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황국영 선생님의 <미식가를 위한 일본어 안내서>란 책입니다. 호기심에 책을 펼치고 가볍게 살펴보았습니다. 먹는 내용이고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 이번 달은 일본어 공부다! 결심했죠.
2주간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일본어가 재밌어졌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 큰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래 이왕 할거 제대로 해서 연말에 JLPT N4급에 도전해 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구몬 일본어를 신청했습니다. 학생 때도 해보지 않았던 구몬인데 잘할 수 있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막상 받고 보니 매일 조금씩 스스로 공부하기 딱이었습니다.
일본어가 한자 베이스인 언어다 보니 공부하다 보면 평소에 몰랐거나 무심히 지나쳤던 단어의 뜻이나 관계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 예를 들면요. 김을 ‘노리のり’라고 부르고 파래를 ‘아오 노리アオノリ’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아오는 푸르다라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런가 싶었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앗! 소리를 질렀죠 아.. 파래가 그래서 파래인가?!?!?!?
또 하나 재밌었던 건 얼굴을 ‘카오かお’라고 부르는데 어라! 그래서 가오가 산다, 가오 죽었네 이런 말이 나온 건가!! 그러고 보니 '체면을 차리다'란 말에서 면은 얼굴 면자를 쓰는데 이게 다 연결된 거구나.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강강술래를 하면서 하나의 뜻으로 연결되는 말풍선이 그려졌습니다.
재밌다 재밌어 저도 모르게 혼자 말하면서 웃으니, 옆에서 에디터리님이 뭐가 혼자 그렇게 재밌는 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았습니다. 쫌 머쓱해졌지만 저는 그냥 일본어 쪼렙의 유레카 모멘트를 한껏 즐겼습니다 ㅋㅋㅋ
생각해보면 살면서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아마도 하루에 한 걸음, 하루에 한 글자만 해도 운동한 거다! 공부한 거라고 정한 저만의 매우 느슨한 룰 덕분인 듯합니다.
전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금방 지쳤죠😥 코로나 후유증 이후로 다시 그런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었어요(그러기도 싫었구요). 저만의 살길을 찾은 게 자신에게 느슨히 대하자. 단 조금씩 자주 성실하게 하루를 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살고 있어요. 이런 제 모습이 아직 어색하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
8월 챌린지는 12시 전에 자기입니다. 전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자는 게 더 어려운 사람이라 과연 이 챌린지를 성공할 수 있을지..
결과는 한 달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ㅋㅋ
이상, 요즘 매일매일 조금의 즐거움으로 살고 있는 위트보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