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리입니다.
어느새 8월이 되었고, 유유히는 6월 15일 『여행의 장면』을 출간하고, 7월 6일부터 8월 2일까지, 매주 한 번씩 북토크를 진행하는 대장정을 끝냈습니다(7월 7일 책방모도 북토크까지 포함하면 총 6회). 이번 주 레터에서는 숨 가쁘게 달려온 북토크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2인이라는 소규모 출판사에서 어떤 생각으로 일하는지도 궁금하셨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잊지 말자고 기록을 해봅니다.
1. 계획
5월 초, 출간 전 마케팅 회의를 했습니다(보통 출판사에선 출간 한 달 전부터 사전 마케팅으로 알리고 계획하고 점검하고 예약하고 등등 시작이 됩니다). 출간될 책의 예상 판매부수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고 그 비용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게 마케팅 전략이겠죠. 예상 판매부수는 이전에 팔았던 경험 혹은 지금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지요. 이런 책이 나올 것이다 소개한 뒤에 서점 관계자분들의 반응도 예상 판매부수 사이즈에 참고가 되고요.
책을 사러 들어온 독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온라인 서점에 광고를 할 수도 있고, 책이 아름답게 잘 나와서(=업계 말로는 “물성이 좋아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독자 눈에 띄면 팔린다는 자신이 있을 때는 오프라인 매대에 책이 놓이도록 광고를 집행합니다. 서점에서 대체로 신간 매대, 스테디셀러/베스트셀러 외에 자리는 대부분 광고라고 생각하면 되어요.
각 서점에서 선정하는 도서도 치열한 경쟁 끝에 서점 회의를 통해 선정되면, 출판사에선 광고비를 지불하고 자리를 산답니다. 광고비는 적게는 연합이벤트 참여로 1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300만원 패키지 등등 다양한 상품들이 있으나, 몇 권을 팔아야 광고비를 상쇄하지 하고 계산을 하다 보면 저희처럼 이제 막 시작한 출판사에서는 여간 큰 맘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
10명의 작가님이 참여하는 이번 엔솔로지 『여행의 장면』은 작가님들의 단독 저서가 아니라서, 홍보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북토크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책은, 에세이 독자라면 만나고 싶은 작가님들의 총 집합이니까, 더불어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즐겁게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이니까, 단독 저서가 아니라서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저자가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 재밌는 케미가 보일 거라 예상했습니다. 북토크를 진행한다고 알리는 것도 책 홍보였고, 북토크를 다녀왔다고 독자 분들이 남겨주는 소중한 리뷰도 자연스런 바이럴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2. 준비
북토크 장소로는 너무 많은 인원보다 20~30명 규모로 서로 눈빛을 마주 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서강대 근처에 위치한 서점 북티크는 아늑한 거실처럼 꾸며져 적합했고, 합정역 문학살롱 초고는 재즈 바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다른 세계에 입장한 듯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대관을 하고 일정이 확정되고 SNS에 홍보를 했습니다. 특히 초고 북토크의 경우에는 서점과의 공동 진행이 아니기에 모객이 안 되면 어쩌나 고민도 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작가님들의 홍보 도움으로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3. 실행
매주 출연진(작가님들의 조합)에 따라 질문지를 준비했습니다. 북티크와 문학살롱 초고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함께 화면을 볼 수 있는 북티크에서는 책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여행 사진 대 방출. 북토크 자리에 오신 여러분에게만 공개한 사진들이어서 더욱 분위기가 좋았고요. 사진에 곁들여 나오는 여행지에서만 만나는 어떤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귀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북토크의 하이라이트는 여러 작가님들이 나오니까 할 수 있는 ox퀴즈였습니다. 작가님들의 예상치 못한 대답과 깜짝 순발력을 발휘한 토크가 반응이 무척 좋았죠. 또 초고에서는 바캉스 룩으로 입고 와주세요 라는 부탁에 수신지 작가님의 파자마 + 슬리퍼 컨셉까지 등장! 무척 즐거웠습니다.
4. 결과
폭우가 오락가락 하는 날에도, 무더워 지치는 폭염에도 시간에 맞춰 자리를 채워주신 작가님들과 독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려요. 책방모도까지 총 6회의 북토크를 연 유유히는 130여 명의 독자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었습니다(초고 북토크에는 매주 참여해주신 분도 있었다는 놀라운 소식! 고맙습니다).
대관료와 진행비, 준비에 쏟은 시간 등을 생각하면 북토크는 열수록 마이너스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서점에서 책 판매는 더뎌 재쇄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고요.
그런데요, 그럼에도 2023 여름을 떠올리면 기억될 장면으로 영원히 남은 것들이 가득 있습니다. 행사 준비부터 뒷풀이까지, 집에 오면 새벽 1시가 되고 눕자마자 잠이 드는 순간에도 행복하다, 토크 유랑단 같다 낄낄 웃을 수 있었던 날들, 책방모도 북토크를 마치고 급 월미도로 달려가 난생처음 조개구이를 먹고 밤바다에 시선을 던져두고 도란도란 나눈 여름밤, 글로 만나던 작가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끈끈하게 남은 소중한 우정의 감각,
작가님들 사인을 받고 나가기 전에 “저기요” 하고 저를 조심스레 불러서는 “좋은 책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유유히 책은 계속 사서 볼게요.” “어떻게 이렇게 작가님들을 모으셨어요? 제가 몰랐던 작가님들까지 제 취향이었어요.” “유유히톡 잘 보고 두둠칫스테이션 잘 듣고 있습니다” 하고 소곤소곤 말을 건네시던 다정한 독자님들.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보며 뿌듯함이 차올랐던 7월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발길을 멈추고 지나온 시간을 떠올려보니 이렇게 생생하게 많은 걸 얻었습니다. 이 고마움을 간직하며 다음 책으로 또 나아가보겠습니다.
남은 여름도 여행의 기분으로,
오늘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해요!
그 곁에 <여행의 장면>도 함께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