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운전석 뒷바퀴의 바람이 계속 빠졌습니다. 하필이면 『신이 떠나도』 출간 준비로 가장 정신없었던 시기였습니다. 계기판엔 노란 경고등이 떴지만, “아직 빨간 불은 아니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 그렇게 말하며 넘어갔습니다.
바람이 빠질 때마다 휴대용 공기주입기로 채워 넣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평소의 제 성격 같았으면 바로 정비소로 갔겠지만, 그 시기엔 도저히 ‘차량 정비’라는 단어를 꺼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출간 주 토요일,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결국 정비 센터에 갔고 기사님이 보여준 사진에는 타이어 한가운데에 콕 박힌 나사못이 있었습니다.
헐…
제가 체크했을 땐 분명 보이지 않았었거든요. 이제까지 사고가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고속도로를 타고 고향에 내려갈 예정이었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때우기 작업과 타이어 위치 교환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다음부턴 아무리 바빠도, 차 문제는 바로 처리하자.
Part 2
지난 주말,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다가 목덜미 위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엇… 이거 뭐지?”
고개를 드는 순간,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천장을 들춰보니 천장 배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이 천장 속에 고였다가 세면대 위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검색해보니 화장실 천장 누수의 경우, 천장 배수관이 윗집 소유이기 때문에 윗집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윗층과 아래층 모두 다 점검을 해야 합니다. 암튼 윗집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인 거죠.
윗집 사람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사태가 달라지기에 검색을 할수록 한숨이 나왔습니다. 일단 주말은 넘기고 월요일에 처리하자 생각하고 찜찜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월요일 오전
관리실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관리소장님께서 방문 후 상황을 살펴보고 말씀하셨습니다.
“윗집에서 내려오는 배관 부분이 젖지 않은 걸 보니 일단 윗집 화장실에서 새는 것 같진 않아 보여요. 공용 파이프에서 새는 걸 수도 있으니 일단 실리콘으로 메우고 이틀 정도 지켜보시죠.” 수요일 오전
여전히 상황은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윗집을 살펴보기 위해 소장님과 함께 올라갔는데 문 앞에는9월 22일자 우체국 택배 미수령 스티커, 각종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장님이 알아보니 윗집 주인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데 자식 분들도 모두 외국에 있다고 합니다. 윗집 비밀번호를 물어봐서 화장실을 체크하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목요일 오전
관리소에 찾아가 진행 과정을 물어보니 아직 윗집이랑 연락이 안 되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윗집에서 온수 냉수 파이프를 잠그고 집을 비운 상황이기에 아마도 공용부분에서 새는 것 같은데, 일단 윗집 화장실 상황을 체크한 후 이상이 없다면 관리소에서 수리업체를 수배해 처리해주겠다 확답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목요일 오전까지의 진행과정입니다. 휴...
제가 생각하는 주거 3대 스트레스는 첫 번째는 층간소음, 두번째는 하수구 막힘, 세번째는 바로 누수입니다. 이 집에 8년 살면서 불편함 없이 살다가 올해만 벌써 하수구 막힘과 누수 콤보를 맞았네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ㅋㅋㅋ
문제가 터지진 않았지만, 해결되지도 않은 애매한 상황. 눈앞의 일상은 흘러가는데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한 느낌.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닌 어떤 상태’가 주는 잔잔한 스트레스가 있더군요.
예전에는 이런 상황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요. 요즘 들어 이런 상황들이 자꾸 겹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대부분 이런 상태 위에서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완전한 해결은 없고, 얼렁뚱땅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죠.
그래도 인생은 흘러가니까요. ㅋㅋ
이렇게 느슨하게 풀어 생각해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10년 전의 저라면 극혐했을 것 같은 태도지만, 나이 먹어서 좋은 게 있다면 어쩌면 이런 지점인 것 같습니다. 배낭 안에 짐들을 꽉꽉 채우지 않고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짐을 싸는 것.
너무 꽉 채우면 나중에 꺼낼 때 힘들잖아요.
적어도 손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물건도 쉽게 꺼낼 수 있는 거죠.
그래도 큰 거(?) 오기 전에 2025년 남은 2주 동안 제 삶 속의 ‘누수 후보들’을 하나씩 점검해볼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삶에도 예상치 못한 누수 없는평온한 12월과 2026년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동 감자탕>
인생 감자탕을 찾았습니다! 저는 감자탕을 좋아하지만 염도가 높은 음식이라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은 아니었는데요. 이번에 지인들과 함께 먹은 감자탕이 진짜 맛있어서 추천합니다.
이곳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영동 감자탕>입니다. 다른 감자탕과 달리 이곳의 감자탕은 짜지 않고 콩비지가 들어가서 국물이 고소했습니다. 이제까지 먹었던 감자탕과는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맛이었습니다. 순두부 짬뽕의 감자탕 버전이랄까요.
매장도 깔끔하고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마늘장아찌와 배추김치, 깍두기도 맛있었습니다. 후식으로 주문한 볶음밥도 훌륭했습니다. 남아 있는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음식이 정말 맛있으면 인증 사진도 없는 거 알죠?)
지인 소개로 간 곳인데요. 맨날 지나다니던 곳인데 왜 한 번도 가볼 생각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2시간이 후다닥 흘렀고, 모두의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들이 와르르 예쁜 카드로 완성이 되었답니다. 감탄에 감탄을 했던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종이의 질감과 가위로 자유롭게 오리는 즐거움, 무엇이 완성될지 모르는 채로 이리저리 구상해보는 만드는 기쁨까지. 우리 왜 이런 놀이를 잊고 지냈던 걸까요? 서로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작품 사진을 찍고 마무리했습니다. 워크숍을 이끌어주신 단춤 작가님과 다음 기회를 도모해 소식 전하겠습니다.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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