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동안 우리는 마당 장대에 널려 건조되고 있는 가오리를 올려다보았다. 연처럼 꼬리가 긴 생선은 밑에서 쳐다보면 눈코입이 늘 웃는 듯 보여서 문제였다. 마주하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시시해졌다. 바람이 한번 불고 지난 뒤의 모래사장처럼 마음의 표면이 평평하게 균형이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고작 그 시시함으로.
-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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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리입니다.
특집편 <SIDE> 잘 즐기셨나요? 반가운 답장들이 많아서 감사했습니다! :)
메일함에 쏟아지는 레터들 중에 <유유히 톡>이 얼마나 읽을 만할지, 어떻게 보다 읽을 만한 이야기를 전할지 위트보이와 머리를 맞대고 나누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실행해보았어요.
앞으로 종종 찾아올 특집을 기대해주세요. ㅎㅎ
'아니, 뭐했다고 벌써 4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달력을 바라봅니다. 꽉 찬 검은 글자의 날짜들. 직장인이었으면 한숨부터 쉬었겠지만 자영업 사장은 일단 안심합니다. 일을 하는 날이어야 책을 사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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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트위터리안님이 올려주신 요일별 판매데이터.
여러분은 무슨 요일에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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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는 새해, 새로운 시작 앞에서 조바심이 나는 날들이었다면, 4월부터는 어느새 2026을 적는 게 자연스러워졌구나 싶습니다. 이전에 장강명 작가님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자영업자들을 인터뷰할 때 빵집 사장님이 해주셨다는 얘기가 떠올랐어요. 빵집의 최고 홍보는 문을 슬쩍 열어두는 것.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냄새에 홀려 빵집에 들어와 '어? 내가 여기 왜 있지?' 어리둥절한다고요. 그리고 자연스레 빵을 가득 담는다.... (마지막 문장은 저의 행복을 담아봅니다) 요즘은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자꾸 찾아요. 야외에 앉아 마시는 커피가 제철입니다(밤에 맥주를 마시기엔 약간 쌀쌀하네요 엣취).
때가 되면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이번 주는 홍대역 경의선 기찻길 공원에 벚꽃이 잔뜩 피었고 작은 벚꽃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사람들이 마구 사진을 찍어요. 오가는 사람들 상관없이 조금 들떠 있는 모습. 같은 각도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란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귀여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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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대전을 다녀왔어요. 송강원 작가님을 초대해준 한쪽가게 책방 덕분에요.
함께 대전역에 도착해, 냉큼 저의 최애(중학생 시절부터 다니던) 떡볶이집 '바로그집'으로 향했죠. 이 떡볶이의 킥을 두 번의 시도만에 맞춰버린 강원 님을 맛잘알 명예의 전당에 올려드렸습니다. ㅎㅎ 임진아 작가님, 단춤 작가님, 윤이나 작가님에 이어 네 번째로 함께 방문했는데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맛있게 먹는 강원 님을 보면서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한쪽가게에서는 다정한 책방지기 나경 님의 사회로 책 친구들과 둘러앉아 인생 첫 책인 <수월한 농담>을 쓰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마음을 나누었죠.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는 순간 각자에게 일상적인 슬픔들이 흘러넘쳤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목이 메이고, 눈물이 흘러도 어디서도 하지 못했던 꾹꾹 눌러놓은 것들을 바깥으로 꺼내는 순간. 테이블에 놓인 휴지에 손들이 바빠지다가도, 다시 웃음이 터지고 함께 소리내어 웃고...
<수월한 농담>을 만들면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자리가 바로 이 자리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있었어. 이렇게 환한 계절이 오면 더욱 생각이 나. 투병하는 옥님 곁에서 더욱 또렷하게 사랑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해준 강원 님 덕분에, 그리고 그 시간을 성실히 기록해둔 덕분에 슬픔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꺼내어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책이란 걸 핑계로 꺼내어지는 속 깊은 이야기들을 소중히 마음 주머니에 담고 왔습니다. 그날 만남의 따스함으로 이번 주를 내내 힘을 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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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든든한 책 친구들과 함께!
"당신의 슬픔 주머니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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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다음 유유히에서 나올 책은 <기대어 버티기>로 독자들을 만났던 김연지 작가님의 두 번째 책, 사랑 에세이예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하시죠.
매번 책을 만드는 과정은 똑같은데, 한 사람의 이야기는 매번 달라서 책 짓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안 팔린다는 업계, 한 줌의 숫자에 힘이 빠지다가도 책을 읽고 나누는 좋은 이야기는 틀림없이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뿌듯하게,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마음으로 가능한 한 오래오래 책을 만들고 책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출근할게요.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펼쳐 읽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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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님의 신작! 초판 한정 은장본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야기장수)를 재빠르게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펼쳤고, 빠르게 읽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커버를 벗기니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맡았던 그때의 이랑님 사진과 마주합니다. 그때의 장례식장 풍경이 떠올랐어요. 그 전날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출연하여 저의 책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녹음에 앞서 먼저 만난 맷님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었어요. 갑작스런 소식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둘 다 무슨 정신으로 그날 방송을 녹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녹음을 마친 뒤에 회사로 연락해 상조 깃발을 보내는 절차를 신청하고 그 다음 날 환한 낮에 빈소를 찾았습니다.
어떤 얼굴로 이랑 님을 마주해야 하나 싶어 잠시 바깥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때마침 도착한 지인 분과 우연히 마주쳤고 그제야 발걸음을 뗄 수 있었어요. 이랑 님은 씩씩한 얼굴로 맞이했고(북토크에서 들으니 슬픔을 미뤄둔 채 언니를 잘 보내는 일에만 몰두한 얼굴이었던 것이었네요) 묵묵히 식사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에 이랑 님이 언니 차로 저를 태워준 적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 이 책이 될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들은 날도 있었죠. 한국에서 내지 않으려고 했던 원고. 그땐 한참 일본판 작업 중이었고, 이후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이 책이 찾아왔어요.
아직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랑님의 엄마 김경형 님의 이야기가 담긴 미니북까지 함께 읽고 나서야 뭔가 맞춰지는 시원함이 있었어요. 곧 이야기장수에서 전자책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책도 함께 읽어주세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이랑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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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형 이야기책'을 기다리며
이 책을 쓰면서 엄마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제 엄마 김경형은 얇은 가죽 커버의 A4 사이즈 공책에 항상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적 엄마의 공책을 몰래 훔쳐봐도 제가 읽지 못하는 한자투성이였기 때문에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젊은 엄마는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적고 있었던 걸까. 책을 쓰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책꽂이 한쪽에 줄지어 있던 그 공책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묻자 '진즉에 다 버렸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수십 권의 '김경형 이야기책'이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에 황망해하니 다 힘들고 우울하단 얘기뿐이었다며 오히려 제가 왜 그 공책들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엄마 말대로라면 제가 쓰고 있는 '이랑 이야기책'도 힘들고 우울한 얘기뿐인데 어째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쓰고 있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중략) 겁에 질리지 않고 일하고 싶습니다. 엄마는 제게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 말은 엄마 김경형이 얼마나 겁에 질려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자란 딸 이랑도 얼마나 겁에 질려 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아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리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면 엄마에게는 수십 권의 '김경형 이야기책'이 남아 있었을 것이고 제 첫 번째 '이랑 이야기책'의 완성을 매우 칭찬해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제가 엄마에게 또 하나의 걱정을,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 같아 이 책의 완성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중략) 더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리지 않고 자기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경형 이야기책'의 집필이 다시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9년 9월
이랑
<오리 이름 정하기>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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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X 버찌책방 만화에세이 특별전
인생을 쏙 담은 네모 상자들의 이야기
대전 판암역(대전역에서 가장 먼 끝의 지하철역)에서 30분 정도 여유로이 걸으면 버찌책방에 다다릅니다. 걷기 좋은 천이 앞길에, 서점 뒤로는 산이 다정하게 둘러 있는 책방이에요.
지난 토요일, 한쪽가게 책방 행사 전에 버찌책방에 들러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라는 귀여운 책을 쓰신 책방지기 조예은 대표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요.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신 덕분에 한숨 돌리며 책도 구경했고요. :)
버찌책방 대표님의 제안으로 버찌책방 한켠에 4월 한 달간 유유히 만화에세이 특별전이 열립니다. 김그래 <엄마만의 방>(2024) 단춤 <감정사전>(2025) 비스카차 <이 땅에 ADHD로 태어나>(2026)을 나란히 두고 보니, 유유히는 만화를 참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죠 ㅎㅎ
편집자의 메이킹북과 작가 친필 사인본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책을 구매하는 분들께 나눠드릴 책갈피도 넉넉히 준비했으니
나들이 가기 좋은 날, 대전에 갈 일이 있다면 천천히 들러주세요.
기회를 주신 버찌책방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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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하루의 17번째 생일 🎉
2009년 4월 1일(추정 생일)에 태어나 그달 말쯤 저에게로 온 하루냥.
2026년 4월 1일 활력과 건강 모두 좋은 날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생일 선물로 3단 종이 캣타워를 선물했는데, 2단까지만 며칠 탐험하다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이른 아침, 스스로 3단까지 정복한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
이제 창밖에 먹이를 먹으러 오는 새들과 눈인사가 가능해요 ㅎㅎ
열일곱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세요. 저를 이만큼 키워준 너른 품을 가진 하루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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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에게 자기 자신은 중요한 재료다."
<소설가와 정신질환(상)>에서 작가님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으면서도 위대한 작품을 쓴 작가를 살피면서 의문을 품습니다. 혹시 그들이 정신질환 '덕분에'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 아닐까? 2020년대 한국 소설가의 우울증 유병률을 체감하면서요.
저도 요즘 주변에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어쩔 때는 저도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도 30대부터 주욱 하고 있었습니다. 풀리지 않는 마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죠. 혹시 인생이라는 긴 경로에서, 중년 40대에 접어든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라는 것, 겪지 않은 사람이 뭐라 말을 얹기에 아주 조심스러워지고요.
장강명 작가님은 <책, 이게 뭐라고>(2020)에 우울증 경험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읽었던 책들도 이야기해줍니다. 함께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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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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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답장은 에디터리와 위트보이가 계속 쓸 수 있는 응원이 됩니다.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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