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선을 맡겼던 패딩 코트를 찾아왔습니다. 가볍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겨울마다 꺼내 자주 입고 다녔던 외투였는데 찢어졌었거든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일어나는데 테이블 다리에 튀어나와 있던 못에 걸렸나 봅니다. 찌지직 소리를 내며 패딩이 찢어졌습니다. 제 마음도 찢어졌습니다. 딱 봐도 티가 나게 코트 앞 오른쪽 아랫부분이 직각으로 찢어졌습니다. 예뻤던 패딩 코트가 한 번에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세탁소에 맡기러 갔습니다. 사장님은 '수선은 가능한데 티가 아주 많이 날 텐데 괜찮겠어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전 괜찮다고 했고 수선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수선을 마친 패딩은 꼬맨 티가 확 나더군요. 수선한 티는 났지만 그냥 입기로 했습니다.
분명 예전의 나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렸을 텐데 대체 뭐가 바뀐 걸까 궁금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우연히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화면 가득 옷으로 가득 쌓인 쓰레기 산을 봤습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에 잠시 멍해졌습니다. 그리고 늘 기본으로 입는 흰 면티셔츠 하나 만드는 데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충격!
그때부터 옷을 거의 안 샀습니다. 찢어지면 꿰매고 해질 때까지 입었습니다. 얼마 전 신발 밑창이 갈라지고 찢어져 더 이상 신을 수 없게끔 발등 부분과 분리되어 버리게 되었는데요, 그때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치약을 반으로 갈라 안쪽까지 남김없이 다 쓰고 버릴 때의 속 시원한 느낌이랄까요!
최고의 환경보호는 안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하면 안 사고, 만약 사야 한다면 최대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도록 노력합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브리타 정수 필터는 모아서 본사에 보내고, 온라인 주문보단 직접 장 보는 걸 선호합니다. 걸어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는 되도록 걸어갑니다.
이런 저도 가끔은 물건을 사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의 물욕을 없애버리는 마법이 단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환경 보호’
이 단어를 마음속으로 세 번만 외치면 머릿속에 쓰레기 산이 떠오르며 안 사는 게 최고의 환경보호지 끄덕이며 마음을 접습니다. 뜨거웠던 물욕을 차갑게 식혀버리는 마법의 단어입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10번 중 1번으로 물건 사는 횟수를 줄였습니다. 타율이 좋습니다.
누구나 사소하게, 아무도 몰라도 나는 뿌듯한, 지구를 위한 일들을 꾸준히 해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