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슬픔도 하나인 걸까
하나밖에 없는데도 너무 커다랗고 많은 것
빗방울처럼 맺히지 않는 곳 없이 내려서
그러다 기척도 없이 얼룩이 되는 일을
우리는 알 수 없어서
비가 그친 줄 모르고 우산을 함께 쓰고 걷는다
- 서윤후 <하나 둘 세어보는 수만 가지 방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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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톡 뉴스레터 덕분에, 2주에 한 번,
지난 보름 동안의 나는 어땠지, 하고 곰곰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감이 있는 거 괴로우면서도 참 소중합니다.
레터를 보내기 18시간 전, 모처럼 오전 6시에 일어난 저는 그간 밀린 영어 듣기 문제를 풀었습니다. 갑자기 영어요...? ㅎㅎㅎ
너무 소중한 기회로, 다음 달에 무려 202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장을 다녀옵니다.(밀리의서재 고맙습니다 꺅) 그래서, 급하게 9월부터 재밌으면서도 단호한 선생님을 만나서 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있어요. 문제집을 풀면서 생각했죠. 아 이 나이가 되어서도 숙제를 몰아서 하고 있다니.. 껄껄.
오랜만에 해외 출장(10월 중순에 가요)을 잘 다녀오겠습니다. 레터 후일담도 기대해주세요. :D
아무튼, 유유히는 무사히 <수월한 농담> 배본을 마쳤습니다. MD 미팅 최장 시간 기록이라는 뿌듯함이 채 가시기 전에 이번 주에는 알라딘 메인 '화제의 책'으로 소개가 되었어요. 이럴 땐 마치, 내 아이가 운동회에서 일등으로 뛰어 들어오는 결승라인에 서 있는 엄마가 된 기분이랄까요. 아유 장하다 장해!!!!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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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MD님의 애정으로 메인에 송강원 작가님의 <수월한 농담>이 걸렸습니다.
제 눈엔 우리 책만 보이는 놀라운 매직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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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난 9월 13일 토요일은 잊지 못할 날이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한 달 전쯤이었나요, 송강원 작가님으로부터 이런 제목의 메일이 날아옵니다.
[수월한 농담] 출간일과 출간 파티
당장 열어본 메일에는 강원 님의 절친 찐친이자 룸메이트인 봉봉 님이 출간 기념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날짜를 의논하면서, 그날 책도 판매할 수 있을지 물어보셨죠.
'와! 편집자 19년 인생 처음이야. 작가님의 출간 파티라니!'
놀람과 설렘과 흥분. 그리고 더불어 이럴 때를 대비해 제가 준비해둔 게 있지 않았겠습니까(보고 있나요 위트보이님. 우리의 선택은 옳았습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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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란~~~ 무선 단말기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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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비가 세차게 내려서 공기가 한없이 달았던 토요일.
강원 님은 서촌 행사장으로 가기에 앞서, 유유히 사무실로 와서 홍보 발송용 리스트 사인 작업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사인 문구를 한참 고민하기도 하고, 책 사인을 위해 사인을 만들었다며 뿌듯해하던 작가님을 보며 저도 빙그레 마주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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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행사장 가기 전에, 매대에 놓여 있는
<수월한 농담>을 찾아 기념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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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이틀 장사해본 솜씨가 아니죠. ㅋㅋㅋ 도서전에서 갈고 닦은 영업 멘트도 준비. 책이 많이 남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무색하게 65명 손님이 몰려오셨고, 무사히 판매를 마쳤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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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진짜, 이런 친구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시간 지날수록 더 알게 될 끼다.”
내가 아는 슬픔은 이제 깊고 선명하다. 죽은 엄마는 내 안에서 선명한 슬픔이 되었고, 이 슬픔을 친구들이 알아보고 함께 돌봐준다. 혼자일 때도, 함께일 때도 슬픔을 살아내는 일을 참지 않는다. 친구들 이름 앞에 ‘우리’라는 단어를 즐겨 붙이던 엄마 덕분에, 우리는 더 깊은 우리가 되었다. 엄마가 엄마도 모르게 선물해준 우리는 엄마를 함께 추억한다. 나는 기꺼이 치대고, 기대어, 엄마 없는 삶을 살아낸다.
- <엄마 말은 틀리지 않았다> 중에서 (송강원 <수월한 농담> p.215~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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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제가 본 것은 한없이 다정한 포옹과 그간 애썼다는 토닥거림, 말없이 눈빛만 마주쳐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깊은 우정, 말 한마디에 쏟아지던 탁 트인 웃음소리, 귀여운 친구들의 축하공연에 보내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감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연스레 흐르는 눈물까지 애틋하게 나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귀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완성시켜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저 또한 마음으로 굳게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세상에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누군가를 맘껏 축하해줄 수 있는 자리에 냉큼 달려가 큰 박수를 보내는 일, 웃고 떠들며 옆에서 손 한번 더 잡고 곁에 있음을 같이 느껴야 하는 거라고요. 그날의 기억이 한없이 기분 좋은 2025 가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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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곁에 서는 마음의 기록 <법정 밖의 이름들(서혜진)>
"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주로 범죄 피해자 관련 사건을 맡습니다. 피해자 측의 일을 많이 해요.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자문도 많이 합니다."
"아, 인권 변호사 같은 건가요? 그러면 돈은 좀 안 되겠네요?"
15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를 바꾸겠다거나 대단한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마음 없이, 단지 조금 민감했고 주어진 일을 성실히 했으며 하루하루 버티듯이 피해자를 변호해왔다고 말하는 서혜진 변호사님.
조금은 딱딱해보이는 표지와 달리, 책을 펼치는 순간 겁나 멋진 수트 차림에 확신에 찬 눈빛으로 긴 머리를 휘날리며 피해자 손을 잡고 법정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언니가 등장합니다(멋있으면 다 언니!!!).
읽기만 해도 괴로운 피해자의 사연은 잠시, 손을 맞잡은 변호사 서혜진 작가님의 시선과 현재 법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란으로 바위 치듯 나아가 마침내 바뀐 판결을 눈앞에 목도하는 장면 등 책을 펼치기 전에 반쯤 무기력하고 피곤하게 바라보던 제가 다시 자세를 똑바로 세우고 집중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어제오늘 늘 뉴스거리가 되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해서는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그냥 합성된 거잖아요.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수사가 어렵습니다' 하며 피해자를 법 밖으로 떠밀던 일이 더이상 '잡히지 않는 범죄'가 아니라 '딥페이크 성범죄'가 되었다는 것.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응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조금 안도가 되기도 했고요.
매일 출근하면서 듣는 코레일 안내방송에서 승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라는 말이 늘 생선가시마냥 콕콕 걸렸는데(아뇨. 저는 수치스럽지 않은데요. 수치심은 그놈이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수치심'이라는 말이 언제적 말인지, 성폭력이 '정숙한 부녀자'에게만 해당되던 고리타분한 옛날의 법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낡은 말이라는 걸 설명해줄 때는 내 속이 다 시원해져버렸습니다.
2025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거절보다 "그래요, 우리 잘해봅시다" 하고 선뜻 손을 맞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질 책이 틀림없었습니다. 법정 밖에서, 치열한 싸움 끝에 남은 마음들을 한 권의 책으로 남겨준 서혜진 변호사님께 멀리서 큰절을 올리는 마음을 가지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국가소추주의 형사법 체계 아래에서 범죄 피해자의 권리는 늘 주변화되기 쉽다. 하지만 피해자 역시 당연히 기본권을 가진 주체이자,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의 주인이다. 국가는 이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피해자의 자리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다.
나는 이 당연한 말들이 당연하게 지켜지기를 바라며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바는 딱 하나이다.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든 오늘 들은 목소리가 나에게 남을 것이다. 말이 닿는 자리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 <나가며 : 말이 닿는 자리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 중에서
연일 지치는 일상 속에서, 한국사회에서 지치고 뉴스마저 해롭다 하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건네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 맘껏 자유롭게 해나가는 여성들의 등 뒤에서 단단한 응원을 보내는 책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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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팟캐스트 좋아해요? 들을 게 많습니다. 꺅 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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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팟캐스트 <비혼세> : "엄마, 죽는 게 참 쉽지 않제?" with 송강원 작가 sponsored by 책 <수월한 농담>
팟캐스트 비혼세가 난자도 정자도 없이 낳은 자식을 공개합니다. 죽음과 마주 앉은 엄마 곁에 사는 이야기를 나눴던 강원 님의 어머니께서 떠난 후 1년, 수월할 수도 농담이 될 수도 없을 것 같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어요. 파워관종 자식의 대유난 수목장에 초대합니다.
깔깔 모먼트가 이렇게나 많을 수 있다니. 진행자 비혼세님의 입담과 그에 못지 않은 텐션의 송강원 작가님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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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팟캐스트 <탐독주의> : 사랑이란 이름의 가장 용기 있는 우정 & 남아있는 이의 삶에 대한 찬가
제가 유독 좋아하는 마케터 제이님, 이 분의 책 소개를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빨려드는 기분이 들어서 늘 감탄을 하게 되는데요. 제이님의 감상이 궁금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얼마 전에 독립해서 차린 채널 <탐독주의>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이번에도 역시 감탄하고 말았던 제이님의 감상평을 살포시 남겨봅니다.
"슬퍼요. 슬픈데 감정만 담긴 게 아니라, 죽어가는 엄마 앞에서 자신의 삶도 한번 돌아보고 엄마와 나의 관계를 기록해보는 거예요. 이게 작가님의 애도의 방식이다. 엄마는 죽음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나는 그 곁에 어떻게 있었는지, 중간중간에 영화 플래시백처럼 과거가 소환되면서 그때 엇나간 감정과 기억도 나오고, 죽음을 지나가면서 남겨진 글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엄마의 죽음 이후의 글이 너무 슬퍼요. 엄마가 아예 등장 안 하는데 너무 슬퍼, 엄마가 어떻게 살으라고 남겨준 얘기를 기반으로 작가님이 이미 살고 있으니까, 아름다운데 슬픈 거예요. 마냥 슬프지 않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슬퍼요. 이런 사랑과 오해와 관계들이 나를 만들어주었는데, 영원하지 않다는 걸 가르쳐줘요.
슬픔을 우리가 천천히 바라본 적 있었을까. 바다색이 마냥 파랗지 않듯이, 슬픔을 한참 바라보다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가님이, 대견하다, 멋지다,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상실을 딛고, 비슷한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나는 이랬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책이어서 끝까지 빨려들어가면서 읽었습니다. 이런 책이 있었던가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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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창작하면서 출판사 창업하기 (민지형, 수신지 작가님)
이번엔 <수월한 농담> 아니고요 ㅋㅋ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출간 축하! 3쇄 축하!
구 서울역, 광주, 책 팔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바쁘다 바빠
라우더북스 민지형 대표님이자 작가님!
책 한 권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는 3개월 차 대표의 고됨과 기쁨. 사업? 창작? 자신만만 귤프레스 대표 수신지 작가님의 비법을 탈탈 털어봤습니다. 출판계를 뒤흔든 <며느라기>의 등장, 기억하시나요? 인스타툰 연재와 귤프레스 오픈과 책 작업 및 굿즈 제작 등을 모두 해냈던 신나던 과거의 나여...! 1쇄 7,000부를 민사린닷컴에서 완판! 온라인서점 여기저기에서 책을 달라고 두드렸던 2018년의 레전드.
그리고 창업 3년을 채워가며 MD 미팅 시간을 이제 조금씩 적응.. 중인 에디터리.
이 셋이 모여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해보지 않고 모를 일,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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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원 x 홍승은 <수월한 농담> 첫 북토크
송강원 작가님께 이 책이 어떤 분들에게 가닿으면 좋겠는지 물었던 적이 있어요.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연결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넌지시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저 또한 이 책을 시작할 때에는 소중한 선배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고, 원고를 받는 와중에 선배와 영영 이별을 했고, 책을 지으면서 소중한 나의 작은 고양이 하나를 떠나 보냈고 이제 겨우 한 달이 막 지났습니다. 문득 파도가 몰려오듯 그리움이 훅 차오를 때면, 그곳이 어디든 그냥 눈물을 후드득 흘립니다. 눈물로 퍼올려야 가슴 가득한 슬픔과 그리움을 비워내며, 또 그 순간에 선배와 하나를 향한 여전한 마음을 충분히 느끼면서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고 있을 슬픔을 함께 나누러 오셔도 좋고,
강원 님을 쓰는 세계로 안내한 홍승은 작가님과의 우정과 글쓰기 이야기를 들으러 오셔도 좋습니다.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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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9월 24일 수요일 오후 7:30
장소 : 문학살롱 초고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2호선 합정역)
참가비 : 15,000원
신청 : 유유히 인스타그램 DM(@uuhee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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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볼래요? <수월한 농담> 서평단 모집 두둥!!!!
모집 인원 : 30명
모집 기간 : 9월 15일~ 21일
참여 방법 : 유유히 인스타그램 팔로우 + 서평단 모집 게시글에 댓글로 기대평을 달아주시면 신청 완료
당첨자 발표 : 9월 22일(월)
자세한 사항은 유유히(@uuheebooks)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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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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