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를 누구보다 반가워했던 사람. 기뻐했던 사람.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랑을 들킨 장면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엄마를 그리워한다.
이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엄마는,
비로소 엄마 맘대로 잘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 송강원 <수월한 농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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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토요일 아침, 송강원 작가님과 저는 여러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부산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나락서점에서 <수월한 농담> 북토크가 있던 날이었어요.
강원님의 고향이자 이제 옥님이 있던 집도 사라진 부산.
얼마만에 가는 거냐고 묻자, 집 정리하러 간 게 마지막이라고, 1년도 넘었다는 강원 님의 덤덤한 말이 돌아왔어요. 강원님과 책을 낼 때부터 부산에서 북토크를 하면 참 좋겠다, 바랐었는데 책을 내고 4개월 만에 부산을 찾았습니다.
가기 전부터 주어진 두 끼(점심 저녁)를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했는데, 강원님이 동래역으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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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님, 여기 동래역 건너에 버스정류장이 있고요. 여기가 엄마랑 우연히 마주쳐서 쑥스러워했던 그때 그 정류장이에요." |
"여기 대동병원에서 제가 태어났어요.ㅋㅋㅋㅋㅋ"
"앗! 작가 생가 투어가 아니라 출생지 투어라요.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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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들과 하굣길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돌아보니 엄마였다. 친구들 엄마보다 늙은 나의 엄마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 기쁘고 환한 얼굴로 도련님을 반기고 있었다.
나는 순간 부끄러워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 친구들을 한껏 아랑곳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도련님. (...) 나는 지금까지 이 장면을 두고두고 떠올리며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찰나의 마음을 부끄러워한다.
- <부산에 가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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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옥의 40년 단골집입니다. 이모 여기 낙새 2인분과 우동사리요."
강원님과 마주 앉았더니, 늘 먹던 대로 익숙하게 주문이 착착 이뤄지고요.
국자를 들고 익숙하게 조리에 들어가는 강원님. 밥그릇에 잘 익은 낙새전골을 올려주는 걸 두 손으로 받아 쓱쓱 비벼 한 입 넣으니..! 와 이렇게 꿀맛이라고? 😍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부산까지 달려온 피로가 한방에 씻겼습니다.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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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끼로 에디터리와 꼭 낙지볶음을 먹어야 했다. 낙새 2인분에 육수를 자작하게. 우동사리를 먼저 넣고 졸이듯 끓여내야 밥과 비벼 먹었을 때 딱 좋은. 그 기억 그대로 몸에 밴 그 방식 그대로, 공깃밥 한 공기를 싹 비워 먹었다. 에디터리와 동행하지 않았다면 밥을 먹다 목이 조금 매였을지도 모르겠다."
- 강원님 인스타 후기 글에서 @_won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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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부르겠다, 다시 동래역으로 돌아가 서면역으로 가서, 미리 예약해놓은 열람실로 향했습니다. 열람실은 각자 1인 좌석을 예매하면, 아늑한 소파에 파묻혀 예약한 시간만큼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올 수 있는 북카페입니다.
마침 북토크가 열리는 나락서점에서 가까웠고요. 알고 보니 강원 작가님이 옥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에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던 공간이었어요. 정밀아 님의 노래가 읊조리듯 나긋하게 흘러나오는, 큰 어항이 있는 거실을 지나 1시간 동안 나만의 공간인 소파에 안기듯 누워 옆 책장에서 책을 하나 뽑아들고 있자니 참 이게 뭐라고 좋더라고요.
물론 책보다 책상 위에 가득 쌓여 있는 방명록을 읽느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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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골목 중간에 위치한 나락서점에서, 해가 어느덧 질 무렵에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붓한 공간을 꽉 채워주신 독자님들과 함께,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인데 무려 28년 만에 우연히 만난(유유히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혹시 미남초등학교 송강원?" 이라 댓글을 단) 책여사님의 울다 웃는 진행으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습니다.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GV에 참석해 우연히도 그날의 옥님을 보았던 독자님
강원님과 같은 글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글쓰기 동료 독자님
옥님 장례식 수육이 그렇게도 맛있었다 인증해준 영귤언니(영귤이와 함께 와주셔서 감사해요)
<수월한 농담>을 읽다가 눈물이 터졌는데 그걸 남편이 영상을 찍어줘서 인상 깊게 릴스로 올려주신 마싸님
28년 전 어쩐지 또래보다 성숙하고 세련된(이게 다 옥님의 '참한 의상실' 덕분이었다니..!) 꼬마 강원을 기억하는 친구 책여사님
나락서점에서 정혜윤 작가님의 <삶의 발명>을 구매한 강원님을 기억하는 나락서점 지기 이마음님
그리고 엄마에게 그 책이 너무 좋아서 일부분을 읽어주었다는 강원님의 이야기까지,
강원님의 삶의 한 조각씩 들고 모여 이리저리 완성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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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를 마치고, 홀가분하고 개운한 얼굴로 근처 맛집에서 뒷풀이까지 잘 마쳤습니다.
마음이 꽉 차고, 벅차기도 한 북토크였고요.
이 기운으로 무사히 서울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부산에 가면 곳곳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강원님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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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새로운 팀플을 배우고 있습니다 <야구여왕>(넷플릭스)
옛날에.. 박세리 언니를 중심으로 한 <노는 언니> 예능을 참 재밌게 봤습니다. 그 멤버들과 더불어 뉴 멤버들이 합쳐져 돌아왔어요. 무려 야구팀 '블랙퀸즈'로요. 김성연, 김온아, 정유인 등 원년멤버가 왜 이렇게 반갑죠. 아야카, 송아, 주수진, 장수연 너무 매력있고요. 전설이 된 <강철부대> 출신 이수연, 김보람도 재밌어요. ㅎㅎ
이전에 <노는 언니>를 통해 김라경 야구선수(유일한 대학여자야구선수)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이후 '턱을괴는여자들' 텀블벅을 통해 도서 <외인구단 리부팅>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척박하고 희박한 여자야구를 꿈꾸는 선수들. 그리고 그 김라경 선수는 최근에 SBS 다큐 <미쳤대도 여자야구>(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요)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죠!
다시 블랙퀸즈로 돌아와서, 야구 룰도 잘 모르던 선수들과 저는(왜 같이 묶이지?)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한 팀이 되어갑니다. 투수가 저렇게 중요한 거구나. 야구 수비는 내야/외야로 구분이 되고, 볼과 스트라이크, 파울을 이제 구분했으며, '무사만루' '병살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갑니다.
스포츠 예능에 왜 자꾸 빠져드는가(야구를 하진 않을 거예요) 했는데... 실없는 농담 주고받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훈련하고 성장하는 인물들이 끌어당기는 것 같아요.
올해는 야구 중계 좀 볼까 하는 분들에게, 야구 공부 프로그램으로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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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삼일문고에서는 윤이나 <신이 떠나도>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마이크만 쥐여주면 1시간 반 떠드는 작가 어떤데?"
윤이나 작가님이 90분의 북토크를 성황리에 마치셨다는 소식입니다.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여유로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대방향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뭔가 쎄함을 느끼고 다시 서 있던 플랫폼을 확인하자 <부산행>이 보였다고 합니다. 부리나케 계단을 올라 반대편으로 달려 떠나기 직전 무사히 탑승 후 귀가했다는 소식!
(평소에 러닝으로 단련해온 작가님 최고)
구미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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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을 보면 누구의 문장인지 알아맞출 수 있나요?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면 책을 펼쳐 몇 페이지 안 가서 문장들 속에서 '하아.. 너무 좋아' 하고 한숨을 쉬고는 합니다. 특유의 글맛, 문체는 마치 작가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게도 합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문체'에 대해 작가의 개성이자, 이때의 개성이란 인간과 세상을 보는 방식까지 포함한, 그 작가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배어 있다고 믿는다고 밝힙니다. 그러니 특정 작가의 소설을 닥치고 필사하는 식의 문장 훈련에 회의적이라고요. "내가 보는 세상은 챈들러나 하루키가 보는 세상과 다른 것 같다"고요. 그러니 다른 문장을 써야 하고요.
옳고 그름의 교열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나만의 리듬을 지키기 위해 내 문장을 고집하겠다 다짐하는 작가님의 이번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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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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