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리의 덧붙임
하나는 2011년 10월에 태어난 지 약 3주 정도 추정되는 아가 고양이로 제 품에 왔습니다. 홍대 주차장 어딘가에 탈진해 쓰러져 있던 것을 구조한 친구가 저에게 대뜸 안겨주고 간 것이었는데요. 다행히 24시 병원에 가서 2시간 정도 먹이고 체온을 올리니 튼튼해졌어요. 막 이직을 하려고 쉬고 있던 때라, 틈틈이 분유를 먹이고 종일 붙어 있으면서 지냈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동생 둘째로 가족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아기 때부터 마냥 활발했습니다. 수면바지를 기어올라 제 무릎을 차지해야 했고, 제 몸보다 세 배는 큰 하루의 꼬리를 잡으려고 야단이었습니다. 쑥쑥 커서 떠나기 전에도 14살이란 게 믿기지 않는 동안이었죠.
함께하는 내내 잔병 없이,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첫째 하루의 천식과 지방간 등의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든든히 집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주었어요. 작년 9월쯤부터 자꾸 토를 하기 시작해서 이 병원 저 병원 찾아갔었고, 올해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장 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요.
몸무게가 4.89에서 4kg로 줄어든 것이 수상해 병원으로 달려갔고 신장 수치가 급격히 오른 걸 발견한 게 8월 1일, 그리고 만성신부전 진단, 대사산증, 고나트륨혈증 등 심각해지는 순간들이 많아지다가 6일 0시에 응급으로 입원, 19시에 마지막 인사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20시에 떠나 보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에는, 긴 투병을 준비하며 주문했던 영양제며 수액 놓을 나비침들이 뒤늦게 도착했지요.
그날을 촘촘히 되새길 때마다 더 안고 있을걸, 집에 데려올걸, 더 쓰다듬어줄걸... 자꾸만 눈물이 나고 후회가 치밀다가도, 하나가 떠났다는 소식에 함께 슬퍼해주고 먼저 보낸 아이들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네주신 많은 분들의 댓글에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이 순간들을 감당한 거지? 하는 의문이 가득했는데, 그저 닥쳤으니 견딜 수밖에 없는 거라고, 온몸으로 깊이 아파야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아갑니다.
하나는 내내 저희에게 사랑만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에 많이 아픈 와중에 강급을 해야 하는 저에게도 확신의 사랑만을 눈빛으로 이야기해주었어요.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늘 자신에게 필요한 걸 늦게 알아챈 저였는데, 그럼에도 무한한 사랑을 준 하나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그 사랑을 많이 나누며 살려고요.
이제는 평온에 이르렀기를, 깊은 잠을 자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