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문학살롱 초고에서 <여행의 장면>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독자님들과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고 저희에게 매우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이분은 제가 바르셀로나에 여행 중에 묵었던 숙소 사장님이셨어요. 몇 년 전에 한국에 들어오고 오랫동안 못 뵈었는데 깜짝 방문해주셨지요.
이분을 처음 만난 건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호주 워홀을 끝내고 두 달간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제 전공이 건축이었는데요. 학부시절 유럽 건축여행을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서 건축을 중심으로 보러 다녔습니다. 런던, 파리, 포르투, 리스본, 마드리드를 거쳐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습니다. 이때가 여행의 중간쯤 되었습니다. 그 뒤 일정으론 이탈리아가 있었습니다.
근데 말이죠.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너무 좋은 거예요. 단순히 '가우디의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될 줄 몰랐습니다. 3일 정도 지났을 땐 계획했던 남은 일정들을 모두 취소하고 바르셀로나에서 5주간 있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숙소 최초의 장박 여행자가 되었죠. 장박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자연스럽게 숙소의 준스탭이 됩니다. 막 숙소를 열었던 사장님도,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며 경험한 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밤새 맥주를 마시며 머리를 맞댔습니다. ㅋㅋㅋ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지도를 펴고 오신 분들의 취향을 물어보며 여행 계획을 짜주고 있더라구요. 음식, 축구, 자연 풍광, 건축, 패션, 역사 등 어떤 것을 좋아하든 다 맞춰줄 수 있는 바르셀로나를, 저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숙소 사장님이 문학살롱 초고로 들어서는데, 그때 바르셀로나의 온도, 습도, 공기가 훅 느껴졌습니다. 한순간에 11년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바르셀로나를 한 장면으로 압축시켰던 그 순간이 생각났습니다.
원 데이 원 스케줄이 모토였던 그때의 어느날, 저의 그날 스케줄은 Center of Contemporary Culture of Barcelona (CCCB)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숙소 근처에서 커피를 한 잔 때리고 천천히 걸어갔죠. 바르셀로나는 격자형 도시라 체력만 받쳐준다면 걸어서 여행하기 참 좋은 도시입니다. CCCB에 도착해 전시를 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보는데 그날따라 햇빛이 너무 강해 건물 그늘로 들어갔습니다.
바닥에 앉아 생수를 마시는 데 순간 제 눈에 바다가 보였습니다. 두 눈을 의심했죠. 맞은편 커튼월 건물 벽에 반사된 바르셀로나 바닷가 풍경이었습니다. 시내 한복판 건물 사이에 들어왔는데 바다가 보이다니. 도시 한가운데서 바다가 보이다니. 너무나 생경한 풍경에 그자리에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저에겐 뜻밖의 순간이었고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의 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전 바르셀로나 셀프 앰버서더가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죠. 그리고 2년 뒤, 에디터리님이 바르셀로나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로만 들었던 바로 그 숙소 사장님과 만났고 그곳 벽에 걸어둔 저의 맛집 지도를 보며 여행을 했죠.
아래 액자 속 사진은 제가 찍은 장소를 에디터리님이 2년이 지난 그때, 뒤이어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찍었던 이 사진 속 커플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올해 유럽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태양으로 빚은 도시 바르셀로나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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