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코앞에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주 내내 머릿속은 벌 한 마리가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붕붕거렸습니다. 그간 무수히 많은 마감을 늘 짜릿한 긴장 속에서 해왔지만, 유유히의 첫 책이라서, 더욱 떨고 있는 중이에요. 겉으로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저 마음 귀퉁이에는 “어쩌나 걱정세포”가 두 다리를 달달달 떨고 있었죠. 늘 하던 일인데 왜 더 불안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깨달았어요.
아, 너무 잘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실패하면 안 된다, 직장을 벗어나 우리의 생계를 걸었다(우리 집 하루, 하나 냥을 생각해) 하는 끝도 없는 부담감 때문에 주변에서 너라면 잘할 거야, 라고 건네는 응원까지도 저에게는 맘 속에 가라앉아 켜켜이 쌓이는 돌덩이 같았습니다. 유유히에서는 어떤 실수가 나면 온전히 제 몫이기에, 보호막이 없이 어떤 결과가 발생하든지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는 그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참 이상했어요. 이건 저의 원래 모습이 아니거든요. 부정적인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1년 후, 3년 후, 10년 후까지 계획을 세우기보다, “늘 오늘이 즐거우면 돼. 마시멜로? 당장 먹어주지! 나는 두 개까지(당장 먹지 않으면 보상으로 하나를 더 준다죠) 먹지 않아도 되거든” 하며 철 없이 마냥 하루하루의 기쁨에 몰두하던 제가,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딛는 걸음마다 불안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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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날, 고양세무서 “축 발전” 거울 앞에서 기념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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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불안이 실체가 있는 불안인가, 하면 “아니요”죠. 사실 염려했던 일은 거의 안 일어날 뿐더러 지나고 보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던가 기억도 안 나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건 혹여나 그 일이 일어난다 해도, 걱정 안 했던 사람보다 두 배의 고통을 겪는 거라고요.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찰 때마다 산책을 나갑니다. 모니터 대신 동네 공원들을 살피며 마음에 환기를 시킵니다. 필라테스를 하며 마음 구석구석까지 스트레칭을 합니다. 수영장 물속에서 한숨 대신 공기방울들을 가득 품었다 내뱉습니다. 필드에서 내 이름을 외쳐주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듣고 굴러다니는 공에 온 정신을 집중합니다. 후련하고 가뿐해집니다. 까짓 것 해보지 뭐. 다시 정신을 붙듭니다.
오늘 아침에는 세수를 하고 책상 앞에 앉기 전에 폼롤러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고, 커피 대신 보이차를 끓였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시키고 이렇게 뉴스레터를 씁니다.
실수해도 어때, 실패하면 어때.
이제는 17년차 편집자가 아니라 대표 신입 1개월 차.
모르는 게 당연한 걸 인정하자.
누구에게나 도움을 청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말자.
오늘의 다짐과 함께, 오늘 아침에 본 이연 크리에이터님 영상 속 한마디를 건네며 마칠게요.
“처음에는 그렇게 우리의 미숙함을 여유를 두고 지켜볼 수 있게 넓은 마음의 운동장을 두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 안에서 우리가 서서히 자신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되고요. 그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 있잖아요. 나도 언젠가는 남들을 도울 수 있게 성장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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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읽은 소설 가운데, <헬프 미 시스터>(이서수 장편소설)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택배 위탁 일을 해본 경험을 녹여서, 생생하게 쓴 소설이었거든요. 이후 새해가 되어 작가님의 신작 <몸과 여자들> 출간 소식이 들렸고, 바로 구매하고는 잠들기 싫었던 어느 밤에 책장 앞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여성으로서 늘 자신의 몸을 인식하게 됩니다. 타인과 자신, 그리고 또 어쩌면 나를 낳아준 부모님으로부터도요. 성장 과정 동안 나의 몸을 인식하게 되는 경험은 주로 불쾌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더 생생하게 떠오르는 일들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전작을 다 따라 읽고 싶은 작가님을 발견했어요. 아직 발표 소설이 많지 않으니, 단편 <미조의 시대>부터 시작해보시기를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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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한의원
망원역과 마포구청역 사이, 소호한의원이 지난 가을에 오픈했습니다. 축구를 하다 만난 예원님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1인이 운영하기에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요. 쾌적하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은 건, 9월의 어느 날이었고, 마음이 힘든 만큼 속병이 크게 나서(회사를 다니는 동안 속병을 달고 살면서 보통은 위와 장 중 하나가 탈이 나는데 그날은 어쩐지 위와 장이 동시에… 퇴사하니 말끔히 나았습니다 후후) 식은땀을 흘리며 한의원 문을 열었습니다. 저의 증상을 귀 기울여 들어준 원장님이 꼼꼼히 놓은 침 덕분인지, 저는 그날 무사히 저녁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4일, 저의 퇴사 이야기가 발행되고 기자들이 찾기 전,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을 녹음을 하기 전에 소호한의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괜히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고 그 전날 밤부터 시작된 뒷목에서부터 올라온 두통이 매우 심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목을 짚어보고 “어휴” 하고 깜짝 놀라며 작은 한숨을 쉬던 원장님 ㅎㅎ 그 이후로 오늘 마감이 오기까지, 주기적으로 방문해 약침을 맞았습니다(아주 따끔따끔한 약침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랍니다). 덕분에 무사히 마감까지 왔고요. 원장님은 저의 은인입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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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처를 찾았습니다. 한겨레출판 시절의 선배님(지금은 베테랑 대표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았고요. 혼자서 해내기 어려운 일에 회사 바깥에 있는 제작부처럼 열일해주신다는 든든한 안해룡 대표님(제이오) 덕분에 힘을 얻었습니다.
☞ 에디터리가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시나요? ㅎㅎ 우리나라 여자축구 국가대표이자,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계시는 지소연 선수님의 인터뷰집으로, 제가 인터뷰어로 벌써 5차례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2023 여자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올 여름에 출판사 클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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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1월 17일 방송 [EP51. 따로 또 함께 글을 쓰는 사이, 에세이 계의 마포부부 전격 출연(고수리, 봉현)] 이 업로드되었습니다. 2022년에 봉현 작가님은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를, 고수리 작가님은 <마음 쓰는 밤>을 출간했는데요. 이 외에도 두 분은 마포구에 살면서, 카페에서 주로 작업을 하시고, 글을 쓰는 프리랜서에, 나이는 호랑이띠 동갑이랍니다. 얼마나 케미가 좋은지는 방송으로 확인해주세요. :) 구독과 좋아요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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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리님도 위트보이님도 정성이 가득한 분들이세요. 물론 글도 편하게 잘 쓰시고요. 대충이라는 단어와 두 분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배우겠습니다! 첫 책 화이팅이요!
-달팡님
☞ 기분 좋은 편지였어요! 특히 추천 아이템에서 눈이 번쩍! 케이블 정리함 넘 구입하고 싶어졌다죠.
-봄빛님
☞살림 팁까지 공유해주시는 위트보이 님! 덕분에 꿀팁 저장 많이 했습니다. :) 유유히의 첫 책, 곧 만나게 되겠군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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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뉴스레터는 위트보이가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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