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유유히에서 세무, 회계, 디자인, SNS, IT, 물류, 주문접수, 경영관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에디터리님의 잔잔한 ‘기분 좋음’ 유지 업무를 맡고 있는 위트보이입니다.
에디터리님이 첫 메일을 워낙 잘 써주셔서 꽤 부담이 되는데요.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그냥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쓰자.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유유히 뉴스레터 두 번째 주제는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2022년은 제게 잊지 못할 한 해였습니다. 좋은 쪽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제 인생 최악의 해였습니다. 22년 3월 저는 코로나 확진이 되었습니다. 첫날엔 가벼운 몸살 기운이 있는 정도였고 다음날부터는 평소랑 비슷한 컨디션이었습니다. 큰 걱정 없이 격리 기간 동안 푹 쉬었습니다. 격리 해제 후 정상적으로 출근했습니다. 조금 피곤한 느낌이 있었지만 금방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한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서 바닥에 누워버렸습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피로감이 몰려와 급히 차를 멈춰 쉬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집중할 일이 있는 날엔 피로감이 자주 그리고 더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휴가를 내고 코로나 후유증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제 증상은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이었습니다. 갑상선 문제나 급성 당뇨가 온 건가 싶었는데 제 예상과 다르게 모든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럼 전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물어봤을 때 현재로서는 딱히 치료 방법이 없고, 잘 쉬면서 관리하는 것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인상이 좋았던 하지만 난처한 기색이 가득한 의사 선생님 얼굴이 떠오르네요. 검사 결과를 받고 이대로는 정상적으로 회사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병가를 신청해 한 달간 집에서 요양을 했습니다. 그래도 나아지는 게 없더군요. 결국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은 제 모습과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금방 피로해지니 하다가 멈추는 일이 많아지고,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던 일들이 안되니 짜증만 늘어났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설거지 한 번 하고 한 시간을 누워 있었어야 했습니다. 전 몰랐습니다. 짜증도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무기력으로 바뀐다는 걸요.
체력이 떨어진다는 건 일상에서 포기해야 하는 일과 시간이 늘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여행도 못 가고, 사람들도 못 만나고, 그렇게 좋아하는 맥주도 마실 수 없고, 2시간 동안 앉아 영화를 볼 수도 없습니다. 배터리가 2% 남은 방전 직전인 핸드폰 같은 몸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능성은 모두 0으로 수렴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후유증에 걸린 제 자신이 너무나 싫어지고, 원망이 가득 찬 화살을 제 가슴에 꽂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