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래를 듣고 딱 두 번 운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이소라 1집 앨범을 듣고 눈물이 났었어요. 그때는 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것 같은데요. 왜 울었는지 지금도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소라 님의 목소리와 음악이 매우 큰 슬픔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강아솔 님의 <엄마>라는 곡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들었던 건 아니었고 한참이 지나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추운 계절이었던 게 기억납니다.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거든요.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첫 소절의 가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슬픈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주르륵 눈물이 흘렀습니다. 회사 일로 답답한 마음에 한강 옆을 걷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도 이런 제 모습이 뜻밖이라 당황했었죠. 그날 성산대교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앨범을 몇 번이나 듣고 나서야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강아솔님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2019년 벨로주에서 열린 <만춘> 공연 이후 오랜만이었습니다.(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4년 전이네요) 노들섬 라이브하우스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강북과 강남 사이에 있는 노들섬에 있어서 한강 다리를 건너야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 위 공연장은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로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관객들이 들어올 때마다 밖에서 묻혀온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향수, 로션 냄새들이 났습니다. 차가운 기운과 향수 향기가 차분히 가라앉을 때쯤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요, 강아솔 님 목소리는 마치 겨울 아침 공기 같습니다. 깨끗하고 맑습니다. 미세먼지도 없죠. 근데 숨 쉬다가 찬 공기가 잘못 몸 안에 들어가면 콧끝과 가슴이 시립니다. 그것처럼 간혹 강아솔 님의 목소리에 시큰거릴 때가 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시린 노래로 두 시간이 꽉 채워 흘렀습니다. 중간중간 보여주신 토크도 재미있었습니다.('은은하게 웃겼다'라고 적어달라고 했던가요. ㅎㅎ 스탠딩 코미디도 잘하실 듯ㅋ)
돌아오는 한강대교 위는 매우 추웠습니다. 바람도 매서웠고요.
그럼에도 공연의 여운이 좋아서 빨리 걷고 싶지 않았습니다.
느긋이 걸었습니다.
여백이 가득한 강아솔 님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라본,
여의도 마천루 빌딩 빛이 그날따라 예뻤습니다.
<장들레, 무지막지하게>
요즘 제 흥얼송입니다. 강아솔 님 공연에 게스트로 나온 장들레 님이 경쾌하게 부른 노래인데요. 뚱땅거리는 귀여운 건반 연주에 착착 달라붙는 가사가 매력적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커피 내릴 때, 고양이들과 놀아줄 때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