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는 『신이 떠나도』 출간 준비로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온몸이 뻐근해서 “아,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하루의 마지막 30분을 붙잡아 읽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서점에서 소설관심회를 마치고 책장을 둘러보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
박찬용 『서울의 어느 집』
뒷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집을 계약하고 거기서 살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 7년. 잡지 에디터 박찬용이 서울 어느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해 고쳐서 사는 이야기.”
딱 이 한 줄에 호기심이 샘솟았습니다.
저는 집을 짓는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사실 ‘집을 고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거든요. 망설임 없이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분은 왜 스스로 지옥불로 걸어 들어가시는 거지…?
지금까지 읽은 ‘집 고치는 이야기’ 중 가장 험난하고 지난한 이야기였고, 친한 사이였다면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렸을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집의 ‘크기’ ‘위치’ ‘가격’ 같은 요소보다는 건축주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고치는지, 그 생각이 제일 궁금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습니다.
아.. 이렇게까지 비효율적으로도 집을 고칠 수 있구나.
책을 읽는 초반에는 아니… 그러지 마세요… 아니.. 아니..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나는 절대 못 한다.
중반까지는 도대체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거예요???ㅜㅜ
마지막에 이르러 와… 진짜 대단한 분이시다. 라고 생각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떤 거창한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집을 고치는 모습에서 묘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이 감정의 흐름을 경험하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박찬용 작가님은 ‘유난한 사람’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확한' 유난을 가진 사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는 흐릿하게 두지 않고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유난 떤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유난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저라면 중간에 '유난'을 꾹 눌러 '무난'으로 돌아갔을 테니까요.
저는 유난보다는 무난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싫어하고, 부딪히는 것도 피합니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맞춰주고 양보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다 보니 뾰족한 취향이나 집요한 꿈 같은 건 저와는 조금 먼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처음엔 작가님의 유난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유난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성산동 도시상점 서점에서 북토크가 열린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책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작가님의 첫인상은 글과는 다르게 아주 수더분한 분이었습니다. 그냥… 이유도 없이 도와주고 싶고, 응원하게 되는 사람있잖아요. 오래된 중고 옷을 즐겨 입고, 20년 된 차를 타고, 실사용에 무리만 없으면 계속 쓰는 사람. 말 그대로 '나는 무엇이 어디까지 필요한가'를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북토크 중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기 연배인 40대 이상인 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작가님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참 피곤하게 산다”
근데 20~30대들을 만나면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서울에서 자기 집을 갖는 것이 매우매우 어려워졌기에 오히려 구옥을 매입해 자기스타일대로 고치고 살고 싶어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작가님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가장 럭셔리한 삶은 장을 담가 먹는 삶이다.”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시계 담당으로 초고가 시계들을 자주 접한 작가님은 럭셔리의 기준이 명품도, 돈이 아닌 ‘내가 시간을 담그는 행위’라는 점이 좋았거든요.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습니다.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헐…(이마짚)
북토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난은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묻는 사람만이 유난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나는 어디까지가 필요한 사람일까?
조금씩 나만의 방식대로, 지금보다 조금 더 유난스러운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보고 싶어졌습니다.
<혼쯔유> & <우동 건더기 스프>
겨울에는 뜨근한 국물이 땡기잖아요.
요즘 에디터리님과 아침을 책임져주는 뜨끈한 국물의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몇 스푼 혼쯔유 넣은 것을 따끈한 물에 희석시킨 뒤 우동건더기스프를 양껏(우리 집이니까 ㅋㅋ) 넣으면 바로 김밥천국에서 먹던 그 국물 맛! 뚝딱입니다.
정말 우동면을 삶아 뜨끈한 우동을 집에서 먹을까 싶어 우동면도 사두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시리기 쉬운 계절, 국물로 간편하게 뜨끈하게 채워보시죠! :)
윤이나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신이 떠나도>를 무사히 출간했습니다! :)
매번 저희가 직접 모객하며 행사를 꾸미다가, 이번에는 알라딘 서점의 힘을 빌려(!) 도서와 함께 북토크 티켓을 판매하게 되었어요. 그것 빼곤 다 같습니다. ㅋㅋ
작품을 가장 빨리 읽어주신 이다혜 작가님이 흔쾌히 사회를 맡아주셨어요. 어쩐지 겹칠 것도 같았는데 두 분이 이번에 처음 만난다는 사실?!! ㅎㅎㅎ 우리들의 연말 파티가 될 것 같아요.
매번 지원사업으로 만나는 진흥원에서 유유히 대표 에디터리를 불러주셨습니다. 70명 이상의 진흥원 직원들 대상으로 2시간 강연을 해달라는 말에 11월 내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는.... 위트보이의 손을 빌려 58장의 PPT를 작성해냈다는...! 놀라운 이야기. ㅎㅎ
또 놀라웠던 건 진흥원에서 근무하는 옛 선배를 만나(크흐.... 선배..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더니 욕이라며... ㅋㅋㅋ) 그간의 안부 근황도 나누고 얼굴 마주하니 참 좋았고, 덕분에 긴장이 풀려 100분을 쉬지 않고 혼자 떠드는 일이 벌어졌다죠. :)
무사히 강의를 마치고 전주 시내로 와서 잠시 쉬다, 근처 책보책방에 들렀다가 송강원 작가님의 <수월한 농담>을 발견하고는! 책방 대표님께 꾸벅 인사하고 신간 <신이 떠나도>도 덥썩 안겨드리고 왔습니다. 만족스러운 출장이었어요.
일이었지만, 잠시 전주 너른 하늘과 바람을 잘 쐬고 12시간 만에 무사히 고양시로 다시 돌아왔다는 뉴우스-
강의 자료 기깔나죠 ㅎㅎㅎ 살짝 보여드리면서... 총총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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