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한 편의 소설이 마치 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마냥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어쩌면 그래서 태초에 인류는 이야기를 발명하지 않았을까요. 생존이 달린 혹독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오늘밤에 곤히 잠들고 내일을 다시 살아가자고.
작년에 큰 화제였던 『혼모노』를 쓴 성해나의 소설집을 읽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을 소개해준 것은 익산 카페 르물랑에서 만난 신유진 작가님이셨어요. 혼모노보다 더 좋은 소설집이라는 한마디를 듣고 기억해두었다가, 그 다음 날 대전 한쪽가게 책방에서 발견해 운명이다 생각하고 냉큼 품에 안았죠. (새해에는 서로에게 좋은 책을 권하기로 해요. 마구마구. ㅎㅎ 언제든 기회가 될 때마다 해야 합니다.)
저는 소설집을 읽을 때면 편집자와 저자의 합의대로, 작품이 수록된 순서대로 잘 따르는 편입니다. 그렇게 두 번째 소설 <화양극장>을 만났고, 관객으로 붐빌 일 없는 지역의 허름한 단관극장 속 어두컴컴한 한 자리에 앉아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목씨와 경을 만났습니다.
늘 C열 오른쪽에 앉는, 백발에 앉은키가 큰 할머니 이목
D열 왼쪽에 앉아 할머니의 옆모습과 화면을 동시에 바라보는 경
끝까지 안 봐도 결말이 뻔하다고 말하는 경
모르고 지나가면 섭섭하니까 그 결말을 끝까지 이야기해주는 이목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의 지정석에서 같은 열 옆자리로 끌어당기고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얼마나 오래 죽이고 원망해왔는지 털어놓는 경에게 아무 말없이 연하고 무른 미나리를 듬뿍 건네는 이목.
어쩐지 두 사람이 너무 잘 그려져서, 저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 화면을 응시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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