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데쓰오와 요시에』는 야마모토 사호 삶에서는 <아빠와 엄마>라는 제목으로 읽힌다. 혼자서만 아빠와 엄마라는 제목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독자에게는 ‘이런 아빠와 엄마가 있어서 이런 만화가가 되었구나’라는 부제가 따라 붙는다.
아빠 데쓰오는 자기 세계가 강해서인지 가족의 일에 있어서는 마이 웨이 스타일이다. 아이쿵 이런, 하고 금방 털어버리고 누군가의 잘못으로 가족 모두의 하루를 망치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만의 책상 앞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기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가족 중 누구도 그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없더라도 데쓰오는 행복해 보인다. 가정 안에서 행복해 ‘보이는’ 아버지란 얼마나 근사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엄마 요시에는 성실한 하루를 살며 대부분의 에너지를 가족 걱정에 쓴다. 요시에의 걱정 에너지는 돌고 돌아 다시금 하루를 시작하는 발전 에너지로 쓰이는 것 같다. 그 에너지는 온 가족에게 어떻게든 미치지만 가족 구성원 누구도 그런 줄 모른 채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간다.
책 속에서는 데쓰오와 요시에뿐만 아니라 전작 『오카자키에게 바친다』에서 잠깐 나왔던 오빠와의 깊은 갈등도 드러나고, 단짝 친구인 오카자키도 등장한다. 가족 이야기를 다룬 만화책 한 권으로 야마모토 사호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의 갈등’을 테마로 잡고 있는 그의 작업 세계는 이 한 권으로 확장된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다르다면 또 완전히 다른 이 가족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웃다가도 왠지 울고 싶어진다. 가장 웃긴 이야기의 속성은 사실 슬퍼서일까.
많이 좋아하는 만화가 야마모토 사호 씨가 이토록이나 태평하고 마음대로 지내며 멋진 이야기를 쓰는 만화가로 성장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었구나 하는 독자로서의 뭉클함도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야마모토 사호 스스로 다시 보기 위해 만든 만화책 한 권 버전의 성장 배경 압축파일이지 않을까.
웃고 지나가버린 이야기들은 말풍선이 되어 나를 따라다니며 오랫동안 미소 짓게 한다는 걸, 이 압축된 이야기로 인정할 수 있었다. 가족 이야기로 웃는 이유는 사실 나의 가족을 귀여워해서가 아닐까 하며, 나는 이 만화책을 읽는 동안 자주 나의 가족을 떠올렸다.
가족들끼리의 쿵짝이 잘 맞는 대화나 기가 막힌 단어 선택을 하며 중얼거리는 엄마 아빠의 한 마디들은 힘이 아주 세다. 그런 귀여운 힘이 가득한 『데쓰오와 요시에』를 읽다 보면 야마모토 사호가 가족 한 명 한 명을 단독적인 캐릭터로서 얼마나 사랑스러워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렇기에 이 한 권의 책은 만화적인 삶을 살던 한 사람이 정말로 만화가가 되어 지난 삶 속 자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게 보내는 답장이기도 하다. 수다스러운 딸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뒤늦게 재잘거리는 모습을 우리는 귀엽게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