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
일단 가까운 곳부터 가야겠죠! 이 건물은 홍대 산울림 소극장에서 신촌 방향 길가에 있습니다.
처음 이 건물을 봤을 때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주는 육중하고 매스한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표면도 매끄럽게 마무리되어 시공 품질도 높아보였습니다. 요즘엔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출되거나 구멍이 난 부분 없이 매끈하게 마무리된 건물은 만나기가 꽤 어렵습니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신경 → 시간 → 인건비 → 공사비 상승)
오! 잘 만들었는데.. 하면서 보다가 1층을 봤는데..
응?
1층 도로변 공간이 없네. 아니 막아버렸네??
비싸디 비싼 홍대 땅에 지은 상업 건물인데 1층을 안 쓰다니!
건축가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나중에 푸하하하프렌즈 홈페이지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보통 건물의 1층은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공간이니까
창문도 크고 길에서 잘 보이게 설계하곤 하는데,
그런 논리가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일상적인 행위를 어색하게 만들어요.
저는 커다란 창문 옆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행인들에게 소개되고 싶지 않아요.
건물 뒤편에 1층 임대시설이 있고 큰 창문이
길거리 대신 나무를 향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의뢰인은 건축가의 미래다"라는 말이... 지금 지어낸 말인데요... 건물을 완공하고 주고받은 자료를 정리하면서
의뢰인이 처음 보낸 메일을 봤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서교동에 단단하고 중심이 잘 잡힌 건물을 설계하고 싶다"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의뢰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하지만
의뢰인의 말 그대로 구현하려 하지는 않거든요.
저희는 처음에 길가에 큰 창문이 난 건물을 상상했었는데
어딘가 흡족하지 않아서 여러 번 계획을 갈아엎었어요.
어쩌다 보니 단단하고 중심이 잘 잡힌 건물이
이곳에 세워지게 되었던 거죠.
정말 멋진 생각 아닌가요? 이것이 1층 출입구는 뒤편으로 돌리고 창문은 길 대신 뒷편 나무를 향하도록 설계한 이유였어요.
정면에 보이는 오목하게 튀어나온 부분인 계단실도 재미있습니다. 그 공간을 숨기지 않고 또하나의 콘크리트 벽으로 레이어드해 공간감을 만들었어요. 별다른 장치를 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물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시끄럽고 번잡한 골목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건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