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해야 했던 딱 하나의 질문은 바로,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걸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좋아하나?" 였다.
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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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쌀쌀해진 아침 저녁의 기온이 자꾸만 따뜻한 온기 쪽으로 기울게 합니다.
어느덧 10월하고도 며칠 남지 않은 요즘, 환절기 몸과 마음의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차분해지는 계절로의 진입을 순조롭게 마치셨을지 궁금합니다.
책을 만드는 일. 19년째 하고 있지만 어쩐지 일을 할수록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지?' 하는 생각을 곱씹을 때가 많아졌던 요즘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유유히'를 만들었지만, 매일 일을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고민에 부딪혔고요. 꿈쩍 않는 판매량을 보면서 뭐라도 다른 걸 해볼까, 다른 출판사들은 어떤 걸 하고 있나 고개를 빼들고 이리저리 돌아보다 보면 유유히여서 잘하고 있는 일보다 다른 출판사보다 부족한 점이 줄줄이 풀려버린 두루마리 휴지처럼 끝도 없이 끌려 나옵니다.
이런 와중에 환기의 타이밍이 운 좋게 찾아왔습니다.
밀리의서재 주최로 202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다녀오게 된 것이지요. 10월 14일(화)부터 10월 19일(일)까지 4박 6일이라는 빡센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고 왔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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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 임직원 10명 그리고 출판인 10명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유유히 에디터리 찾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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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던 건.. 어언 2009년...
얼마나 도서전이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저 또한 3년 차에서 19년 차가 되었으니 감개무량하기도 했고요. 그 무엇보다 지금 유유히에서 멀리멀리 떨어져 다시 한 번 유유히의 자리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비행시간 무려 14시간, 1만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그곳에서야 비로소요.
빼곡한 미팅 스케줄만 쫓아다니느라 바빴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참관'과 '견문'이 목적이었으니 좀더 여유로이 도서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크기의 홀이 6개나 되었으니 2만 보는 하루에 거뜬히 걸었고요. 세계 원탑 대결을 벌이는 출판사들의 부스 규모와 열띤 미팅 현장을 담 너머로 쳐다보며 입을 다물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도 끼고 싶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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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사(세계 각국의 에이전시) 부스만으로 빼곡했던 판권 미팅 현장
(미팅 예약이 되어 있는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으나 어렸을 적부터 탐정소설을 많이 읽은 에디터리는 부스 벽을 돌고 돌다가 발견한 관계자 출구를 통해 느긋하게 들어가기에 성공했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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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으로 입체적 느낌을 낸 부스에서의 관계자 미팅들. |
한 칸의 아담한 부스에서도 충분히 비즈니스 미팅이 가능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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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있는 게 출판사 부스인가 아이돌 팬카페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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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만 출입 가능했던 15~16일(수,목)과 달리 17일(금)에는 일반 독자들이 모여들면서 인파에 치이는 경험을 여기서도 했는데요. 유럽도 성인의 47%가 1년에 1권의 책도 안 읽는다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책이 곧 즐거운 놀이이자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라는 걸 실감하는 도서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는 전 세계의 점 하나를 맡고 있는 유유히가 앞으로 수만 수백만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발굴하고 또 소개할 수 있을지, 모처럼 가슴이 설레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어요.
조금 더 자세한 견문록은 현재 밀리의서재 밀리로드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 회원이 아니더라도 로그인만 하면, 저뿐 아니라 함께 다녀온 출판인 분들의 다양한 도서전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편하게 살펴보세요.
언젠가 유유히의 책들도 유럽 독자들에게 선보일 날을 꿈꿔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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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멀리 가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시내에서, 시 외곽에서, 운 없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실업수당을 받으려고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창고보다도 추운 집에서 지내며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 한번은 세인트멀린스에 사는 남자가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요금을 내러 왔는데, 그 사람 말이 지프를 팔아야 했다고, 빚을 생각하면, 은행에서 압류가 들어올 걸 생각하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p.22~23)"
이름도 낯선 작가 클레이 키건의 책이 어쩌다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 그 시작은 잘은 모르지만 정점이 지난 뒤 뒤늦게 읽기 시작한 책은 비행기 독서등 아래에서 단숨에 읽게 만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2022년 오웰상(정치소설 부문)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스산하고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연말을 향해 가는 요즘, 만나기에 딱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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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많은 분들이 올려주신 송강원 <수월한 농담>의 리뷰 가운데 밑줄 긋고 함께 나누고픈 문장들을 나눕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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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로운 님 (@re___dfox)
p.237
슬픔이 파도 같다는 사실을 배웠다. 바다에 파도가 없기를 바랄 수 없었다. 파도를 마주하는 마음으로 슬픔을 보았다. 큰 파도가 덮칠 때는 힘을 빼고 몸을 맡겼다. 한참을 몰아치다가도 어느새 잠잠해지면 물 위로 떠올랐다. 파도는 바다가 생명이라는 증거였다.
제가 책을, 제가 에세이를, 제가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것인 것 같아요. 언젠가 제가 부모님을, 소중한 사람을, 애정하는 존재를 잃는다면 이 책을 찾을 것 같아요. 슬픔의 파도 앞에 두 팔 벌린 채로 서서 기꺼이 그 파도에 휩쓸리고, 떠오를 때까지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원 님의 책을 봤기에, 강원 님과 옥 님의 이야기를 읽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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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 님 (@seoul.gyeong)
p.128
엄마를 보고, 듣고, 안을 수 없다. 보고 싶을 때 '보고 싶다'라고 쓰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연해서, <수월한 농담> 마지막 장을 읽는데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났다. 그런데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엄마에게나 아빠에게나 하고 싶은 말을 미루지 말자고. 기쁨과 행복감, 어떠한 환희뿐만 아니라 슬픔과 절망과 아픔마저도 나누자고.
2025년 올해의 에세이. 이 책을 펼치고 덮었을 때가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이 올해 중 가장 많았던 9월 말 10월 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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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춤 x 오케이 슬로울리 〈나를 이루는 조각〉 워크숍 모집 2025. 11. 8(토) 1pm
단춤 작가와 함께 종이 콜라주로 나만의 감정 액자를 만들어 보는 〈나를 이루는 조각〉 워크숍을 대전 오케이 슬로울리에서 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아침에 만난 따스한 햇살,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 누군가에게 받은 다정한 인사, 곁을 지켜주는 이의 사랑. 나를 이루는 조각은 어디서 왔을까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구체적인 모습을 띠지 않은 채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조각들을 자르고 붙여 ‘나만의 감정 액자’를 만들어 봐요. 나를 지탱해 주는 조각들, 나열할수록 선명해질 마음들을 찾아 떠나 봅시다.”
단춤 〈나를 이루는 조각〉 워크숍 l 날짜 : 2025년 11월 8일(토) l 시간 : 오후 1시 - 오후 3시 (2시간 소요) l 인원 : 최대 5명 l 참가비 : 3만 5천 원 (티와 샌드위치 포함)
l 준비물 ✓ 작업의 바탕이 될 기록물 (사진, 일기 등등) ✓ 즐겨 쓰는 필기구나 콜라주에 함께 사용하고 싶은 재료가 있다면 지참해 주세요.
☘︎ 그날 만든 작품을 담을 액자는 단춤 작가가 선물로 준비합니다.
l 신청 : 문자(0502-1939-0607) / DM 하나은행 660-911526-12807 (양*혜) 참가비 입금 후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 단춤 (@danchoom) 인형 제작자, 만화가. 계절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일어난 감정을 기록합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이달의 마음』 『감정 사전』이 있으며 독립출판물로는 『두터운 마음』 『우리만의 적막』 『커져버린 눈물』 『기다림의 다정을 믿어』 『낯선 일상이 보낸 편지』 등이 있습니다.
- 𝘐𝘵’𝘴 𝘰𝘬𝘢𝘺 𝘵𝘰 𝘣𝘦 𝘴𝘭𝘰𝘸𝘭𝘺. 𝙤𝙠𝙖𝙮 𝙨𝙡𝙤𝙬𝙡𝙮 오케이 슬로울리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 828번길 52, 1F Tue - Sat⠀9am - 3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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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EP154. AI 시대 멸종 위기 출판과 번역 그 사이에서 (노지양, 송섬별 번역가) [커피타임]
커피타임 최초 번역가 특집. 섭외 1순위 노지양, 송섬별 번역가님을 모셨습니다. :)
번역뿐 아니라 글도 쓰는 두 사람. 번역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 정직하게 결과물이 나온다면 글쓰기는 며칠 동안 한 글자도 못 쓰다가 생각의 끝에 다다라야 나오는 것!
번역료의 현실이란... 그저 그 고료에 맞춰 살게 되어도 감당하는 삶.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작품은 싫은 걸 덜 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담당 편집자가 이 책을 좋아하는구나 알게 되면 같이 기분 좋게 하게 되는 일.
이번 기회에 두 번역가 분들의 하고 싶은 분야를 모집합니다!
"에세이 잘하지만 소설 원합니다" - 노지양 "스릴러 소설, 자기계발서도 잘합니다" - 송섬별
적극 맡겨주세요. ㅎㅎㅎ
대표작(또는 홍보작)
저스틴 토레스 '암전들' 송섬별 번역 (열린책들) 그레텔 에를리히 '열린 공간의 위로' 노지양 번역 (빛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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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부장님 종괴 제거 수술 실밥 제거 성공
열여섯 살 인생 처음으로 몇 년간 왼쪽 눈가 위쪽으로 있던 뾰루지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이 심상치 않아, 제거 수술을 했고 비만세포종(악성)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거한 종괴의 악성도가 높지 않아서 더 깊은 곳까지 피부를 제거하는 대신 지켜보자는 진단을 받았지요 휴~!
이제 흉터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딱 일주일만 더 넥카라를 하기로 했어요.
덧나지 않게 끝까지 잘 관리해볼게요 :)
모든 냥이들아 행복하기만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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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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