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의도 주차장에서
'매니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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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마감과 출간이 겹쳐 유난히 분주한 나날이었습니다. 작은 출판사에서는 누군가 한 가지 역할만 맡기보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업 담당이 되기도 하고, 회계 담당이 되었다가, 때로는 사진 작가나 운전 기사가 되기도 하죠. 그 일들을 잘 감당하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번 유유히톡에서는 제가 맡고 있는 여러 ‘매니저 역할’을 중심으로, 그런 전환의 순간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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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매니저
9월 8일 월요일 (형광 표시는 위트보이 매니저 혼자 움직임) 10:20 제본소로 출발(파주) → 11:00 제본소 도착, 홍보용 도서 수령 및 인쇄 확인 → 11:30 점심 → 12:00 SNS용 책 사진 촬영 → 13:00 교보문고 MD미팅(파주) → 14:00 예스24 MD미팅(여의도) → 14:20 홍대 사무실 이동 후 짐 옮기기 → 15:00 KBS(여의도) 주차 후 방송 녹음 (15:30~17:30) 대기 → 18:30 은평구 동물병원 방문 후 하루 약 픽업 → 20:00 귀가(고양)
이날은 제본소 방문, 에디터리님의 서점 미팅 두 건과 라디오 출연까지 이어진 빡빡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이나 자차로 움직이기엔 제 시간 안에 못 갈 것 같아 이날은 제가 로드매니저로 활동했습니다. 원래는 홍대 사무실에 홍보용 도서를 두고 나서 동물병원에 들러 하루 약을 받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짐을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차 뒷자석에 에디터리님의 녹색 에코백이 보이는 겁니다. '어? 이거? 방송 때문에 챙긴 책들 같은데...?'
그 사이에 예스24 미팅을 마치고 나온 에디터리님은 우체국에 들러 전날 미팅한 MD분들 도서 발송을 마치고 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하는 말은 "어?!!! 맞아요!!!! 그거 필요해요. 다시 여의도로 와주세요."
휴..... 또..... 그렇게 해서 저는 방송국 근처에서 대기를 하게 되었고 지금 이 레터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KBS 주차장에서 방송이 끝나길 기다리는데, 진짜로 매니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출판사 일이라고 하면 흔히 책상 앞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이런 뒷모습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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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 매니저
저는 원래 짐 없이 단출하게 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했습니다.. 과거형이죠 ㅋ 유유히에 일하면서 저는 바리바리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보조배터리, 우산, 충전케이블, 물티슈, 결제카드, 각종 필기구 등 에디터리님과 함께 다니면서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에 챙기다 보니 어느새 가방이 가득차게 됩니다. (이런 저를 에디터리님은 "도라에몽"이라고 부릅니다)
에디터리님은 워낙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물건을 놓고 출발한다거나 당일 개인 일정을 깜빡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몇 번 이런 일을 겪다보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에디터리님의 유유히 스케줄뿐만 아니라 개인 스케줄도 공동 캘린더에 넣어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당일 일정을 확인하고, 중요한 물건이 있으면 미리 출발 전에 챙겨둡니다.
“개인 스케줄까지요?” 하실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잊었던 약속이 갑자기 등장하면 업무가 중단되고, 그 여파가 제 업무까지 번지거든요. 또 놓친 물건은 챙겨서 제가 달려가야 하니… 어디 가기 전엔 꼭 “이거 챙기셨나요?”라고 확인합니다. (이번 주에도 두 번이나 놓고 갔다는 건 안 비밀…😅)
2인 출판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놓친 일정 하나, 빠뜨린 물건 하나가 곧 업무의 연쇄적인 지연으로 이어지니까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전체 리소스가 낭비되기 때문에 바짝 관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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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매니저
이젠 많이 아시겠지만 저는 유유히 살림도 맡고 있습니다. 유유히 시작 전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영업관리 업무일은 별거 없겠지 했는데요. 이게 무슨 일이죠!? 생각보다 잡무들이 많았습니다.
주문 및 반품 관리, 계산서 발행, 비용 입금 처리, 전표 정리, 물류 관리 등 각각의 일은 난이도가 낮고 크게 품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영업관리 영역도 작은 출판사에선 중요한 업무입니다. 자잘한 일이라고 미뤄두면 나중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제때' '제대로' 처리해줘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일은 영업보고서 작성입니다. 매월 초 서점 계산서를 마감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통 서점 마감 후 다음주에 영업회의를 하는데요. 숫자로 한 달을 요약해놓은 표 앞에서, 긴장도 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작은 출판사의 한 달이 이렇게 숫자로 보이는게 아직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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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매니저들
이 외에도 저는 디자인 매니저, 청소 매니저, 기분 매니저, 마중 매니저가 됩니다. 각종 홍보 이미지들을 만들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에디터리님의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일까지. 유유히에서는 “이 일은 제 담당이 아닌데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덧붙여, 하루 매니저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하루가 저를 앞발로 톡톡 치면 저는 바닥에 앉아 엉덩이를 두드려야 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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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사실 에디터리님과 저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정확히 반대입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오히려 서로의 빈틈을 메우고 유유히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혼자였다면 버거웠을 일도 둘이니까 감당할 수 있고, 누군가의 약점은 다른 누군가의 강점으로 채워집니다. 작은 출판사에서 매일을 이어가는 방식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의 틈새를 메우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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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트보이 픽은 Eiji Kitamura & Teddy wilson <AFTER YOU'VE GONE> 앨범입니다.
요새 저는 클라리넷에 빠져 있습니다. 목관악기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에 꽂혔달까요. 자연스레 클라리넷 연주가 들어간 앨범을 찾다가 알게된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경쾌한 스윙 리듬을 베이스로 클라리넷과 피아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앨범입니다.
커피 한잔하며 잠시 쉴 때 함께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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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한 농담> 출간
작년 8월 27일. 첫 메일을 주고받은 날로부터 꼬박 부지런히 원고를 쓰고 모으고 달렸습니다. 9월 10일 오늘부터 서점에 입고되어 여러분들을 만납니다.
엄마와 아들, 서로 닳도록 닮은 존재. 흔하디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마 이 책은 우리의 짐작과 기대를 기꺼이 넘어서 겹겹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겁니다.
죽음을 기꺼이 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와 그 뒤를 바짝 따르려 안간힘을 썼던 아들. 무엇보다 엄마와 아들이란 이름표를 떼고 한 사람의 생을 다채롭게 기억하고 싶은 바람으로 쓴 책입니다.
지난 1년을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또 강원 님이 소개해주는 옥님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 두 사람을 가까이 느끼는 날들입니다. 서로를 위하느라 오히려 곁에 두기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랐던 사이에서, 병실 침대를 붙여 어깨에 꼭 기대어 온기를 나누기까지.
사랑에는 사랑하는 존재의 부재를 감당하는 일까지 포함되는 거란 걸, 깨달아가는 시간들.
이 깊고 넓은 사랑의 이야기를 올 가을에 꼭 만나주시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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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한 농담> 북토크
첫 북토크는 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책이 세상에 나와 독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니까요. 그 설렘에 특별한 손님까지 함께한다면, 이 순간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이번 <수월한 농담> 북토크에는 송강원 작가님의 글방 선생님이자, 삶과 관계에 깊은 시선을 건네온 홍승은 작가님이 함께 합니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책에 담긴 이야기는 물론, 글을 쓰고 읽는 마음의 결까지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초가을 저녁, 문학 살롱 초고에서 펼쳐질 특별한 대화에 독자님들을 초대합니다.⠀✨북토크 안내💙장소 : 문학살롱 초고(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지하)💙일시 : 9월 24일(수) 저녁 7시 30분💙참가비 : 15,000원💙인원 : 25명(선착순)💙신청 : DM신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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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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