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곳 남짓한 마포구, 일산 곳곳의 서점들에 산책하듯 들러 『여행의 장면』을 직접 건네드렸습니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는 말에 으쓱으쓱했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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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장면』을 배본하고 2주가 흘렀습니다. 회사를 나와서, 나의 회사에서 벌써 두 번째 책이라니, 겨우 두 번째이면서도 드디어 두 번째 책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작가님들을 섭외하고, 원고가 들어온 이후로부터 책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네 달이 걸렸으니 보통의 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정말 빠른 속도인데요. 그럼에도 1분 이내의 영상들이 무한히 떠내려가는 세상의 속도에 비해서는, 여전히 책을 만드는 세상의 속도는 천천히 흘러가네요.
두 번째 책을 내고 나서 종종 만나는 이들에게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서 어떤지 질문을 꽤 자주 받습니다. 생계는 잘 이어가고 있는 건지 걱정도 전해주고요(제가 워낙 숫자의 감이 없긴 합니다만 일단 지금까지는 괜찮네요. 먹고살 만해요), 워낙 종이 값이 오르고(오르고 난 뒤에 출판을 시작해서 이전을 몰라서 괜찮네요. 몰라서 괜찮은 것도 좋습니다) 서점과의 공급률 협의도 매년 다르게 더 낮아지고 있다고 하니까요(이건 뭐 제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거여서요. 받아들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일 때는 거리를 걸어 다니는 직장인들이 다 대단해 보였는데, 이제는 출판사 창업 선배님들이 모두 그렇게 크게 보입니다. 나도 10종을 내면, 3년만 버티면, 10년이 되면…… 하는 상상도 해보고요. ㅎㅎ
회사 밖에 나와 보니 명확한 것은 하나 있더라고요. 어느 직장에서나 경험하던 ‘분노’와 ‘억울함’이 사라졌다는 것. 분노와 억울함이 사라지니 괜한 미움도 먼 이야기가 되었고요. 이해되지 않는 불합리함을 억지로 눈감아야 하는 일도 없고, 아무 원고나 대표가 내라니까 내라는 사람도 없고, 제목이든 카피든 보도자료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으니 일의 과정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로지 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24시간 주어졌습니다. 이 자유를 그렇게 갖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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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자영업자라는 감각이, 다음 달의 일정한 수입이 사라졌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잔잔히 밀려왔다 사라졌다 다시 밀려오는 파도 같은 ‘불안’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책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사게 할까. 뾰족한 수가 없더라도 매일 고민합니다. 책만을 기획하던 날들에서 한 회사를 운영하며 키워가는 세계는 막막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어서 어떻게든 해보자, 처음이 다 어렵지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면 지금 헤매고 어리둥절한 상태가 이제 막 거대한 산길에 들어선 초입일 뿐일 테니까요.
빽빽한 조직생활에서 벗어나서 여유로운 매일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면서도 평일 오후에 만나고 싶었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요.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 늘었기 때문에 제철 채소나 과일 등 챙기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노력들을 해봅니다. 수영과 풋살도 정기적으로 빠짐없이 나가면서 체력을 키우고, 산책도 종종 즐깁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해진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되도록 해보는 쪽으로 선택하고 움직이고 있어요.
아직은 여전히, 편집자 한 사람으로의 정체성이 강한 제가 언제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만든 책들을 읽어준 독자들이 있다는 틀림없는 사실에 기대어, 다음으로 힘내서 넘어가봅니다. 혼자서 한다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책은 절대로 혼자 만드는 일이 아니어서요. 그래서 늘 새롭게 재밌고 할 만합니다.
아, 유유히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 하나를 놓칠 뻔했네요. 『서점, 시작했습니다』(한뼘책방) 속에 교토에서 서점 ‘세이코샤’를 운영하는 호리베 야쓰시 님이 한 말 속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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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가게를 하고부터는 ‘여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요. 자신의 정서 같은 것을 구체화하는 일이니까,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피드백되고 즐거움도 절반쯤 있고요. 휴일에 하는 일도 어딘가에서 일과 연결됩니다. 게이분샤에 다닐 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조직에 있는 것과 개인적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조직이라면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일하고 있는데도 저 사람은 쉬고 있다’ 하는 식으로 비교하게 되거든요. 그런 시시한 속박은 개인이 하는 가게에는 없지요. (중략)
개인으로 일을 하면, 일이 숫자나 성적이나 휴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서에 다가갑니다. 휴가가 없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그 상태가 평온함이기도 하니까요. 그게 가장 큰 가치관의 전환이랄까, 즐거운 점입니다. (p.196~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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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를 시작하고 나서, 제가 느끼는 즐거움이 이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평온할 수 있다.
일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이 새롭습니다.
이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서, 유유히를 오래오래 애정을 주며 키워갈게요.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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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방> 김그래
매년 나이를 꼬박꼬박 먹으면서 달라지는 관계가 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특히 그런데요. 나이 서른이 되었던 어느 날에는 엄마에게 불쑥 물었습니다.
“엄마 딸 나이가 서른이라니, 기분이 어때?”
“쳇. 기분이 뭐가 어때. 야 정말 세월 빠르다. 빨라.”
엄마는 늘 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보다 기가 차다는 듯 콧방귀부터 뀝니다. 그게 재밌어서 자꾸 놀리게 돼요.
철이 든다기보다 그때의 엄마 나이에 내가 이르렀을 때, 엄마가 앞서 걸었던 길에 발자국을 포개어 걷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 마흔에, 엄마는 딸을 대학을 보냈군요. 등록금 걱정부터 대학가자마자 아빠 닮아 술부터 배워 아침 일찍(?) 들어오는 딸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도, 학교 가라며 콩나물국 끓여주던 엄마였네요. (등짝 스매싱은 필수였죠. “딸이 왠수다 왠수!” 외치면서요)
김그래 작가님이 투비컨티뉴드에서 연재를 시작한 <엄마만의 방>을 보면, 베트남으로 용감하게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떠난 엄마가 등장합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평생 오롯이 혼자인 감각을 가져보지 못했던, 어느새 나이 쉰이 된 엄마의 도전입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마음은 타국 생활이라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걱정도 있지만, 그럼에도 엄마가 자신을 앞세우고 자신의 걱정만을 하며,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기를 바라며 묵묵히 바라보는 다정한 애정이 큽니다. 읽고 나면 괜히 찡하고 웃음도 나요.
매주 목요일 업로드 되니 챙겨 보시면서, 김그래 작가님께 많은 응원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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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세 씨> 김수완 글, 김수빈 그림
저에게는 그림책의 안내자이자 보물창고 같은 곳이 하나 있는데, 성산동의 책방사춘기입니다. 이곳에 가면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던 그림책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뽐내고 있어 저도 모르게 그날의 손길이 닿은 인연으로 하나씩 데려오게 됩니다. 아주 오랜만에 들른 책방사춘기에서 책등의 제목만 보고 흥미로워 집어 들고는 이내 표지 속 세세 씨를 보고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귀여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세세 씨이지만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건 너무 힘들었대요. 제목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세세 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그림들을 보기만 해도 독자들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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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장면』 전자책 오픈
6월 19일 전자책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6월 15일 동시 출간이 목표였는데, 책 마감이 된 이후에 인쇄 데이터를 전자책으로 제작하기까지 약 2주가 걸렸네요. ㅎㅎ 다음 책에서 이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리디북스에서 『여행의 장면』 전자책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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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둠칫스테이션 [에디터리의 커피타임]
두 달 방학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커피타임에서는 『여행의 장면』에 참여하신 김신지 작가님, 서해인 작가님과 함께 여행을 주제로 편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아를 찾아 떠났지만 왜 나를 등쳐먹는지(?) 고생한 김신지 작가님의 인도 여행부터 코첼라에 올인한 서해인 작가님의 근황까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러분의 등을 밀어들이는 방송!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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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24 <여행의 장면> 북토크 티켓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만나요오~ !
- 7월 6일 : 수신지, 임진아, 이다혜, 오하나
- 7월 13일 : 김신지, 고수리, 봉현, 서한나, 서해인
- 시간 : 저녁 7시 반~ 9시
- 장소 : 북티크 (서울 마포구 독막로31길 9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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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뉴스레터를 어떻게 읽었는지,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마다 에디터리와 위트보이는 인류애가 솟습니다. 한 줄이라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히 두드려주세요. :)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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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 좋고 청량한 느낌이었어요! 여행의 장면이라는 책을 잘 읽고 있어요. 그 장면 속에 같이 있는 기분이 들어 괜히 가본 적도 없는 곳을 다녀온 것 마냥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딱 환기가 필요한 시기에 좋은 책 감사합니다~!
_즈흐
💛 마음의 환기!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셨다니 기뻐요. (에디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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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유월을 '녹음의 계절'이라는 단어로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되네요. 저는 여름철에 먹는 콩국수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두 분의 최애 여름 음식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_도리
💛 이번 주에 콩국수를 개시했습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여름 음식이에요(에디터리)
💚 팥빙수를 좋아합니다. 드릉드릉하네요. 내일 달려가야겠어요. (위트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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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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