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양면의 조개껍데기> 중에서
"이 외로운 세계가, 그렇기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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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를 본 적 있나요? 그 세계를 동경해본 적은요?
수영을 배우기 전에는 어두컴컴한 심해를 떠올리면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수영을 배우고, 가끔 3미터, 5미터 풀에서 입수를 하고 수영을 하며 바닥을 내려다볼 때면 저 깊숙이 들어가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물속은 고요해요. 수면 위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계와 다른 세상이지요.
최근에 도경수, 김우빈, 이광수가 나오는 멕시코 여행 예능 <콩콩팡팡> 짧은 영상에서 고래상어 투어를 하는 장면을 봤어요. 압도되는 어마어마한 크기, 유유히 헤엄쳐가는 고래상어를 그저 잠시 바다에 떠 지켜볼 뿐이었지만 화면 밖의 저까지 짜릿하더라고요. 아직 바다거북이도 못 만나봤는데, 정말 하고 싶은 위시리스트는 늘어만 가고요.
요 며칠 김초엽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다가, 바닷속을 다시 떠올렸어요. 나도 들어가보고 싶다 갑작스레 잊은 열망이 확 끌어오르는데, 마침 친한 동생이 "프리다이빙 같이 할 사람"을 구해서 냉큼 손을 들었습니다. 다가오는 20일 토요일에 원데이클래스 체험을 신청해두고 모처럼 두근거리는 중입니다. 이전에 제주에서 해녀 체험을 해보고는 자꾸 물 위로 뜨는 엉덩이 때문에(이렇게 부력이 좋을 일인가...) 해녀가 되기를 포기했는데(흑), 이번 프리다이빙의 세계는 어떨지... 설레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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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이상하게도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빈 달이었습니다. ㅎㅎ 이렇게 몰려올 일인가 싶게요. 익산 - 대전 - 정동진으로 이어진 날들을 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기록해둡니다.
1. 고수리 <쓰는 사람의 문장 필사> 익산 북토크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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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다실에서 만난 익산 독자님들.
무엇보다 주최해주신 "그림책 상회" 멤버들의 다정하고 따듯한 환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엄마들끼리 모여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이 발전해 "책방 수록"을 열었다고요. 그렇게 지원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작가를 초대하는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멤버 중 고수리 작가님의 열혈 팬인 분의 적극 추천으로 ('고수리 작가님은 익산의 딸이에요!') 이자리를 마련했다고요. :)
행사를 마치고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대접을 받고 기운이 나서 씩씩하게 돌아왔습니다.
익산에 간 덕분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신유진 번역가이자 작가님이 운영하는 '카페 르물랑'도 들렀고요. 참 좋았던 11월 1일의 여정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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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춤 <감정 사전> 워크숍 "나만의 감정액자 만들기" (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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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님이 운영하는 대전의 독립서점 오케이슬로울리에서, <나만의 감정 액자 만들기>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아침 일찍 용산역에서 단춤 작가님과 만났는데요. 작가님 몸집만 한 배낭을 메고 나타나셔서 깜짝 놀랐는데, 워크숍 재료와 액자 등등 한 짐이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색과 질감의 종이들을 나눠 갖고 각자 구상해온, 혹은 지금 떠오른 내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섯 분의 독자님들과 단춤 작가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닮은 액자를 완성했고요. 작가님은 그 자리에서 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맞는 이미지로 만든 책갈피를 하나씩 선물해주셨어요. 정말 탐나는 선물이었습니다. >_<
가위와 풀, 종이만으로 즐거웠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뿌듯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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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송강원 <수월한 농담> 북토크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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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의 자랑 이스트씨네에서 전석 매진으로 독자님들을 만났어요. :)
친구와, 연인과, 부모님과 함께 찾아주신 독자분들을 만났는데요. 모처럼 여행을 온 김에 작가와의 만남이 있네? 하고 신청한 분들도 있고, 부산에서부터 영화전문서점 이스트씨네를 마음에 품고 <수월한 농담>을 읽고 달려와준 독자 분들도 있었습니다.
소중한 엄마와의 돌봄과 투병의 시간, 그리고 죽음 이후에 때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슬픔에 서서히 몸을 맡기며 적응하는 시간들에 대해 나눴습니다. 슬픔을 통해 연결되는 귀한 경험이었어요.
송강원 작가님의 감상을 덧붙입니다.
"오래된 극장 커튼 덕분일까. 바깥과 분리되어 시공간이 멈춘 듯한 1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슬픔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지금 통과중인 슬픔, 묻어둔 슬픔, 아직 오지 않은 슬픔까지. 이 모든 슬픔이 뒤엉킬 수 있는 안전한 시공간은 저마다 애쓰는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 모든 마임이 감사한 11월 마지막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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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풍경이 바뀔 때마다 긴장하며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졌어요.
지나고 보니 어떻게 이 스케줄을 다 소화했지, 싶은 11월이지만 틈틈이 기차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작가님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다시 또 내일을 꿈꾸게 만들었고(다음 책을 도모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더라고요 ㅎㅎ), 함께 웃으며 보낸 시간으로 인생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웠습니다.
정동진 바다 일출 풍경 보내드리며 오늘 레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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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바닷마을 영화관서점 [이스트씨네] 서점지기가 추천하는 겨울영화
이번에 만난 이스트씨네 서점지기 오승희 대표님은 제 친구이기도 합니다. 모처럼 만난 기회에 슬쩍, 겨울영화 3편을 추천을 부탁했어요. 누가 뭐래도 영화 덕후인 오승희 대표님의 말모 강력 추천! 저도 올 연말에 쟁여놓고 보려고요. 함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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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튼 아카데미> 알렉산더 페인
"늘 혼자였던 사람들, 마음 따뜻해지는 동고동락!" 1970년대 미국 명문 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 고집스러운 중년의 고등학교 교사 '폴(폴 지아마티)', 부모의 외면으로 방황하는 학생 '앵거스(도미닉 세사)', 그리고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원치 않는 동행을 하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들을 발견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나와 비슷한 외로움과 슬픔을 아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차가운 겨울에 따뜻한 온기를 건네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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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 영화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모금산(주기봉)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아들 스테판(오정환)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화는 모금산의 적막하고 쓸쓸한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어쩐지 그가 완성해나갈 영화는 더 다채롭고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한 번 더 버텨볼 용기, 삶의 비극을 잠시나마 희극으로 만들어볼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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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팀 밀란츠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석탄을 팔며 아내와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빌 펄롱(킬리언 머피)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지역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숨겨져 있던 어떤 진실과 마주합니다. 클레이 키건의 동명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선의 앞에 놓인 실존적 고민을 섬세한 관찰과 배우의 깊은 내면 연기로 텍스트의 정교함을 표현했습니다. 소설과 영화라는 다른 장르를 각각의 매력으로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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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군자역 피리의서재 <수월한 농담> 북토크
"좋은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연결합니다."
9년 차 마케터이자 기획자인 희피리님이 운영하는 "피리의서재"에서, 송강원 작가님과 만납니다. :) 먼저 다녀온 송강원 작가님은 운영자 희피리님에게 완전 반해 오셨더라고요. ㅎㅎ 저도 당장 달려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일시 : 12월 12일 (금) 저녁 7시 30분
참여비 : 1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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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컨티뉴드 장강명 <정아은 작가를 기억하며>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인 정아은 작가님을 기억합니다. 정아은 작가님의 수상작 <모던 하트>는 제가 처음으로 맡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었거든요. 6년 차 편집자이자 소설 편집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그저 의욕만으로 이제 막 첫 소설을 출간하게 된 작가님과 합이 잘 맞았습니다. 그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까지 작업하고 저는 이직을 했지요.
멀어졌다면 멀어진 사이인데도 작가님은 저희 결혼식에도 달려와 축하를 해주셨지요. 그 뒤로 뵌 적은 없었으나 늘 작가님의 책을 애정한다는 많은 분들을 만났고, 페이스북을 통해 작가님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응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17일, 어수선한 나라에 어지러운 즈음 비보가 들렸습니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심한 감기몸살을 앓느라 작가님께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리고 온 것이 두고두고 마음 아픈 후회가 되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과 마름모 출판사 대표님, 그리고 정아은 작가님을 사랑하는 동료 작가들이 모여 <엔딩은 있는가요> 소설집을 12월 17일에 출간한다는 소식입니다. 정아은 작가님을 기억하며 쓴 장강명 작가님의 글로 정아은 작가님을 만나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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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EP160. 2025 올해의 만화책 시상식 (수신지 임진아의 보나만화!)[커피타임]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인지.. (놀람)
그 자리에서 각자의 수상작을 발표하는데 찌릿찌릿 통해버렸다~ 히히
많은 후보작들이 눈앞에 스치우고 감격의 수상작을 발표합니다
🏆2025 나를 웃긴 만화상
와야마 야마 '여학교의 별4' 임진아 픽
미역의효능 '미역 생태 보고서' 에디터리 픽
정해나 '나의 오타쿠 삶' 수신지 픽
🏆2025 나를 울린 만화상
정해나 '요나단의 목소리' 수신지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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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꼭 추천하고 싶은 만화상
수신지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6' 수신지 픽
산호 '연옥당3' 에디터리 픽 “이 만화가 대단하다 상”
호러판타지의 거장 모로호시 다이지로 '시오리와 시미코' 임진아 픽
2025 올해의 신간
황벼리 '별의 조각' 수신지&에디터리 픽
도로노다 이누히코 '너와 우주를 걷기 위하여' 임진아 픽
그리고 시상식의 피날레~
2025 스스로에게 주는 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하면 끝까지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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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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