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와 온천 여행을 다녀오는 사호.
집에 다 왔다는 엄마의 말에 잠이 깨긴 했지만,
잠든 척했던 이유는,
아빠가 업어주는 짧은 순간이 좋아서였다.
"아빠의 등이 포근해서…
어쩐지 난 여전히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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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유유히톡을 씁니다.
때론 카페에서, 때론 거실 제 책상 앞에서, 레터를 썼었는데요,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마치고 쓰는 레터는 처음이네요.
(그리고 레터를 씀과 동시에 오늘 발송해야 한다는 사실도... 앗앗! ㅎㅎㅎ)
방금까지 2024년 2월에 출간될 야마모토 사호 작가님의 <데쓰오와 요시에> 2교를 보았습니다. 1985년생 야마모토 사호 작가님은 국내에 <오카자키에게 바친다>와 <야마모토씨네 고양이 이야기>를 출간했는데요,
이번 만화는 2023년 4월에 출간된 신작으로, '아빠 데쓰오와 엄마 요시에 관찰 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역은 믿고 읽는 황국영 선생님(올해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등등 활약이 대단했지요)이십니다! (후후훗)
잠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만화를 조금 소개드리자면,
<데쓰오와 요시에>에는 어른이 되어서, 나라는 존재가 있기까지 (몸과 마음을 모두 키워준)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엄마와 아빠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딸 사호의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던 엄마와 아빠의 말이나 행동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의 엄마 아빠 나이를 넘어선 지금의 내가 다시 그 시절의 엄마와 아빠를 돌아보면, 어딘가 짠하기도 하고 그래, 막막했을 거야, 라고 뒤늦게 공감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대신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으로 숨죽여 울었을 마음들까지 발견하게 되기도 해요.
저는 이런 이야기에 많이 끌리는데, 저희 부모님을 생각하면 많은 감정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스무 살에 저를 낳아 키우게 된, 준비되지 않았던 저희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을, 제가 비교적 많이 지켜보고 커왔던 덕분이기도 한 것 같고요.
딸의 입시와 미래는 잘 모르겠고 생계가 급급해 알아서 잘 커주겠거니, 그저 나쁜 길로 가지 않을 정도로만 지켜보던 엄마 아빠였고요. (우리끼리니까 하는 이야기지만 제가 고1, 고2 시절에는 뒤늦게 나이트클럽에 빠져 동네 친구 부부들과 그렇게 다니던 엄마아빠가, 저희 집에서 제 시험기간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저는 혀를 쯧쯧 차며 시험 스트레스에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기도 했었죠. 대체 엄마 아빠는 언제 철 드는 걸까. 일기장에 휘갈겨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제 나이 마흔에, 엄마 아빠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저를 보며 아빠 공무원 대출로 자녀 학자금이 나와서 다행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을 했겠죠. 수능이 끝나서 아르바이트를 한답시고 버거킹에 가더니 치킨 텐더를 꺼내다가 손목에 화상이나 입고 오는 딸을 측은하게 바라보면서요. (오른쪽 바깥 손목에 3밀리미터 정도 번개 표시로 났던 상처는 많이 흐릿해져 이제는 저만 알아볼 정도네요.. ㅎㅎ)
자신의 작품 테마를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으로 삼고 있는 야마모토 사호 작가님의 신작 <데쓰오와 요시에>를 통해, 우리는 저마다의 데쓰오와 요시에를 떠올리고 빙긋 웃기도, 찔끔 눈물을 닦기도,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느라 애쓰고 있음을 토닥이게 될 것이에요.
내일 황국영 역자 선생님께 교정지를 보낼 테고요, 다음 주에 번역 교정이 오면 수정하고, 부속 정리를 해서, 1월 첫 주에 일본 저작권사로 컨펌을 보낼 예정이예요. 일본서는 저작권사 컨펌 과정을 적게는 2주, 많게는 4주가 걸려서 컨펌을 완료한답니다. 그 이후에 제작에 들어가면, 2월 설 연휴가 끝난 뒤에 출간이 될 예정입니다.
참, 이 만화의 추천사는 사호 작가님의 전작 <오카자키에게 바친다>의 열렬한 팬임을 외쳐주신 오지은 작가님, 임진아 작가님께서 맡아주셨어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추천사가 들어올 예정인데, 벌써부터 신나고 설레는 건 두 분이 너무나 흔쾌히 "이건 제가 써야만 하는 추천사네요!" 라고 반겨주셨기 때문이죠. 꺄아아악. 모두 같은 마음이라 마음 속으로 기쁘게 손뼉을 쳤습니다. 독자 분들도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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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작업책방씀 바자회 때 산 마우스패드.
<짱의 조건> by 최고심
1.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2. 나 자신을 믿는다.
3. 세상에 쫄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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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올해의 책,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뽑는 소식들이 들려와서
저 역시 뭐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조바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 채로,
저는 그저 일상을, 업무를 지속하고 있기도 해서
12월 연말 휴가는 남의 떡 보듯 거리를 두고 시큰둥한 마음이 드는 한편,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에 매우 감사한 날들입니다.
위트보이와 늘 같이 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지 말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소리는, 언제나 무리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신간이 나와서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으니, 이제는 차분히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할 때이고,
들뜸 없이 매일을 다시 채워야 하는 시기 같아요.
저희처럼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 분들이 있다면, 함께 건투를 비는 마음입니다. 불안을 물리치고 평온을 쟁취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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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온, <일인칭 가난> (마티)
이 책을 어떻게 하면, 잘 소개할 수 있을까.. 부담이 앞서는 걸 보면 제가 이 책에 반한 게 틀림없나 봅니다. 마티의 온 시리즈 책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은 살아있다>부터 <작가 피정>, 그리고 이 책 <일인칭 가난>을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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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책을 쓰고 팔고 사는데,
가난이라고 못 팔아먹을까.
더 쓰이고 더 팔려야 할 것은 가난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출판사 뉴스레터 중 마티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마티의 각주>를 즐겨 읽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도, 원고의 일부도, 저자 소개도 뉴스레터를 통해 알았습니다.
안온. 1997년생. 20여 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어렸을 적 꿈은 하루빨리 돈을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은 글을 쓰고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돈이 먼저였다. 스무 살 이후에는 언제나 글 쓰는 시간보다 돈 버는 시간이 길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 가난하고 지난한 날에서 지나간 불온을 기억하고자 이 책을 썼다.
책은 멸균우유 24개들이 두 박스를 들고 아파트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 초등학생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주공아파트 안에서, 혹은 다른 주공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하며 커왔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엄마가, 기초생활수급비에서 안 짤릴 정도로만 일을 하며 번 돈으로 학원을 다니며 늘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노려야 했던 생활들이 건조하고도 정확한 언어로 기록됩니다.
스무 살이 되어, 부산의 집을 벗어나 대구로 대학을 간 뒤로부터는 더욱 생계의 최전선에 놓여 학업과 1인분의 생업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일정 이상 점수로 장학금을 놓치지 않아야 함과 동시에 과외와 아르바이트들 사이에서, 삼각김밥 2+1으로 먹고사는 청춘. 돈벌이라는 것이 아무리 간절해도 내 자존심만은 지켜야 했던 시간들.
무엇보다 아무리 궁할지언정 자존심을 팔 수 없었다. 그때 내가 가진 것이라곤 기숙사에 있는 이불 한 채와 그 이불 아래에 늘 소중히 두고 나오는 자존심뿐이었다. 들고 다니면 쉬이 오염되고 찢어지고 해지는 자존심. 나는 매일 밤 이불 속에서 새근새근 잠든 자존심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묻혀 온 때가 묻진 않았는지, 밖에서 내가 한 짓을 알고 스스로 깨져버리지는 않았는지. (p.44)
읽어가는 중에, 1/3 정도 분량이 남은 즈음에 저자는 가족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털어놓으면 평범한 이야기이면서도, 털어놓기까지 꽤 오래 걸린 이야기라면서요.
나는 가난을 말할 때 가족을 맨 뒤에 배치한다. 가족이 그 모양이니까 그렇게 됐지 따위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족과 가난을 세트 취급하는 클리셰가 지겹다. 내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폭력 및 가정폭력과 세트였다. 날 불행하게 했던 것은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 폭력 및 가정폭력이(었)다. (p.116)
더 나열할 수 없는 책의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장을 펼쳐 읽어봐주시길 바라요. 안온 작가가 다음 책도, 연달아 쓸 수 있기를, 아끼는 마음으로 적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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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써드림 첨삭소>에 수리수리 고수리 작가님 전격 출연!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
글쓰기 후 꼭 해야 하는 퇴고법 4가지는?
수리수리 고수리 작가님의 에세이 쓰는 법! 그 비법을 탈탈 털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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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7일 일요일 오후 1시, 대전 한쪽가게 책방 <선명한 사랑> 북토크
<선명한 사랑> 고수리 작가님과 함께 대전으로 향합니다. :)
지난 유잼 도시 대전 여행기 때 인사했던, 책방 한쪽가게에서 '한쪽 테이블'로 고수리 작가님을 초대해주셨어요. 이미 만난 적 있는 작가님과 책방지기님이신데요. 작가님의 인생 토마토스튜를 먹으러.. 아 아니, 독자님들을 만나러 달려갑니다.
잘 다녀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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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히 6번째 책이 될 구구, ㅎㅇ님 <작업자의 사전> 대 집필 중!
기쁘다, 구구 님 ㅎㅇ님 오셨네!!!
뉴스레터 들불 발행인인 구구 님, 뉴스레터 콘텐츠로그 발행인인 ㅎㅇ님이 유유히와 전격 출간 계약, 이번 언리밋에서 소개한 <작업자의 사전> 확장판을 계약했습니다. 총 55개의 단어에서 100개의 단어로, 2024년 5월 1일 노동절 출간을 목표로, 집필 활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기쁘게 전합니다. ㅎㅎ
두 분이 작업자 듀오로 언리밋에 나갈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여름, 에디터리는 바로 찜콩을 해두었었는데요. 역시나 이번 언리밋에 보여준 <작업자의 사전>을 읽고는,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는데, 정작 변화하는 노동 풍경을 정확히 그려본 적 없는 우리 현실에 꼭 맞닿은 언어로 숨은 노동을 찾아내고 가시화하는 책으로 그 의미가 깊다"고 기획안에 적었습니다. (ㅋㅋ)
2024년 기대작으로 손꼽아 기다려주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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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뉴스레터를 어떻게 읽었는지,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마다 에디터리와 위트보이는 인류애가 솟습니다. 한 줄이라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히 두드려주세요. :)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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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모임도 하고 편집자 모임도 해주세요 ㅠㅠ!! 편집이 아닌 다른 일을 하다가 현 직장에서 내년이면 7년차를 맞게 되는데, 다른 출판사와 다른 편집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야기 나눌 곳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책도 나오면 좋겠고요!
_미미
💚 독자 모임은 무조건 할 거 구요! 편집자 모임은 에디터리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마침 에디터리님의 특강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스편파(?) 느낌으로 서로의 노하우와 한풀이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나누면 좋겠네요!
_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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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 매주 금요일 메일 확인이 기다려집니다. 유유히 톡 때문에 ^^ 비지니스 미션 선언문이라니!! 역시 좋은 기업은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멋지게 성장하는 출판사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알래스카 트레일 영상 보고 완전 감동입니다. 다음 여행지로 알래스카를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매번 신선하고 유익한 정보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하루하나
💚 유유히톡을 보내면 하루하나님의 답장이 자동으로 기다려집니다.^^;
눈 덮인 알래스카가만 보다가 이렇게 푸르른 녹색이 가득한 알래스카는 처음 보았어요. 마지막 원더레이크에 도착할 때 신나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언젠가 알래스카에 가보고 싶네요.
_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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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리 됴아해...♥ 타이가 됴아해...♥ 2024에도 유유히 응원해! (모임 기대합니다♥)
_A.H.
💚 고맙습니다! 2024년에도 에디터리님과 힘을 모아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_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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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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