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컴의 면도날 은유는 논증의 경제성 원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면도날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듯, 절약성의 원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모든 가설, 가정 또는 명제를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방법론적 도구로서 면도날 은유는 오늘날에도 천체물리학에서
의학에 이르기까지 과학 전반에서 자주 인용된다.
<철학의 은유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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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가 조용합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그런데요. 아마도 작년 11월 <용기있게 얼스어스>가 나온 이후 신간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빨리 우리 책들을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연료 삼아 고수리&단춤 작가님의 신간과 서울국제도서전 준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2025년을 맞이하면서 기존에 하던 업무 방식과 다르게, 좀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며 1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유히 출간 라인업을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특히 서울국제도서전은 유유히 출판사만의 색깔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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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획을 할 때 보통 100개의 아이디어를 만듭니다. 언뜻 100개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어,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아이디어,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 등 전체 중 80%는 첫 회의에서 사라질 아이디어들입니다.
나머지 20% 정도가 “어?”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정도. 그중에서 1~2개 정도만이 에디터리님이 엄지를 들 만한 멋진 아이디어가 나옵니다(물론 안 나올 때도 많습니다).
이번 유유히톡은 10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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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도서전 부스가 선정된 뒤 3월 말 첫 도서전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간 부지런히 도서전 아이디어를 찾고, 영감들을 수집했습니다. 지금에야 결론과 방향이 정해졌지만 지난 달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뒤엎고 다시 찾고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이 산이 아닌게벼ㅎㅎ)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고 이제 잘 갈무리만 하면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고생해서 만든 아이디어들을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거든요. 하나하나 이거는 꼭 해야 돼하면서 꼭 쥐고 있으니, 멀리서 보면 잡동사니만 잔뜩 모은 꼴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도 일이 풀리지 않아 바람이나 쐬자 하며 산책을 나갔습니다. 목이 마를 때쯤 단골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쭉 들이킨 후, 챙겨간 <철학의 은유들>를 보았습니다.
<철학의 은유들>은 표지를 보자마자 반해('이건 사야 해!') 책상에 놓고 틈날 때마다 챙겨 보는 책입니다. 철학책이라 쉽게 이해되는 책은 아니지만, 기욤 티오의 멋진 그림들과 함께 보면 마치 명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좋아 자주 봅니다.(제 기준 아름다운 표지 TOP 3에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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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유난히 복잡했던 생각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스르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컴의 면도날 은유는 논증의 경제성 원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면도날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듯,
절약성의 원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모든 가설, 가정 또는 명제를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가정하지 말라.”
14세기 영국의 수도사이자 철학자였던 윌리엄 오컴이 한 말인데요. 문제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보통 더 옳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붙잡고만 있다가, 결국 시간만 흘러가버렸는데요. 이 문장을 보고 용기가 났습니다. 면도날이 쓱~ 하고 지나가듯. 제가 붙잡고 있던 불필요한 가지들을 잘라내고 핵심만 남겼습니다.
‘유유히의 책과 유유히 팀원들의 매력을 멋지게 보여주자’
제가 세운 가장 단순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보여줄 수 없는 아이디어들은 모두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레고 블록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더미에서, 같은 색깔과 홈이 맞는 블록들을 모아 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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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드디어 3월 말, 이제까지 정리한 내용들을 모아 첫 도서전 기획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기획의 뼈대가 잡혀 있으니 회의는 수월하게 끝났고요. 요즘은 한창 디자인 시안과 제작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에디터리님은 회의를 마치고 감회를 이렇게 적어두었다고 합니다. '잔뜩 준비해준 위트보이 감사').
도서전을 준비하며 몇 번을 제 자신에게 물어본 질문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내가 꼭 쥐고 있을 건 무엇일까?”
앞으로도 생각의 가지치기가 필요할 땐 오컴의 면도날을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덜어내기’가 아니라,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시작'이기도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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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트보이픽은 <듄: 프로퍼시>입니다.
HBO에서 만든 영화 <듄>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영화 시점에서 무려 만 년 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듄 세계관 속 비밀스러운 조직 ‘베네 게세리트’의 탄생 과정을, 발리야 하코넨과 툴라 하코넨 자매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프리퀄입니다.
저는 SF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듄: 프로퍼시>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SF에 판타지, 정치, 스릴러 요소가 잘 섞여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연 건축물과 의상이었습니다.
웅장하고 권위적인 건축 양식,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인테리어, 상징성 있는 의상들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 같고, 눈에 꽉 찹니다. 프로덕션 미술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서늘한 공간감을 주는 장면들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멋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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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왓슨(왼쪽), 올리비아 윌리엄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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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죠. 주인공 발리야 하코넨 역의 에밀리 왓슨, 툴라 하코넨 역의 올리비아 윌리엄스 두 분 다 훌륭했지만, 특히 에밀리 왓슨의 카리스마는 정말 돋보였습니다. 드라마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입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 제시카 바든도 출연합니다! 에밀리 왓슨의 아역으로 등장하는데요. <빌어먹을 세상 따위(The End of the F***ing World)>를 보고 반했던 배우인데, 당시 앨리사 역할을 이렇게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죠. 남들 눈치 안 보는 똘끼 가득한 연기, 너무 좋았습니다.(이 드라마도 추천드려요!)
<듄: 프로퍼시> 시즌1은 총 6부작인데, 제겐 너무 짧았습니다.(더 줘…) 영화를 먼저 봐야 이해가 되는 장면들이 많아서, <듄>영화를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현재 시즌2가 제작 예정이며, 시즌1은 쿠팡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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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컨티뉴드] ep.14 소설가의 독서
몇 달 전, 알라딘 서점에서 "21세기 최고의 책(2000~2024)" 리스트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106인 중 장강명 작가님은 아래와 같이 10권을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추천 리스트를 읽다가, 장강명 작가님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 있었으니...!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소설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소설가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소설이라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에게는 어떤 책이 도움이 되는 걸까요? '인간학'이라고도 불리는 소설은 작품 속 캐릭터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말 그대로 이런 사람 진짜 있을 것 같아! 라고 독자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심리학 서적도 꽤 도움이 된다고요. ㅎㅎ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야가 좁아지는 독서,겠지요. 소설가뿐 아니라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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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둠칫 스테이션] EP135. 엉금엉금 책친구를 모으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
드디어 모셨습니다.
출판계의 루키!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님! 경력 22년 차..
그러나 대표로는 다시 0에서 시작! 이렇게 끝도 없이 일하는 거... 맞아요?
근데 왜 힘든데 웃고 있지.
"하고 싶은 게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쥐어주고 싶어요."
사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만나면 기운을 받는 사람.
늘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지금이야!' 하고 달려가는 대문자 P.
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우리 P는 못 속여요."
앞으로도 멋진 활약을 보여줄 터틀넥프레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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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한겨레문화센터 <뻔하지 않은 저자 기획법> 4기 시작합니다.
2007년부터 2025년까지, 지금까지 한 길만 파고 있는 책 만드는 일.
이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이유를 꼽자면, 저자와 함께 만드는 일의 즐거움이 가장 클 거예요.
저자 섭외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선인세 경쟁이 전부도 아닌 세계.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들 사이에서, "함께 일합시다" 하고 저자의 선택을 받는 좋은 업무 파트너가 되는 것.
잘 쓴 기획안 하나가 저자에게는 '구체적으로 내 책이 이렇게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감을 잡게 하죠. 기획안 하나로 편집부는 물론 회사 내부에 설득을 하고, 디자이너, 마케터 등 동료와의 최선의 협업을 만들어냅니다.
편집의 세계가 궁금하신 분들도 환영해요! 💛
개강일은 4월 22일! (최소 정원이 모집되어 개강은 확정, 아직 자리가 있습니다)
총 5주 간 2시간씩,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요.
일정 2025/04/22 ~ 2025/05/27
시간 화 19:30~21:30 (5회/총10시간)
정원 15명
수강료 320,000원
장소 신촌 한겨레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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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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