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유유히 톡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일로 처음 인사드리니 사뭇 떨리네요. 첫 이야기로 어떤 걸 쓸까 고민하다가 끝과 시작에 대해 말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사표를 쓰기 전 어느 날, 장강명 작가님의 세바시 강연 영상을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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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일은 나를 담는 그릇이다> 세바시 강연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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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하면서 참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그 일을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과 많은 것을 주고받죠. 더불어 오래 일하다 보니 생각하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법도 일의 영향을 받는 걸 알 수 있겠더라고요. 마치 좋은 양분의 흙과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 충분한 햇볕 중 어느 것 하나가 부족하면 마르거나 타버리거나 시들어버리는 식물의 환경처럼, 나 하나를 온전한 나로 만들어주는 세계가 필요하고 그중 ‘일’이라는 필터가 무의식중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 일의 연차가 쌓일수록 느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강연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입이 없으면 사람 마음이 뒤틀리고, 잘해야 하는 일을 못하면 사람이 비굴해지고 성취감 대신 좌절감이 쌓이고, 나를 담지 못하는 일을 하면 불행해진다고요. 내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매년, 매일 새롭게 깨닫고 있는데, 지난 해 막바지에는 조직 생활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좋아하는 일에 잘하는 일을 찾았으니, 이걸 오래 계속하는 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일이 잘되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것들이 뒤로 밀리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자꾸 놓이는 조직 생활을 그만두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렇게 유유히, 출판사를 열었습니다. 나를 담을 수 있는 온전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흙을 빚는 마음으로요. 이제야 조금 떨리고 온통 처음이라 막막합니다만,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내가 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도 깨달아가며 하나씩 판을 깔고 있습니다(온갖 가입해야 할 것들과 첫 거래를 해야 할 업체에 연락을 돌리면서요 ㅎㅎ).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만난 한 언니가 건네준 말 한마디가 저의 등을 가볍게 밀어주었습니다.
“지은 씨, 즐겁고 신나는 모험을 해봐요!”
수많은 걱정과 조언을 곁에서 해주신 선배들, 응원을 보내준 후배님들께 감사드리며, 한 걸음씩 제 앞길을 유유히 걸어 나가볼게요. 어디까지 갈지 잘 지켜봐주세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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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덴드(덴마크 드라마)에 빠져 있어요, 라고 열렬히 고백하는 중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짧게 “택(고맙습니다)” “하이하이(작별인사)” 같은 걸 주워들으면서요.
덴마크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그저 멀고 먼 북유럽의 어느 나라라는 인상만 갖고 있던 저에게, 덴마트는 겁나 멋진 총리 언니 비르기트와 짱 쎄고 괴짜스럽고 엄마로는 싫지만 선생님으로서는 좋은 언니 리타가 살고 있는 나라로 기억될 겁니다. 아! 여행도 너무너무 가고 싶어요.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 정말 싫어하는데 코펜하겐 곳곳을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누비고 싶습니다.
오늘은 저의 추천작을 소개드려요. 두 작품 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낯선 언어 덴마크어에도 함께 빠져 봅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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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GEN
「Borgen 여총리 비르기트」(2012)는 시즌 3까지, 「비르기트 : 왕국, 권력, 영광」(2022)은 시즌 하나로 끝이 납니다.
덴마크에서도 시청률 50%가 넘을 정도로 열광적이었던 이 드라마는 비르기트가 소수당에서 단숨에 총리가 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데 덴마크에서도 여성이 자신의 일을 계속한다는 게 쉽지 않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선진국의 정치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답답한 정치를 잊게 만드는 사이다적 측면도 있어요.
인기가 워낙 많아서 2022년에는 외교부장관이 된 비르기트 시리즈가 나온 듯합니다. 여기서는 총리 때와 다른 얼굴의 비르기트가 나옵니다(중간에 저는 비르기트가 망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 2012년 드라마부터 정주행으로, 얼른 얼른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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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A
비르기트를 다 보고 나서 헛헛한 맘에 넷플릭스에 검색어로 ‘덴마크 드라마’라고 검색해서 나온 작품입니다. ㅎㅎ
초등학교 선생님 리타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기 일쑤, 교장과도 뜨거운 사이입니다(북유럽.. 대체 너는..).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한데 첫째와 둘째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랐고 막내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엄마를 만나며 고통(?)받고 있죠.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리타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깊이 바라보고 사랑하는 교육자적 마인드가 훌륭한 점을 알게 됩니다. 때론 설탕의 위험함을 경고하느라 교실까지 쳐들어오는 학부모, 아이의 의견과 생각은 무시한 채 자신의 욕망으로 아역배우로 돌리는 학부모 들과 맞짱 뜨는 걸 전혀 꺼리지 않는 리타이거든요.
시즌 5개인데, 아직 시즌 3의 2화를 앞두고 있어 여전히 행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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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히 첫 책, 장강명 작가님의 산문집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 2월 중 출간될 예정입니다. 무척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고 또 무섭기도 하지만, 제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꾸준히 해나가면서 멋진 책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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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히 사업장은 집입니다(많은 주변 분들께 화분은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근무를 위해 거실을 집무실로 꾸몄습니다. 주방과 구분하기 위해 냉장고 옆에 책장을 두고, 카펫을 깔고, 에디터리와 위트보이가 각각 다른 쪽 벽을 마주하고 앉아서 일을 합니다. 나름 매우 코지한 작업 책상을 만들어서 즐거워요. 후후. 가장 큰 장점은 세수만 하고 앉아서 일을 한다는 것, 귀여운 저희 집 고양이 하루, 하나가 종종 자다 나와서 난로 앞에서 길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고요, 단점은 일이 끝나야 하는데 퇴근 시간 없이 쭉 일하다 자는 날도 있었네요(....반성합니다). 지치지 않게, 일과 쉼을 균형 있게 끌어나갈 수 있는 루틴을 세워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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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 두둠칫 스테이션> 다들 구독하고 계실까요? 뉴스레터 ‘콘텐츠로그’를 발행하는 ㅎㅇ님과 함께 격주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1월 3일 새해 첫 방송 [EP49. 새해부터 책 만드는 편집자 넷이 모여 책모임하면 즐겁다 (까치, 예스, 바구니)] 많이 들어주시고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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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뉴스레터는 위트보이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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