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에디터리님을 모시고 미용실에 갔다가 결혼식장으로 출발.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트럼펫은 불기 전에 꼭 입을 풀어줘야 하는데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어느덧 식이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준비했던 이벤트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입은 못 풀었지만 뭐 어제 잘했으니깐 괜찮을거야’ 생각하며 트럼펫을 잡았습니다. 이제야 얘기하지만 솔직히 제 앞에 있었던 축사와 축가 시간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오로지 트럼펫 코드와 호흡만 생각했습니다.
9개월 동안 차근차근 연습했던 영상과 에디터리님 영상을 합쳐 만든 인트로 영상이 나오고, 드디어 피아노 선생님의 첫 음이 들렸습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피스에 입술을 대고 첫 코드를 연주했습니다.
음.. 그 뒤는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오직 하객분들의 빵빵 터지는 웃음소리와 피아노 선생님의 당황한 연주만 기억납니다. 네.. 그야말로 폭망 중에 대폭망. 나중에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인트로 영상에서 트럼펫 연습 모습을 보면서 짜식 많이 늘었네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너무 못해 그게 진짜 웃겼다고 합니다 ㅋㅋ 그 뒤로 친척분들을 만나면 ‘니가 나팔 불었던 얘냐!’ 하시구요. 저희 어머니는 일 년에 한번 제 결혼기념일에 이 영상을 보시고, 오늘도 울면서 봤다고 카톡을 보내십니다 ㅋㅋ
네.. 뭐.. 저 빼고 모두가 즐거웠던 결혼식이었습니다.
이번 유유히톡은 우연히 본 트럼펫 선생님 덕분에 저의 대폭망 에피소드가 생각나 꺼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기억나는 폭망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떤 폭망 에피소드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아! 깜빡할 뻔했네요. 그때 정은아 소설가님이 저희 결혼식 에피소드로 칼럼을 써주셨어요. 읽어보시면 그날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