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본 하늘엔 아무것도 반짝이지 않았지만
나는 반짝이는 마음 하나를 쏘아 올렸다.
어쨌든 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올 테니까.
그걸 아니까 고생 끝엔 웃어버리기.
- 고수리 작가님 '돌아보면 반딧불이 같은 추억일 거야' 중에서
(<여행의 장면>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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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저와 함께 수영하는 친구들, 금님이와 쪼(일명 물개즈)와 함께 제주로 떠났습니다. 작년 여름에 양양으로 서핑 여행을 1박 다녀온 뒤로, 셋이서 꽉 채운 3박 4일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표지와 차례를 읽는 정도로 알고 있던 친구들을 조금 더 자세히, 첫 페이지부터 한 장씩 넘겨가며 읽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더불어 저라는 사람을 또 알게 되고요(여행 루트 가이드를 자처하면서 친구들 가고 싶다는 장소 잘 반영 안 해준 사람... 누구죠? 😅)
제주에 매년 여행을 가본 저는 잘 알고 있다고 제가 가본 곳 중 좋았던 곳을 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천읍 숙소에 짐을 풀고, 첫 코스로 비자림으로 향했을 때(다행히 더위나 습기, 모기가 별로 없는 좋은 날이었습니다), 식물들을 관찰하고 만져보고 안아보고 좋아하는 금님이를 보며, 몰랐던 ‘식집사’ 부캐를 알게 되었고 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텐션이 높은 쪼는 번잡스럽지 않은 한적한 숲길을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비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비자 향을 한껏 맡으며 저 멀리 일상에 두고 온 것들을 서서히 밀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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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할 때는 이곳이 아무리 좋아도 일상의 버거운 숙제들까지 파고 또 파는 경향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이곳에서 좋음을 맘껏 떠들어가며 많이 웃게 되니 골치 아팠던 일상쯤 완전히 잊게 되더라고요.
3년 전부터 푹 빠진 성산일출봉도 올랐습니다. 강력한 바람을 피하기 위해 귤모자를 하나씩 사서 썼는데, 머리카락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고 사진도 쨍하게 잘 나오고, 일행 찾기도 쉽고 강력 추천해요.
날이 너무 좋아서 성산일출봉을 향해 걷는 동안 목 뒤며 팔, 얼굴이 한톤 더 까매졌지만, 탁 트인 제주 풍경을 마주하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탄했지요. (햇빛에 따끔거리는 피부는 수협목욕탕 해수탕의 효험으로 잘 가라앉혔답니다. 해수탕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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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해녀체험’이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 막연히 생각하다, 해녀 체험 검색을 했더니! 있더라고요. 여행 플랫폼 기업을 끼면 5만원, 해녀님과 직접 연락하면 3만원. 법환해녀체험센터로 가자고 생각해두고 날 좋은 날을 골라 연락을 드렸습니다.
바다 상황에 따라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니 당일 오전에 연락을 하셔야 하지만(예약은 별도로 받지 않는 듯하지만 성수기에는 또 모르겠습니다) 체험은 충분히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납이 달린 벨트와 오리발을 차고 잠수를 열심히 해봤지만, 엉덩이가 가벼워 자꾸 물에 뜨는 바람에 그리 깊이 들어가보지 못했어도 예쁜 물살이들을 바라보고 제주 바닷물에 몸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한 시간여의 체험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해녀님들은 매일 5시간씩 먼바다에 나가 수심 5~8미터까지 내려가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저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아서... 제2의 희망직업 목록에서 슬며시 지웠습니다. ㅎㅎ
즉석에서 잡은 소라를 하나씩 생으로 먹어보고요. 저 말고 친구들이 잡은 소라로 바로 요리를 해주시는데, 해물라면에 삶은 소라를 올려주셔서 고급 요리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놀이 후 라면은 꿀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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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어요. 이번 생에 주어진 생의 에너지가 있다면 남을 미워하거나 괴로워하는 데 쓰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하루, 하나를 돌보는 데 쓰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쓰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서 여행 메이트의 조건을 딱 정할 수 있었어요. 리액션이 좋다. 변수에도 불만보다 재밌게 즐긴다. 뭐든 맛있게 먹는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오래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함께 움직이면서 새로운 면을 보게 되기 때문에,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는 메이트를 찾는 건 정말 신중해야죠. 그런 면에서 우리 셋은 좋다! 담엔 서로에게 더 잘 맞출 수 있겠다! 로 끝났으니 성공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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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숙소 추천
친구들과 여행할 때는 게스트하우스도 선택지에 넣습니다. 제주 여행은 올레길 이후로 곳곳에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요. 그중에 여성 전용 게하이자, 4인실과 1인실로 이뤄진 마당 있는 시골집 '알롱스테이'(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를 골랐어요. 알고 보니 원데이클래스로 터프팅도 배울 수 있다고 하네요!
무료 조식 서비스(간장계란밥)까지 맛있게 먹고 잘 묵고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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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에 가면 슬로우트립, 고민 말고 고르세요. 도미토리형 2인실 2개, 2인실 더블룸 1개, 1인실 2개가 있습니다. 다락방에는 맘껏 읽을 수 있는 만화책들과 보드게임 등등 마련되어 있고요. 깔끔하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마당에 놀러오는 냥이들을 맘껏 볼 수 있어요.
슬로우트립의 가장 좋은 점은, 아침 7:30에 슬로우트립의 호이, 호삼이와 함께 산책 코스를 돌 수 있어요(우천시 취소). 전날 대표님께 신청만 하면 오케이. 멋진 성산 오조리포구 산책 코스를 함께 돌아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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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추천하는 맛집
💛 숨어있는집
조천에서 맛있는 집을 찾다가, 함덕해수욕장 근처 '숨어있는 집'을 발견했어요(과거에 별표를 눌러둔 나야 칭찬해). 바삭하고 따끈따끈한 닭튀김에 생맥을 마시러 갔지만, 해물칼국수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순간, 이건 소주각이야 하고 순한한라산(제로슈거)을 네 병을 마셨답니다... 하하
제주 동북쪽 여행을 하신다면 꼭 들러보세요. 오픈 시간에는 여유 있었는데, 8시쯤엔 만석이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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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네 번째 책은 두구두구두! <데쓰오와 요시에>
고수리 작가님 에세이 출간 작업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책은, 바로 만화책입니다!
국내에 <오카자키에게 바친다>1, 2, 3권 (미우), <야마모토씨네 고양이 이야기>(미우) 로 알려진 야마모토 사호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전에 이랑,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님의 에세이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로 함께 작업한 황국영 선생님의 번역으로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야마모토 사호 작가님은 에세이처럼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풀어내는데요, 이번 책은 아빠 데쓰오와 엄마 요시에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마음이 페이지마다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재밌는 만화를 나만 볼 수 없어 크큭. 하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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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소중한 존재를 보살피면서 깨달은 것들'(김소담 작가, 박예슬 편집자)
두둠칫 스테이션 77화는 <나의 못 말리는 하우스메이트>(나무의 말)로 찾아왔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내 인생의 다른 것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대체될 수 없는, 나라는 존재를 확장시켜준 경험에 대해 대형견 천둥이와 함께 사는 김소담 작가님, 13개월 된 아가와 함께 사는 박예슬 편집자님, 하루와 하나 두 냥이와 함께 사는 에디터리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종이 다른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사랑, 우정, 이런 마음은 늘 뭉클하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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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뉴스레터를 어떻게 읽었는지,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마다 에디터리와 위트보이는 인류애가 솟습니다. 한 줄이라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히 두드려주세요. :)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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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을 정돈하고 자리에 앉아 메일함에 도착한 유유히톡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1월에 출간하시게 될 새로운 작가님은 누구실까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금요일은 유유히톡이 있어 생기 있는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다음주도 기다릴게요 :)
_다다
💚 금요일엔 유유히톡 읽어보는 날! 다다님의 하루 시작에 유유히톡이 함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1월에 출간할 작가님은 도대체 작가님이에요. 이번 원고도 흥미진진 재밌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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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음악을 오롯이 듣는 시간을 가진다는게 참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턴테이블의 스츠측 노이즈 소리를 저도 듣고 싶습니다.. (현재 턴테이블 없음, 그래서 사야겠다고 결심!!?) 강제성이긴 하지만 디지털디톡스 너무나 필요했는데 또 한번 요목조목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 이번 레터도 너무 좋았습니다~
_새벽
💚 고맙습니다! 자연스럽게 턴테이블 구매로 이어지는 빌드업 좋네요 ㅋㅋ 요즘에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수인 거 같아요. 새벽님의 디지털 디톡스 에피소드도 알려주세요.(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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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요즘 신곡을 쇼츠나 릴스에 올라오는 챌린지 영상으로 처음 접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찾아서 듣고 넘겨버리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좋아했던 앨범을 쭉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한 가지만 잘 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저도 위트보이님과 비슷한 도전을 해봐야겠습니다.
_ MIN
💚 어디서 들었는데 먹을 때 기분 좋은 음식보다 먹고 나서 기분이 좋은 음식들이 몸에 좋은 거라고 하더라구요. 짧은 것만 보다 보니 긴 호흡은 어려워하는 제 모습을 보니 이래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이제는 많이 적응됐어요. MIN님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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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할 때는 뭐만 하기! 좋네요!
_익명의 독자님
💚 (한번 더!) 뭐 할 때는 뭐만 하기!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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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부장님 건강 만세! 하루 부장님 뿐 아니라 유유히 식구 모두 늘 건강하시길!
_ㅇㄹㅅ
💚 지금도 키보드 옆에서 타이핑을 방해하는 하루를 보고 있어요. ㅇㄹㅅ님도 늘 건강하시길!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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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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