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슬픈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뉴스 속에서, 일상을 열심히 살다가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먹먹해졌습니다. 슬프다, 는 한 가지의 기분이 아니라 화도 나고,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출근을 하는 길이니까, 오랜만에 떠난 휴가니까, 운행하는 이동 경로니까 아무리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예보에서 호우를 경고해도 그 길로 가야만 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의 속도를 누가 알 수 있었을까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내기에 무거운 세월호 참사와도 겹쳐 보인 건, 저만이 아니었겠지요. 아무리 신고를 해도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가 이렇게 평범한 우리들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구나,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도 겹쳐 보인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겠고요. 우리는 여전히 재난국가에 머물러 있구나……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이 떠들썩할 때에는 일상적으로 무심코 오가던 장소도 다시 보입니다. 집과 서울을 오가던 길에 자연스레 합류했던 지하차도 풍경이 뉴스 속 장면과 겹쳐지고, 오랜만에 탄 버스 안에서는 정차했던 버스 위로 느닷없이 아파트가 무너졌던 사고가 겹쳐집니다. 어린아이와 엄마,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는 아저씨와 잔뜩 장을 보고 온 듯한 할머니 등 함께 버스를 타고 있는 승객들 얼굴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무더운 날에 시원한 버스를 타고 나서야 한숨 돌리는 학생들은 생기가 넘치고 씩씩한 걸음걸이로 좌석을 찾아 앉습니다.
일상의 소중함, 얼마나 지루한 표현인가요. 하루하루 출퇴근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더 나은 날들을 꿈꾸는 삶. 이런 삶을 가진 사람들이 느닷없이 사라질 때마다 마음 깊은 곳이 할퀴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두 손을 모으고 애도하는 며칠을 보내던 중에, 뒤이어 자신이 맡은 학급 교실에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의 사연을 봤습니다. 누가 그를 몰아간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공간에서 죽고자 했을까,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과 추측들이 쏟아집니다. 정확한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하지만 이제 막 1년을 넘긴 신입 선생님이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이 소식에 더해 민원실에서 근무하던 신입 공무원의 비보까지 들려옵니다.
우리는 왜 타인이라는 존재를 괴롭게 만들어버릴까요.
우리는 왜 서로를 지키지 못하고 책임을 외면해버릴까요.
어떤 좌절감을 느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일들이어서, 더 보탤 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루는 변함없이 지나고 날은 맹렬하게 무더워지는 중입니다. 쏟아지던 비는 멈췄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슬픔의 기운을 말려버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네요.
차글차글 차그르르.
이모가 준 가재미를 꺼내 구울 때마다 뭉클 일렁였던 이모의 마음이 와닿아 차그르르 파도친다. 아이들 낳아 먹이고 돌보고 안아볼수록 파도치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뭉근히 잘 데워진 마음 한구석에 서글픈 한기가 스밀 때면 내가 자라던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럼 어김없이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해사하게 웃으며 울고 있다. 생의 저녁에 저문 세월을 아기처럼 등에 업고서 나를 사랑하는 얼굴들이 자글자글 웃으며 울고 있다.
소란스런 화면에서 벗어나, 아직 원고 상태인 고수리 작가님의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킵니다.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슬픔 속에서도 애써 고개를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맛있는 걸 입에 넣어주는 마음, 뒤이어 오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보호해주려는 마음, 용기를 내서 손을 먼저 내미는 마음을 떠올립니다.
우리 떠내려가지 말아요.
지치지 말아요.
꼬옥 붙들어 안고 싶은 마음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