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설렘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고 즐겁게 읽기를 추천합니다."
- 대전 '한쪽가게' 책방 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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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일요일 이른 아침, 경의중앙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8일 일요일 저녁에는 기다리고 고대하던 <여행의 장면>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었죠.
대전에 가면 대전역에서 가까운 서점 다다르다가 있어요. ‘우린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라는 따뜻한 말로 맞이해주는 서점, 책을 사면 어마어마한 길이의 영수증을 주는데 그 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쓴다는 ‘서점일기’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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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르다에서 사온 책과 영수증. 간직하게 되는 그날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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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르다 서점을 운영 중인 라가찌 님은 2년 전에 제가 엄마와 방문했을 때, 에디터리라고 인사를 드리자 무척 반가워해주셨어요. 출판인들에게 커피를 드리는 게 다다르다의 규칙이라며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셨고 덕분에 엄마가 처음으로 책을 만드는 딸을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았죠.
대전에 살고 있는 서한나 작가님(그렇지만 북토크 전날에 서울로 올라와 당일 17시에 대전역에 도착하신 작가님)과 임진아 작가님을 함께 만나는 자리였는데, 그간 서울에서 5번의 <여행의 장면> 북토크 때 서로 만나지 못했던 조합이라 독자분들께도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예상했지요.
서울역에서 임진아 작가님과 만나, 커피 한잔 하자고 들어간 태극당에서 약속한 듯이 빵 트레이를 들고 고민하다 아침으로 에그샌드위치를 한쪽씩 나눠 먹었습니다. 1시간 가량 달리는 KTX 안에서 밀린 근황을 나누고 나니 금세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첫 방문인 임진아 작가님을 위해, 대전이 고향인 저는 일단 식사를 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일단 뭘 먹고 보는 사람, 저예요). 바로 전날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 대전 중앙시장 맛집으로 소개된 이북식 만둣집 개천식당으로 향했죠. 떡만둣국도 맛있었지만 놀라웠던 건 튀김부추만두. 둘이라 먹을 수 있었던 메뉴였습니다.
제 점수는요, 별이 다섯 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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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른 채 걷다가 지하상가 끝에 위치한(대전역으로부터 반대편인 옛 충남도청 근처) 떡볶이집을 떠올렸습니다.
“작가님, 제가 학창시절에 시내에 나오면 꼭 가던 떡볶이집이 있어요(쿵).”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했더니
“떡볶이는 못 참죠(짝)”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방금 식사를 했으니까 일단 가보긴 하고요, 못 먹겠으면 안 먹어도 돼요.” 하며 느긋한 척을 했지만, 떡볶이집 간판을 보는 순간(이름도 ‘바로그집’), 떡볶이 냄새를 맡는 순간(그래, 이 냄새야!) 홀린 듯 들어가 자연스럽게 1인분을 시키고 앉았습니다. (오늘 레터 북토크 후기 아니었는지...)
예전에 TV에서 보기로 바로그집 떡볶이의 맛의 비결은 꽃게 육수와 분유였습니다. 덕분에 떡볶이는 하나도 맵지 않고 크리미한 소스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며 감칠맛이 나요. 그래, 이 맛이야.
김혜자 선생님의 미소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20년 만에 고향 떡볶이도 먹고, 서한나 작가님이 추천해준 라이온하트 카페에서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한잔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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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가는 김에 여러 서점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일요일에 문을 여는 곳으로 딱 한 곳 ‘한쪽가게’로 향했습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이름과 달리(?) 작업용 책상(6인용)이 널찍하게 놓이고 나무로 짠 서가가 아름다운 서점이었습니다.
날이 좋아 열어둔 문으로 가을바람이 살랑이며 서점 안 초록 잎들을 흔들어주었고 평화로운 음악에 모든 분위기가 저희를 환대해주는 기분이었죠. 특히나 나경 대표님이 멀리서 와준 저희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북토크 전에 긴장되었던 마음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장면>의 저자이자 <계절은 노래하듯이> 작가로 한쪽가게에서 북토크를 했던 인연이 있는 오하나 작가님이 직접 수확한 청귤을 한쪽가게에 보내주셨고, 대표님이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청귤에이드를 시원하고 청량하게 맛보았습니다. 진짜 맛있었어요. (오늘 레터 북토크 후기 아닌가...2)
가는 길에 직접 만든 쿠키와 정성스런 편지까지 받고 서점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다음 만남을 또 약속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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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쪽가게 서점에서 임진아 작가님 사인본을 만나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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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전역이 있는 시내로 돌아와 서점 다다르다로 향했어요. 성심당 근처에는 몇 바퀴의 줄이 서 있었고(기세 대단하다!) 그 인파를 뚫고 무사히 도착해 라가찌님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곧 서울에서 돌아오신 서한나 작가님도 반갑게 만났고 라가찌님이 이끌어준 길을 따라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발길 끝에는 대전 맛집으로 유명한 진로집이 있었고 라가찌님은 메뉴를 무려 4개를 시켜주시고는 북토크를 준비한다고 서둘러 돌아갔습니다. 북토크 정해지고 나서, 식사 대접을 해주시겠다고 하시더니, 저희만 사주시는 건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고마웠어요 대표님)
적당히 매콤한 두부두루치기와 부드러운 수육, 부추전과 두부전까지… 눈앞의 음식들을 열심히 먹고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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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덕후 정체성을 가지고(?) 열일하는 라가찌님. 다다르다는 공간이 참 멋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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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여정을 지나, 드디어 약속한 북토크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이크 없이 진행하는 북토크라, 서점 안에 흐르던 음악도 끄고 나니
책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에 오고가는 눈빛만으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어요.
서로의 글을 좋아해온 작가님들의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그곳에 갈 준비를 하고,
낯설고 번거롭고 힘든 여정을 지나 그곳에 비로소 도착하고,
그곳에서 일상처럼 시간을 보내고
다시 떠나온 곳으로 돌아오는 일.
서한나 작가님은 <여행의 장면> 속 마지막 문장을 “모든 것은 그저 그렇다”로 끝맺었는데, 우리가 사랑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많은 노력 끝에 고작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 무언가 큰 것을 얻는 게 아니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저 그런 것들이 인생의 전부라는 것, 이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렇게 작고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잘 살아보려는 전부 아닐까, 골똘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무사히 북토크를 마치고, 저의 사인까지 받아가는 독자님들의 귀여운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은 순두부마냥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있었습니다.
사인까지 모두 마치고 다다르다 서점에서 챙겨주신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마지막 앨범과 프릳츠 원두와 손 글씨 편지 등 한가득 선물을 안고 나왔습니다. 문을 닫기 30분 전, 드디어 한가해진 성심당 부띠끄에서 급히 케이크 조각들을 몇 개 사고 대전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잠시도 쉴 시간 없이 ‘유잼도시 대전’을 돌아봤다며 웃다 보니 기차가 우리 앞에 도착했습니다. 밀려오는 하품을 가까스로 밀어내며 기차에 올랐습니다.
곧 또 올게.
여행을 마치면서 드는 마음이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은 여행이었는지 짐작이 될 거예요. 다음 대전에서도 맛있는 빵과 떡볶이뿐 아니라, 책으로 이어진 세계를 발견하러 떠날 거라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다 만나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그날을 기다릴게요.
(아래로 서점원 라가찌님이 찍어준 사진들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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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가게 (@hi_nicetoreadyou)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한쪽가게는 주택가에 고요히 자리잡고 있어요. 대표님이 손수 제작한 가구들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맛있는 커피와 함께 구입하신 책을 읽으며 머무르기 좋은 자리들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그대로 옮겨놓고 싶은, 마음에 쏙 드는 서점이었어요. (뉴스레터 읽어주시는 나경 대표님, 보고 계시죠?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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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르다 (@differeach)
일층에는 대전철도영화제 관련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이층으로 철제 계단을 오르면 넓고 높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정말 예뻐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서점이라 생각해요.
베스트셀러보다 눈에 띄는 신간과 서점 대표님의 큐레이션이 돋보입니다. 한 권씩 제목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책이 있었네, 하고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높은 서가에도 가득 차 있는 책들을 보면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더라고요. :)
*공간 사진은 다다르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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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님을 드디어 한자리에서!
한창 코로나가 우리를 단절시키던 시절에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이랑 작가님의 책이 일본에서 출간될 때 추천사를 써주셨던 인연으로, <보노보노>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님과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든든한 어른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님의 편지와 늘 호기심 어린 많은 이야기를 해주던 이랑 작가님의 편지가 오고 가는 걸 지켜본 편집자인 저는 정도 많이 들었었어요. 가끔씩 파파고의 힘을 빌려 편지 감상문을 보내드리고도 했고요. ㅎㅎ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행사로 한국에 오신 작가님의 연락에 드디어 만나뵈었습니다. 2021년 책이 나온 직후에 받아둔 이랑 작가님 사인 위로, 이가라시 상 사인까지! 비로소 완성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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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선명한 사랑> 표지 확정
작가님과 주고 받는 교정 작업을 세 차례 모두 마치고, 표지 시안 중에서 표지를 확정했습니다. 안희연 시인님이 써주신 정성 가득한 추천사도 도착했습니다. (이 추천사를 읽고 유유히는 두 무릎을 공손히 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자님들께 얼른 보여주고파..!)
크고 중요한 선택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있네요. 곧 매듭을 짓고 선보이는 날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 오늘도 열심히 달려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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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공룡의 이동 경로’를 따라 인생의 계절을 읽는 시간 (스위밍꿀 황예인 대표)
2017년부터 일 년에 한 권씩 삶의 속도로 책을 만드는(다만 이제 삶의 속도를 빨리 굴려보려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하는) 출판사, 스위밍꿀 황예인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2023년 화제의 소설 김화진 소설가의 '공룡의 이동 경로' 속 등장인믈 주희, 솔아, 지원, 현우를 가상 캐스팅해보는 시간, 읽다 보면 나와 닮은 인물에 더욱 이입하게 되는 연작소설의 매력을 찾는 시간, 더불어 문학편집자의 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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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출간 고수리 <선명한 사랑> 레터 구독자 모집합니다! 2주간 총 4회(10/23(월),10/26(목),10/30(월),11/2(목))에 걸쳐 선공개되며, 에세이마다 고수리 작가님이 추천한 곡을 함께 보내드려요.
👩💻 구독자 이벤트 레터 속에는 1분이면 할 수 있는 아주아주 간단한 <1분 미션>이 공개됩니다. 기한 내 총 네 번의 미션을 성공한 분들께는 <선명한 사랑> 작가 '친필’ 사인본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독자님들의 <선명한 사랑>을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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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뉴스레터를 어떻게 읽었는지,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마다 에디터리와 위트보이는 인류애가 솟습니다. 한 줄이라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히 두드려주세요. :)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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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금요일 선물받는 기분으로 편지를 봅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뉴질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차량으로 이동 내내 사람은 볼 수 없고 소, 소, 양, 양, 양.. 남섬에는 피오르드 절경과 남극에서 떨어진 땅덩어리답게 설산이 장관이었습니다. 제대로 맑은 공기와 안구 정화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복귀 후 다음날 출근길 시청역으로 가는 길 횡단보드 앞에서 뭔가 모를 기쁜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시끌벅적 도시에 다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행복감이었습니다. 도시가 주는 매력은 포기할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_하루하나
💚 첫 문장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유유히가 보내는 레터가 누군가에게는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호주에 한 5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때 귀에 따갑게 들은 말이 여기보다 뉴질랜드가 훨씬 더 자연이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말이었어요. 피오르드 절경과 설산이 만들어준 장관이라니.. 자연을 만끽하고 오신 하루하나님이 부럽네요^^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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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밤 풍경을 밝히는 노보텔의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그 모습을 바라봤을 위트보이님의 느낌이 글과 사진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홍대의 활기찬 밤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밤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어요. 저는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마치 세상에 저 혼자 남은 것 같은 밤에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을이 오고 밤이 일찍 찾아와서 하늘을 볼 시간이 늘어나서 좋습니다. 이번 편지도 잘 읽었어요.
_Sol
💚 답장 감사합니다! Sol님이 추억하고 있는 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세상 혼자 남은 것 같은 밤에 하늘을 보다니.. 말만 들어도 낭만적인 밤일 것 같습니다. 밤이 점점 깊어져가는 요즘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굿밤 보내세요!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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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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