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얼결에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언어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 학문이었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도 낯설고 그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으니 말이에요(어쩌다 전공하게 되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문과대 신입생으로서 신나게 놀다 보니 성적순으로...).
심지어 문학 수업은 대부분 고전이었고 죽은 사람의 글을 수십 년째 되풀이하고 있는 할아버지 교수님을 보고 있자니, 너무 갑갑했어요(70년대에 배 타고 프랑스 유학 가봤냐... 아니오...). 그래서 복수전공을 언론정보학으로 선택합니다.
사과대 건물은 문과대 건물보다 왁자지껄했습니다.
이 활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학문과 그걸 공부하는 사람은 닮아가는 건가.
늘 궁금해하며 두 건물 사이 언덕을 오르내렸습니다.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서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이 학문적 주제가 되다 보니 무척 즐거웠습니다. 신문,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고 리포트 주제였죠. 그러다 두 전공을 마친 뒤, 서울출판예비학교를 알게 되고 출판사로 취업해 책을 만드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1인미디어가 된 기분으로, 누구에게 발언의 기회를 줄 것인가 하는 고민까지 기꺼이 떠안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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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새삼 ‘언론학도’였던 시절을 떠올린 것은 김인정 기자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이 잊고 있던 시기의 저를 새삼 깨워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뉴스레터 <인스피아> 6월 5일자 “‘충격’ 뉴스와 ‘노잼’ 뉴스 : 도파민은 세상을 바꿀 수 있나?”를 읽은 후였습니다(늘 독자가 책을 어떻게 알고 읽는지, 그 경로가 궁금한 사람은 이렇게 밝혀주고 싶었습니다).
김스피 님의 글에 또 감탄을 하다가, 레터에서 주로 다룬 책 김인정 기자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낯선 기자님 이름을 보고, 넘쳐나는 고통의 시대에 이 책까지 읽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표지가 눈물처럼 보여서 더더욱이요. (단단한 오해였던 것 같아요. 미뤄두어서 미안합니다 흑흑)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이 시대의 뉴스 가치란 무엇인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보도 윤리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현직 기자로서 현장에서 기사를 쓸수록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과 딜레마를 솔직하게 꺼내놓습니다.
한 꼭지마다 다루는 주제가 묵직합니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찍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전파시키고 폭로할 수 있는 시대에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부터 시작해, 언론이 재난, 빈곤을 다루는 방식, 산업재해, 이태원참사, 5.18 유가족들 앞에 새롭게 나타난 혐오라는 적에 대해서, 피해자가 뉴스의 도구가 될 때, 중립이라는 핑계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 언론에 대해 투명한 거울을 들고 기꺼이 맨 앞에 서 있기를 자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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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붙인 플래그와 밑줄 친 문장들 사이로, 뉴스를 매일 보고 듣는 내내 느꼈던 갈증이 이것이었구나 했습니다. 끔찍한 사건의 CCTV 영상을 되풀이해 보여주는 뉴스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잔혹 범죄 피의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서 범죄 예방이 되는 걸까.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에 따라 대중의 분노는 단죄를 원하는데 그게 신상 공개와 낙인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매일 수많은 고통을 구경하고 있다는 해소되지 않는 죄책감을 이 책의 문장들과 나누며 조금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뉴스를 보고 있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다시 뉴스 제작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뉴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위한 길인지 아닌지 감시하고 단속해야 한다는 것을, 기자 탓 사회 탓만 할 것이 아닌, 제 몫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한 걸음씩 실천해보기로 다짐했습니다.
현직 경찰관인 원도 작가님의 <있었던 존재들>을 읽었을 때와 감상은 같습니다.
이런 기자 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길을 기꺼이 가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손 붙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아래 인터뷰를 보니 올 하반기에 두 번째 책을 출간할 예정이 있더라고요. '시선과 권력, 여성과 카메라'라고 하니 키워드부터 흥미진진합니다.
더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독자로서 행복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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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스마트 도서관
자주 다니는 역에 스마트 도서관이 설치되었어요. 별도의 예약 책이 아니라, 저 기계 자체에 자판기처럼 책이 구비되어 있고, 대출 가능한 도서를 빌리는 시스템인데요. 그래서 주로 베스트셀러나 신간, 대출 횟수가 많은 책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출 후 반납도 가까운 도서관이 아니라, 이 기계에 직접 반납해야 해요.
보통 출퇴근을 하는 역이라서 들리게 되니까 편리하고
제가 이용하는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어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책을 구경하고 빌리니까 좋더라구요! ㅎㅎ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읽고, 출근하는 길에 바로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빌렸습니다. 있을 줄 모르고 보다가, 엇! 운명이다 하고요. ㅎㅎ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하고 빌리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 거예요.
구 도서관 대출증이 있다면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니까,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혹시 도서관 대출증이 없다면 동네 도서관에 들러 가입하시고, 도서관과 가까이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신간도 꽤 넉넉히 준비되어서(이용자가 줄어드는 걸까요...) 발빠르게 좋은 책들을 만날 기회가 많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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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자의 사전> [북토크] 도대체 '협업이' 뭔데요? ❤️
합정 발전소 옆 오키로북스.
'성장'을 키워드로 한 남다른 큐레이션과 모두가 진심으로 즐겁게 일하는 서점에서, 6월 11일 <작업자의 사전> 첫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도대체 협업이 뭔데요?" 이 질문에,
구구, 서해인 님이 2023년 11월 언리밋에 나가기까지의 6개월이라는 시간,
그리고 이후 저를 만나 함께 정식 출간하기까지의 또 다른 6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각자 통과했는지 '협업'이라는 키워드로 즐거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토크에 이어, 현장에 오신 분들의 열띤 질문들까지.
현장의 분위기를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행사들을 또 기대해주세요.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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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책방 씀 <작업자의 사전 워크숍>이 열려요
6월 20일 목요일! 저녁에 시간 어때요?
각자 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은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오키로북스 질의응답 때도 느꼈죠. 그리고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함께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답니다.
자주 떠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단어가 있다면,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단어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보아요.
딱 3자리 남았습니다. :D
장소 : 작업책방 씀(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17, 망원역에서 5분) 일시 : 2024. 6. 20. (목) 저녁 7시 30분
- 참가비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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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그래 <엄마만의 방> 북펀드 순항 중
11일 화요일 오전에는 인쇄 감리를 다녀왔습니다.
투비컨티뉴드 연재 때부터 사랑해 마지 않던 이 이야기가
드디어 손에 잡히는 한 권의 책이 되려나 봐요. (뭉클뭉클)
알라딘 북펀드에서는 아크릴 키링 굿즈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좋더라고요. 귀여움은 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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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유유히 부스는 💚Q2-56💚
독립출판물 책마을부스 안에 자리를 잡습니다. :D
도서전 티켓 10장(모바일 티켓)을 유유히톡 구독자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싶어요!
유유히에 한말씀 진하게 남겨주시는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드릴게요! :)
신청 기간 : 6월 17일(월) 24:00까지
발송일 : 6월 20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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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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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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