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수영 수업에 주 5일 자유수영까지 등록을 마쳤으니, 이제 평일 5일은 수영만 하면 됩니다. 저녁 시간을 되도록 비워야 하는 일이 이렇게 신날 수 없습니다. 일과가 끝날 때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도, 막상 샤워를 하고 수영장에 들어서면, 처음 두세 바퀴는 죽을 듯 힘들다가 서서히 몸이 가벼워지고 물속에 적응하면서 제법 속도가 나고, 그날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내고 나면, 샤워실에서 마지막 샤워를 할 때는 한껏 들뜨고, 체육관을 나설 때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 마신 듯 개운하게 느껴질 걸 잘 아니까요.
주섬주섬 수건과 수영가방을 챙기고 달려 나갑니다. 종일 찝찝하게 습도가 높거나 타는 듯 갈증이 자꾸 나는 여름에는 하루의 끝에 수영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이, 큰 위안을 줍니다.
사는 게 별 건가요, 요새 자꾸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애써서 이루고 간절하게 성취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지금의 저는 저의 일을 하나씩 해나가면서도 저희 가족들 건강을 지키면서 이전의 날들보다 2배는 천천히 흘러가는 매일이 소중합니다.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눈을 돌리고 좋아하는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저의 작은 행복들을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물론 인생은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게 설계되어 있음을 명심하고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움켜쥐고 싶은 걸 잘 찾아내기,
그에 집중하는 나에게 나머지 놓친 것들에 대해 추궁하지 않기,
깊은 물속에서 있는 힘껏 숨을 참고 천천히 내뱉으면서 방울방울 솟는 물방울들이 그리는 무늬를 차분히 쳐다보기,
아른거리는 물의 그림자를 보며 슬며시 웃어보기,
이렇게 무사한 하루가 쌓이는 것에 감사한 요즘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구독자님에게도 틀림없는 하루의 위안이 존재하기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