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한 장염 기운과 왼쪽 허리, 골반과 고관절 통증에 시달리다 어제는 마음 먹고 병원 투어를 다녀왔어요. 우선 내과에서 며칠 죽을 먹거나 먹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사쌤과 커피는 약을 먹는 동안 마시지 말라는 약사쌤 처방을 받았고요.
일산에서 정형외과를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도수 치료 잘한다고 검증 받은 병원 없나 후기를 찾고 포기하기를 수개월 째... (그간은 망원동의 내맘 속 주치의 소호한의원에 의지했었죠. 약침 봉침 맞기만 하면 바로 일주일 살 만해지는 명의가 있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실패하고 또 찾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한 병원을 찾았는데... 얏호! 단번에 숨은 고수님을 만나버렸습니다. 모처럼 통증에서 벗어난 개운한 아침입니다.
송강원 작가님이 미팅 전에 자신의 원고를 다시 한 번 읽으며 뽑아본 키워드.
이 단정하고 가지런한 글씨체를 보세요.
도서전이 까마득해진 요즘, 저는 드디어 송강원 작가님의 에세이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그간 부지런히 또 성실히 매주 한 편씩 마감해주신 덕분에 원고가 모두 모였거든요. 지난 7월 4일, 송강원 작가님과 출간 일정을 의논하고 서로 머릿속에서 그리던 책의 컨셉을 공유하는 미팅을 가졌습니다. 구성을 3부로 잡고, 그 안에 글 순서 등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원고를 준비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미팅 이후로 2주간은 작가님이 퇴고를 하는 험난한(!) 시간을 가졌고(정말 고생했습니다) 무사히 퇴고까지 마친 완고가 저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짝짝짝)
이후 저는 책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실 송윤형 실장님과 만나 내용을 공유했어요. 저자-편집자-디자이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초기 과정에서 되도록 떠오르는 이미지나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나눕니다. 함께 서점에 가서 매대에 함께 놓일 책들의 실물도 살폈습니다. 디자이너님께 발주한 이후로도 소통의 오해나 구멍이 없는지 틈틈이 살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시시때때로 작업 중간중간 맘 편히 소통이 가능한 동료의 존재는 매우 큰 힘이 됩니다.
실장님이 서점에서 나오며 손에 쥐어준 <상식퍼즐> 중상급자용.
랩핑을 뜯었는데 너무 난도가 높더라고요? ㅎㅎㅎㅎ 옛날 생각하며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원고와 마주할 차례.
첫 원고 교정은 모니터로 바로바로 수정하면서 텍스트를 봅니다. 이야기에 푹 빠져 읽는 것은 이전에 기획안을 쓰고 구성을 하면서 밑줄을 그었고요, 이제는 좀더 좁게 초점을 맞추어 문장의 구성이나 단어의 뜻이 제대로 쓰였는지 접속사나 조사의 역할 등 촘촘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각 글의 제목도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이게 아이디어를 굴려봅니다. 그렇게 원고를 보다 보면 책의 제목이 불쑥 얼굴을 내밀곤 해요. 그렇게 만나는 제목은 평생 책의 이름이 될 테니 첫 느낌뿐 아니라 오래 기억에 남을 여운도 갖고 있으면 더욱 좋겠죠.
초교(PC교)를 보는 동안에는 밭을 고르는 농부의 심정이 됩니다. 고르고 고른 텍스트가 독자의 눈에 걸림 없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고요하고 차분한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원고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가 많은 편집자들이 달고 사는 말이거든요. 주로 수많은 소통을 하다가 모든 스위치를 끄고 오롯이 텍스트와 나만 남는 시간. 그 집중과 몰입의 시간 덕분에 지금 여러분이 읽는 그 책이 무사히 탄생했을 거예요.
그러니 읽기만 하면 되는 즐거움을 부디 되도록 많이 가져주시기를. (“남이 만든 책 읽는 게 제일 좋아” 편집자가 달고 사는 말 222)누군가 이 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책을 만드는 여정에 큰 힘이 된답니다.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칠게요.
이제야... 국중박에 빠져버렸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도 했고, 늘 뉴스에서 들려오기도 하고 굿즈가 인기라더라 하다가.. '루브르 박물관보다 연 관람객이 더 많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시큰둥하던 제가... 드디어 일주일에 두 번이나 국중박을 찾았네요. ㅎㅎㅎ
찌는 폭염에 지쳐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갈까 하다 떠올린 것이 국중박이었습니다. 현재 특별 전시중인 '새나라 새미술'도 볼 만하더라 하는 지인의 추천도 들었겠다, 쾌적한 실내로 나들이를 가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특별전시실은 주요 관람실 반대편에 있는 줄도 모르고 못 찾은 저. 결국 두 번째 방문에 성공합니다. ㅎㅎ 또 현재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며 열린 전시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시대별 전시를 보다가 고려 시대 청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직접 눈으로 보고요. (우아...!)
'사유의 방'에도 들렀습니다. 고요했으면 좋으련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빴습니다만, 반가사유상의 흐릿한 미소가 그런 사람들을 너그러이 품어주는 느낌이었어요.
방학이라 주말에는 인파가 몰리는데요, 국중박은 월요일도 휴무가 아니랍니다. 평일 오후 시간(오전에 주로 사람들이 몰려요)이면 충분히 여유롭게 시선을 두다 올 수 있을 거예요.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일요일: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수, 토요일: 10:00 ~ 21:00 (입장 마감: 20:30)
장안의 화제 넷플릭스 케데헌이 생각나버린..
옛날에는 백자 병에 저렇게 끈을 매달아 술을 받아 메고 왔다네요.
7월 24일 작업책방씀 <감정 사전> 북토크
인생 첫 북토크를 맞이한 단춤 작가님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는데요. ㅎㅎ
오랫동안 단춤 작가님을 아껴오던 독자분들이 속속 나타나셔서, 한없이 너그러운 시선으로 단춤 작가님을 바라보았답니다. 언제나 믿고 맡기는 다정한 진행자 윤혜은 작가님의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1시간 가까운 이야기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마주하고 싶지 않아 회피하고 있었던 감정들도 용기 내어 살펴보고 하나씩 글로 만화로 풀어냈을 단춤 작가님만의 고단한 시간들을 살짝 엿본 거 같기도 하고요. 작가님이 '외롭다'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샘플원고로 저에게 보내주셨었는데, 그게 작가님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여서였다는 이유도 북토크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부산에서 달려온 독자님, 손편지 전해주신 독자님, 평소 단춤 작가님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김그래 작가님과 하호하호 작가님까지 함께해서 더없이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세로 줄무늬와 가로 줄무늬의 만남! ㅋㅋ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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