs. 조직 밖에서 일하기 그 차이가 궁금한가요?
조직 안과 밖에서의 일을 오래 병행하고 있는 이다혜 작가님의 사회로,
<작업자의 사전> 구구, 서해인 님을 만납니다.
어디에서? 홍대 땡스북스에서! :D
함께 모여서 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나의 상황에서 해소되지 않던 부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신청은 아래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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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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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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