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몰입했다는 건 결국 '나'에게 몰입했다는 뜻이고,
이 만화를 그리는 건 저 자신을 더 이해하고 덜 미워하게 되는 여정이었어요.
- 에필로그 <ADHD로 태어난 김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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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 한 시간 뒤에는 2026년 첫 책 <이 땅에 ADHD로 태어나> 인쇄 감리를 갑니다. 이번 책은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의 이야기로, 비스카차 작가님의 첫 책이자 '성인 ADHD'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위트보이의 레터를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저의 실생활(!)을 모두 알게 되셨는데요. ㅎㅎㅎ 사회생활을 할 때는 뇌에 힘을 꽉 주고, 무엇이든 해내려고 하는 끈질긴 태도를 장착하였으나... 일상에서는 긴장을 놓아버리고 살고 있었는데요.
특히 각자의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한 팀이 되어 매일 움직이다 보니 저를 더더욱 가까이서 밀착 관찰한 위트보이의 시점이 정말 놀랍더라고요. ㅎㅎ 이번 책을 통해서 저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니 비스카차 작가님께 참 고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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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카차 작가님의 만화를 본 건 어느 날 밤의 트위터였습니다. 알고리즘과 RT가 터진 이 에피소드 <어린이 발봉이>였는데요. 이 장면을 보자마자 '나잖아...?' 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책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엄마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있을 때, 제가 책을 펼치고 앉아 방에서 읽고 있다 보면 엄마가 "지은아" 하고 불렀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을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가 부르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 근데 왜 부르지 싶고, 언제 대답할까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을 때쯤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보면서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어휴 얘 좀 봐. 책만 보면 집중을 해서 이렇게 부르는 소리도 못 듣는다니까~ ㅎㅎㅎ"
엄마의 말 속에 든 어떤 칭찬이 바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고, '책을 읽는 나'를 엄마가 좋아하는구나 하며 그때부터 저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나"로 연기하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그렇게 지금 책을 만들며 책으로 먹고사는 제가 되었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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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발봉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다루는 태도다. 자신의 ADHD를 타인에게 설명하려다 역설적으로 상대방 또한 각자의 두려움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충동성과 조급함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타인을 향한 너그러운 조율로 나아가는 이 과정은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다. ADHD 특유의 편견 없는 수용력이 타인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고, 마침내 타인과의 ‘진짜 연결’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전환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ADHD 치료에서 ‘사람’의 역할은 정서적 위안을 넘어선다. 수용적인 타인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신호와 외부 환경의 요구 사이를 이어주며, 그 조절과 전환을 돕는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되는 생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비난 없이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 “왜 아직도 안 했어?”라는 질문 대신 “지금 어디쯤 가고 있어?”라고 묻는 존재가 있을 때, ADHD의 뇌는 비로소 현실에 닻을 내린다. 이렇게 적절히 곁에서 끌어주는 타인의 존재는 회복과 조율로 향하는 가장 현실적인 지름길이 된다.
- 안주연(정신과전문의) 감수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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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는 ADHD 밈이 유행을 하고, 누군가는 집중력이 사라진 시대에 'ADHD 아닌 사람이 있어?'라고 묻기도 하고, 'ADHD인이 이렇게나 많은 걸 보니 진단이 또 환자를 부르는구먼' 하고 상술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에 <이 땅에 ADHD로 태어나>는 '성인 ADHD 당사자'로서 비스카차 작가는 자신의 증상과 어려움, 약물치료의 부작용 및 효과,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감각이 어떤 기분인지, 한 치의 비효율도 허용하지 않는 이 땅,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힘에 부치는 매일을 버티고 있을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완치도 없고,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하는 주변 눈총을 받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자신만의 수치심을 견뎌야 하는 ADHD인들에게 스스로를 이해하게 하고, 또 그의 가족이나 파트너 등 곁에 있는 사람들이 ADHD인을 오해나 편견 없이 바라봐주기를 희망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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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 미리 감사인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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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쇄를 무사히 마치면 2월 26일에 출간을 합니다.
배본까지 조금 바쁜 일주일을 보낼 것 같아요. :)
가까운 곳에서 흥미롭게 펼쳐봐주시길 바라며!
인쇄 잘 마치고 올게요. (모처럼 본문 4도 컬러 인쇄라서 두근두근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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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 페르난데스, 조영실 옮김 <보이저Voyager>(가망서사)
올해엔 해외문학을 가까이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2025년 독서 목록을 보는데 제가 주로 한국 작가님들의 책만을 읽는 경향이 있더라고요(거의 95%). 노나 페르난데스는 1971년생 칠레 작가로, 이 책은 작가의 첫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별을 관찰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 그곳은 피노체트 정권 시절에 정치범 26명이 처형된 곳이기도 합니다. 독재의 역사와 작가의 역사가 뒤엉키며 별자리에 빗댄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흘러 갑니다.
가망서사에서 올해 노나 페르난데스의 소설도 두 권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얇은 책 안에서 깊고도 묵묵히 아름다운 문장들을 맘껏 만날 수 있어요.
이 책을 저에게 추천해주신 한쪽가게 책방 나경님께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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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기억을 밝히는 다정한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 할머니들, 아버지들, 할아버지들, 바로 그들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을 기억의 우체통에 온전히 담아둔다. 별의 위치를 잊지 않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들려준 최초의 사람들처럼, 그들의 밤길을 인도한 별자리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오래도록 구전되어 온 그 이야기들처럼, 부모와 조부모가 전해준 기억들은 우리가 세상의 어디에 있는지, 세상의 어디가 우리 자리인지 알려준다. 우리가 가야 할 경로의 출발점을 알려준다. (p.3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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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두둠칫스테이션 <EP167. 멋진 언니 부응옥란 탐정의 활약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안전가옥 강현지PD) [커피타임]
안전가옥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팝업'이 뜹니다.
이런 출판사가 있었던가요? ㅎㅎ
고객님들은 맘껏 놀다 가세요. 아이디어 회의부터 리버시블 표지 제작, 전 작품 피칭 영업 등 자아를 갈아끼우고 안전가옥이 다 준비합니다.
영화연출 전공하고 시나리오 개발, 광고 영상 기획 구상하다 출판사로 들어온 강현지 PD님의 커리어 이야기까지... 편집자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서도 즐겁게 나누었습니다.
더불어 타인을 위해 기꺼이 뛰어들 마음을 가진 부응옥란이 나오는 매력적인 소설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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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면서 가장 긴장하는 작업 단계는 '교정교열'입니다. 편집자의 본진이자, 작가님 앞에서 저의 어휘력, 문장력, 작품 이해력을 보이게 되는 단계여서요. 신입일 때는 '내가 뭐라고 선생님 글을 고쳐도 되나...' 하는 마음에 덜덜덜 떨었고요. 연차가 쌓인 뒤로는 혹시 저의 아집에 작가님의 고유한 문체가 가려질까 조심하는 마음입니다. 덜 본 것 같은 불성실함도 물론 경계하고요.
중견 소설가인 장강명 작가님도 교정지 앞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겠죠. 작가님의 작업 방식과 앞으로 작업하게 될 편집자에게 전하는 당부가 이번 연재에 담겼습니다. 기분 대신, '이 부분 너무 좋아요!' 말고, 자기 관점에서 고쳐야겠다는 대목이 있으면 서슴치 않고 수정 의견을 적어주기 바란다는 강력한 당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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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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