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코트로 간다. 어쩌면 이게 테니스 코트가 나의 인생 공간인 이유다. 텅 빈 공간에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 타인의 소리, 내면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순간을 보내고 나면 기쁨이 찾아오고 스스로를 관대하게 돌아보게 된다. 아내의 배우자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순수히 테니스를 좋아하는 개인으로서, 내 삶을 충분히 잘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매번 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로 귀결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을 다잡는다. 다음에 코트로 나가기 전까지, 한 주를 더 잘 살아보자고 말이다.(p.73~74)"
- 손현 <아무튼, 테니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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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뉴스레터 마감을 할 때마다 벌써 14일이 지나다니... ! 시간의 속도를 느낍니다.
지난 2주 동안 저에게는 모처럼 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기간이 찾아왔고요. 벚꽃이 한가득 핀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산더미 같이 쌓인 바위산을 하나씩 해치우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중입니다. 유유히의 9번째 책에 마음을 다하면서요.
이번 뉴스레터의 책은 <아무튼, 테니스>입니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테니스 공의 시점(?)으로 보이는 시원한 표지가 참 인상적입니다. ㅎㅎ 그간 저의 사랑, 풋살에 대해 여러 번 뉴스레터를 통해 이야기를 드린 것 같은데... 테니스에 대한 사랑을 잔뜩 신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제가 왜 풋살을 사랑하는지도 같이 떠올리게 되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되더라고요.
풋살인 관점으로 본 책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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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풋살장을 저도 참 좋아합니다.
비록 인조잔디이지만 기분이 단번에 좋아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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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열두 살 때, 테니스 레슨을 받다 그만두었던 손현 작가님은 다시 테니스 라켓을 쥡니다. 22년 만에 다시 돌아온 테니스 코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테니스를 배웠던 그때와 달리,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2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대학과 취업, 사회생활 등을 거치며 내내 경쟁에 시달리고 쓸모를 증명해야 했고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코치님과의 레슨 외에 '게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코치의 말에 "나중에 해볼게요."라고 대답합니다.
코트에서까지 경쟁하고 싶지 않다.
저도 정확히 이 마음이었습니다. 풋살은 취미의 영역으로, 늘 걷기만 하는 내가 뛰는 게 좋으니까, 안 쓰던 근육들을 쓰고 타인과 밀착하고 밀고 당기며 몸을 부딪히는 게 그저 재밌으니까, 코치님으로부터 배우는 여러 기술과 전략들이 매번 새로우니까 '우와! 신세계다!' 하고 지내온 시간이 어느덧 3년이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멤버들과의 합, 그리고 코치님께 배운 전략들이 한 번씩 성공할 때마다 그렇게 짜릿할 수 없습니다. 주고 받는 패스 끝에 골이 터지고, 환호를 지르고, 폴짝폴짝 뛰면서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할 때의 환한 얼굴들을 마주하는 것. 일주일에 두 번, 목/토는 풋살을 하기 위해, 남은 시간들을 충실히 일하거나 충분히 쉬면서 보내는 게 어느새 루틴이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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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손현 작가는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게임을 하게 되고, 그 게임을 통해 그간 레슨을 받았던 기술 중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깨닫게 되고, 기술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갑니다. "레슨 때 배운 걸 실전에 적용해보고, 실수가 잦은 동작은 다시 레슨 때 점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것이죠.
저는 작년 4월에 처음으로 풋살 때문에 펑펑 운 기억이 있습니다. 첫 대회도 아니었는데요(첫 대회 때는 여자 5팀 중 무려 5위를 하고 기념 양말만 받아 쓸쓸하게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인가... 일요일마다 게임을 두세 번 치르고, 마지막 4강에서 2,3위 전이 결정되는 한 게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코너킥에서 우리 팀 키퍼에게 패스하려던 볼이, 상대팀 선수에게 뺏겨 그대로 골이 들어가는 바람에, 경기는 패하고 말았습니다.
잔뜩 풀이 죽은 팀을 보면서,
또 그간 몇 주 간의 과정에서 내가 했던 무수한 실수가 누적된 결과인 것 같아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시상식이고 뭐고 엉엉 울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코치님으로부터, 또 무수히 전화를 걸어준 주장으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았고 덕분에 감정을 잘 털어내고,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팀이라는 건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같이 경기를 뛰고 있던 공동의 결과이고, 그건 승과 패 모두 적용되는 일이었다는 것을요.
혼자만 잔뜩 책임을 짊어지고(너 뭐... 돼?), 괜한 눈치를 보면서(1년이 더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하나였답니다... 나야...) 잔뜩 쪼그라들었던 마음. 그날 바닥을 친 덕에, 지난 1년은 더욱 더 훈련에 매진하고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상처받는 걸 두려워해서는, 아무 곳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걸 톡톡히 배웠죠.
지금 깨져야지, 구력이 더해갈수록 실력이 느는 거다.
잊고 있었던, 사회생활 처음 시작하던 신입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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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에디터리. 팀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서는 건 늘 설렘 반 긴장 반이랍니다. (팀 스코 @sko_f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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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열정, 끈기, 그릿과 같은 단어에 깃든 강인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인생의 어느 구간이든, 성장하려면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테니스를 치면서, 그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가치들도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무조건 포기하지 말라거나, 힘내라고만 외치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다독인다. '그만두고 싶을 때면 그만둬도 되고, 실패하거나 져도 괜찮다'라고 말이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p.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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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장에서 뛰는 동안, 저는 출판사 대표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나 딸도 아니고, 그저 풋살하는 사람이 됩니다. 강력한 슈팅 한 방 언제 때려볼 수 있을지 여전히 까마득한 실력이지만, 적절한 패스로 팀 공격에 도움이 될 때(저는 주로 수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시스트에 성공할 때, 재빨리 상대의 공격을 커트할 때, 코치님께 배운 기술이 먹혀서 '어 이게 되네?' 깨달을 때와 같은 소소한 성취를 매번 쌓는 중이죠.
이번 주 일요일, 다시 풋살대회에 참가하러 갑니다. 한 발 더 뛰고, 팀과 합을 잘 맞추는 선수로의 활약을 다짐합니다. 손에 땀을 쥐고 쿵쿵 대는 심박수를 느끼는 그 순간을 잘 만끽하고 돌아올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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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좋아해요? 보노보노 컵스프 단호박이 왔어요~💛
아침으로 그릭요거트를 즐겨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겨울 내내 추울 때는 따끈한 것이 생각날 때가 있었어요. 종종 보노보노 컵스프를 사 먹었는데, 어느 날 제 눈에 띈 것은...!
단. 호. 박.
단호박 좋아하시나요? 전 결혼식 뷔페에 가서도 단호박죽을 즐겨 먹는데요.
스프니까 향만 나는 거 아니야? 했다가, 쫀득한 질감까지 느껴지는 걸 보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벌써 다 먹고 재주문하려고요. >_<
단호박이 얼굴 붓기를 빼준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런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 ///
일단 맛있으니까 좋아요. ㅎㅎ
아침 든든히 챙겨 먹고 다니기! 약속합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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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유유히다운 멋진 책으로 나올테니 책과 함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유유히 책이 대박 나길 빌게요.
🐺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 많은 분에게 오래 사랑받는 책이 되길 바라며, 꽃 피어나는 봄날 만끽하시길요!
🐶 마무리 잘하시고요, 독자들 오래도록 만나는 책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준비하시는 책이 잘 되시길 빕니다.
🐈 애정하는 고수리 작가님의 신간이라니, 두근두근합니다.
🦄 한 명의 독자로서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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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리는 감동 중] 출판계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 힘이 난다 힘이 나!
고수리 작가님의 <쓰는 사람의 문장 필사>(가제)에 수록되는 문장들을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60여 곳의 출판사에 공문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수록비가 발생하는 경우, 이용허가서를 작성하고 비용을 지불하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분량이 짧은 경우) 허가서 대신 메일로 허락을 갈음하는 등 소통을 합니다.
이번 주는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출판사들로 공문을 발송하는 이메일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아직 18곳 정도 남았네요.. 할 수 있다 나야! 해내자!!). 출판사 편집부 혹은 대표메일로, 정확한 수신인을 모르는 채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는 일인데요. 특히나 각 회사별 공문 내용이 틀리면 안 되기에 더욱 긴장한 채 하나씩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메일 속에서 응원의 말들을 받았습니다. 그 한마디에 뭉클하기도 하고, 얼굴도 모르는 담당자님 계신 곳으로 마음속으로 꾸벅 정중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
이런 말 한마디를 받고 나면,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단순히 허락을 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 밖 동료들이 애써 지어준 책 속 문장들을 모아, 바통을 이어받아 달리는 기분으로 좋은 책 한 권을 짓고 있구나 하는 연대감을 느끼는 고마운 일이 됩니다.
정성껏 책을 지어 다시 동료들의 손에 쥐어드릴 날을 위해, 오늘도 달려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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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원 작가님 전격 출연! 팟캐스트 [비혼세]
매주 마감하느라 바쁘신 강원 작가님이 비혼세에 출연해, 비혼세 덕분에 책을 쓰게 된 사연을 풀어놓았습니다. ㅎㅎㅎ 저의 기획의 시작이 비혼세 방송(EP.237. 죽음과 마주 앉은 엄마 곁에서 with 강원 편)이었던 것부터, 편집자로부터 메일을 받은 작가님의 당시 기분까지..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방송입니다. 이렇게라도 간접 출연한 영광을 누리게 되어서 또 감사하고요... 즐겁게 들어주세요!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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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만화판매전 [칸새]가 열립니다 💛
4월 11일 금요일부터 12일 토요일까지, 유유히가 입주해 있는 홍대 플랫폼P 2층 라운지에서 열리는데요. 사전 예매가 진행되어 현장에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 온라인 동시 판매 리스트가 공개되어 공유드려요(TMM 로그인 후 볼 수 있다고 해요)!
유유히 도서로는 야마모토 사호 <데쓰오와 요시에>, 김그래 <엄마만의 방>을 판매합니다. :)
저도 금요일 오후에 가보려고 입장 티켓을 사두었는데요, 어떤 독립 만화 작품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흐흐. 오가다 보시는 분들 있다면 편히 인사 나누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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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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