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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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은 <더 커뮤니티>데이였습니다.
얼마전 에디터리님이 퇴근길에 피곤하다며, 오늘은 집에가자마자 일찍자겠다고 톡을 보낸 날이 있었습니다. 지하철 타고 오면서 너무 피곤해 하품을 몇번이나 했는지 몰랐다며, 빨리 집에 들어와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후다닥 밥을 먹고, 씻고, 9시쯤 에디터리님은 침대에 누웠습니다. 전 그 모습을 확인하고 거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2시간 정도 지났나. 잠깐 쉬려고 자리에 일어났는데, 에디터리님이 핸드폰으로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자는 거 아니었어요?' 물어보니, 지금 보는 영상이 너무 재미있어서 도저히 끌 수가 없었답니다.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도 애써 잠을 밀어내면서 몰두하고 있는 그 영상은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된 <더 커뮤니티> 1, 2화였고, 그 뒤로도 에디터리님은 2시간 이상 남은 에피소드들 요약 영상을 보느라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더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고, 지난주 주말 1화부터 에디터리님과 같이 정주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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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안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싸우고 모함하고 아웅다웅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피곤해져서 언제부턴가 피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더 커뮤니티>는 다르더군요.
단순히 상금만을 타기 위한 경쟁자를 떨어뜨리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혹은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연 그 결과가 맞는 방향인지 모두가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예능이라기보단 일종의 사회학 실험 같았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만들고 같이 보는 에디터리님과 많은 대화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이런 콘텐츠가 있었나,
어쩌면 이렇게 논쟁적이고 많은 화제를 유발할 수 있을까, 제작진들의 장치와 구성에 감탄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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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이 프로그램에는 중요한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상검증 테스트입니다.
좌파 - 우파
페미니즘 - 이퀄리즘*
서민 - 부유
개방 - 전통
참가자는 위 8가지 코드로 사상 검증을 받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이들의 코드를 알고 시작합니다. 처음엔 자신의 코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코드가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둘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고 상극인 코드를 가진 사람들이 나중엔 서로의 생각에 설득되거나, 이해하려 노력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에디터리와 위트보이 코드도 궁금하지 않나요?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둘의 성향은 똑같았습니다. 각 항목의 세부 점수가 다르긴 했지만 통합점수는 같았습니다. (이래서 잘 살고 있는걸까요?ㅋㅋ)
*이퀄리즘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입장은 '안티-페미니즘'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인데, 실제로는 정확한 대립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입장들도 일단 구조적으로 대등하게 다루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추어 '안티-페미니즘' 진영에서 자신들을 '이퀄리즘'이라고 적극적으로 지칭했던 말을 논란을 감수하고 차용하기로 했다. 제작진 인터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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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더 커뮤니티>의 재미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너와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구나! 그럼 카톡하지 뭐.
1~2화 때 ‘와 나는 저사람이랑 절대 안 통하겠다’생각이 들었던 출연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8~9화때 그의 말이 ‘나름 일리가 있네. 한 번 생각해보고 토론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재미를 넘어선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꼈습니다.
각 인물들의 사상 코드를 보고 나도 모르게 프레임을 씌워서 판단했다면 회차가 거듭 될수록 점점 그 프레임이 희석되며 인물들이 복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무단횡단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보았던 때처럼 복잡 미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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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랑 맞다이 하실래요?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종신 리더를 뽑기 위한 두 후보의 토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토론다운 토론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일단 토론 수업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대학교 때 유일하게 토론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의견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공격하자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대폭발을 일으켜 토론 수업이 완전히 망했던 기억이 전부네요ㅋㅋㅋ
토론이란게 기본적으로 서로의 논리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설득될 수도 있다는 게 기본 전제에 깔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현실에서 이런 토론을 보기 매우 힘듭니다.
그런데 <더 커뮤니티>에서 토론다운 토론을 보았습니다.
치열하게 주장하고 엎어치고 메치고 재미있었습니다. 니편내편 갈라치기 하고 개싸움 하는게 아니라 이성적인 대화로 토론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마이클 님이 했던 인터뷰 중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니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설득이 되었다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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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술감독님께 빠방한 인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유심히 보게 된 건 아트웍입니다. <더 커뮤니티>를 보면 자막, 인서트, 공간 인테리어 등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정치지형을 표현한 사상코드 디자인도 좋았고요.
특히 신의 한수였던 건 숙소입니다.
이곳을 구한 헌팅매니저는 무조건 인센티브를 받아야 합니다. 12명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크기와 다양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커뮤니티 센터를 각자의 방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모양인데 나중에 프로그램 진행에 중요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낮에는 따뜻한 조명을 썼고 밤에는 색깔 있는 조명을 썼습니다. 마치 연극 조명처럼 말이죠. 익명채팅할 때 출연자 뒤에 싱크대와 수전이 보였지만 이 조명 덕분에 출연자에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요리하는 곳이지만 밤엔 조명을 달리해 연설을 할 수도 있고 토론을 하는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조명으로 공간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공간으로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준 건 종신리더 토론 자리였는데요. 토론하는 사람 자리 세팅과 관객석 세팅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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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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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웨이브 첫 달은 100원
출연자 인터뷰시 왼쪽 하단에 항상 자신의 사상검증 코드가 보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1화부터 마지막회 중간까지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었죠.
서바이벌이 끝난 후 마지막 출연자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신을 나타내던 사상검증 코드에 텍스트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제작진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발견하고 잔잔하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ㅎㅎ)
시즌 1을 다 보고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사람을 대할 때
몸을 의자에 기대는 게 아닌, 앞으로 그 사람에게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커뮤니티> 시즌 2가 나올때까지 존버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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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1~4화까지 풀버전이 무료로 올라와 있습니다. 이글을 읽고 흥미가 생기신분은 꼭 한 번 보세요! 진짜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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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다 보신 분은 테드와 권경민 피디가 함께 <더 커뮤니티> 후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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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경채 버섯볶음>
간단한데 맛있는 채소 요리 하나 소개할게요.
재료 : 청경채, 버섯, 참치액, 올리브유(없으면 식용유), 페퍼론치노&마늘(없으면 패스)
방법
1. 청경채와 버섯을 씻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습니다.
2.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페퍼론치노를 적당량(5~6개) 넣습니다.
3. 손질해둔 청경채와 버섯을 넣고 볶습니다.
4. 참치액 한 숟갈을 넣고 마저 볶습니다.
5. 청경채가 숨이 죽고 버섯이 익으면 후다닥 불을 끄고 접시에 담습니다. 청경채가 아삭한 정도가 남아 있어야 더 맛있습니다.
끝! 쉽쥬?
채소 본연의 맛이 매우 맛있는 요리 완성!
천천히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한다면 10분.
익숙해지면 5분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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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노워리스클럽 주제는 <에디터리 상담소>입니다. ⠀ ✨<에디터리 상담소>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1부는 에디터리의 상담소(사연 사전 접수, 익명 가능) 2부는 회사 밖 동료들과의 느슨한 네트워킹 시간(자기 소개, 명함 지참) ⠀ ✨<에디터리 상담소>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제 막 출판계로 들어와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분 ❇️어느 정도 업무는 익숙한데 그 다음을 모르겠는 분 ❇️업무 고민, 커리어 고민을 물어볼 곳이 없어 머리 아픈 분 ❇️다른 편집자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한, 업계 인맥에 목마른 분 ❇️회사 밖 동료를 만나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성장하고 싶은 분 ❇️그냥 에디터리가 궁금한 분 ⠀ ✨모임 안내 장소 : 작업책방 씀(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17) 일시 : 3/21(목) 19:30~21:00 참가비 : 3만원 인원 : 8명(선착순 마감) 신청 : 프로필 링크 구글폼 작성 ⠀ 그럼 작업책방 씀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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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구마> 작가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from 아이유
지난 토요일, 에디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아이유 님을 최애라기보다, 존경하는 마음에 가까운 애정을 품고 있었는데, 도대체 작가님에 대한 언급이 있는 인터뷰가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후다닥 영상을 켜고 보니, 어느 팬 분이 "이번 앨범에 자주 등장하는 말미잘은 어디서 영감을 받은 건가요?" 라는 질문을 해주셨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하는 아이유님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나왔습니다.
"행복한 고구마 아세요?"
<행복한 고구마>는 도대체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위즈덤하우스, 2017)에 수록된 만화입니다. 책에 수록되기 전에, 작가님이 SNS에 무심코 올렸는데 그 조회수가 당시에 누적 500만을 돌파했고, 2024년 지금은 '행구마'라고 해서 거의 인터넷 밈처럼 된 만화입니다. :)
어떤 경로를 통해, 아이유 님도 <행복한 고구마> 만화를 보게 되었고, 자신이 인삼이든 고구마든, 어떠한 이름이든 간에 나 자체로 여전히 행복하다, 내가 무엇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팬분들이 공연장에서 흔드는 응원봉을 보고 '홀씨'를 떠올렸고, 홀씨인 줄 알았는데, 수면 밖으로 나가 보니 '엇, 내가 말미잘이었어? 그래도 상관없어'가 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요.
그리고 아이유 채널에서 또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홀씨의 승리는 난 더 많이 성공할 거야, 어떤 무엇이 될 거야, 라는 뚜렷한 목적이나 욕망, 기준보다는 나의 한계와 초라함을 인정하고, 내가 될 수 없는 어떤 불가능을 인정한다는 말과도 같다고 해요. 어떤 꽃이든 간에 내가 피울 것이라는 시간을 지나, 30대가 되어서 '모두가 꼭 꽃을 피우는 게 아니구나' 깨달으며 씨로 살기로 한 시점, '어떻게 멋진 씨로 살 것인가'를 맞이했다고요.
"과연 홀씨에게 있어서 승리란 무엇일까. 본인이 '나는 화려하게 꽃 피지 못할 것 같아"라고 생각해서 혹시 본인의 욕구나 욕망을 줄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필요 없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앨범이기도 해요."
<행복한 고구마>를 언급해주신 '스포티파이' 유튜브 채널 속 인터뷰는 <행복한 고구마>를 그려주신 작가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답변이 마무리되어요.
여기, 도대체 작가님이 있다고, 그리고 작가님의 신작 <기억을 먹는 아이>가 있다고 아이유 님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ㅎㅎㅎ 저희 유유히의 목소리가 가닿을 수 있도록 주변의 유애나님들께 많은 전파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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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먹는 아이> 전자책 출간!
지난 주 중쇄를 찍고 3월 13일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보다 편하게, 바로 지금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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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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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에디터리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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