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작가님이 처음 회사를 나와서 혼자 일하게 되었을 때, 이런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 1년간은 무엇이든 제안이 들어오는 걸 다 해보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해봐야 아는 거니까, 지레 나의 한계를 정해놓지 말고 일단 경험을 해보고 판단하자는 자세였던 거죠.
저도 회사 밖을 나오면서 똑같이 결심했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나도 몰라. 나에게 제안이 온다면 내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준 그 사람이 본 나를 최대한으로 꺼내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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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이번 2024 올차캠프 ‘지피지기 스타터 캠프 4기’에 협력사로, 유유히가 참여하게 되었죠. 올차캠프는 SBI 편집자과정을 가르쳤던 이옥란 대표님이 만든 출판 커뮤니티로, 편집자 취업 준비 프로그램인 ‘지피지기 스타터 캠프’에서 저는 예비 편집자 분들에게 특강과 멘토링을 하는 일을 제안받았습니다.
유유히를 창업하고 가장 바빴던 지난 2월에 갑작스레 들어온 제안이었지만, 결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거절이 아닌 무리를 택했습니다. 언제 다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저는 유유히의 원고를 담당하는 그룹 ‘유희’ 팀을 만나게 됩니다(이름도 참 잘 지었습니다 ㅎㅎ). 😻
출판사에서 실제 업무를 맡을 때처럼, 캠프 참여 멤버들은 각 멘토들이 제공한 원고를 가지고 편집기획서를 직접 작성해봅니다. 그리고 멘토와 함께 공부해온 동기들 앞에서 편집기획 발표를 합니다. 그날이 바로 지난 화요일, 같은 원고를 보면서도 편집자마다 각자의 생각으로 자유로이 컨셉을 뽑고, 어떤 책을 만들지 그려본 설계도를 공유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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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공한 원고는 쑥스럽게도 저의 책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만들 때의 제 원고였습니다(편집 이전의 원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저자 허락을 맡는 과정도 필요했으니까요, 제 원고가 마침 있으니 간편하게 했지요). 편집자님께 제출한 완전 원고(저자의 집필이 끝난 원고를 ‘완전 원고’라고 합니다) 상태였지요.
그러니까, 편집기획발표회 자리에서 저는 저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두 관점으로 봐야 했습니다. ㅎㅎ 진지한 자세로 두 달간 원고를 집중해서 읽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독자를 연구하고, 책의 판형 및 디자인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유희' 팀 멤버 분들의 발표 내용은 상당히 완성도가 있었습니다(이분들 편집자 안 하면 업계가 큰일 날 것 같아요 ㅠ 얼른들 데려 가시라).
원고가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 위해 새로 썼으면 하는 아이디어는, 제가 스스로 보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었고요. 어쩐지 엄마 미소를 띠며 발표시간 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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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다 듣고 난 뒤, 20여분 간 간략한 피드백을 진행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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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번이었지만, 캠프 멤버들을 만나면서 저는 자꾸만 2007년의 SBI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의 동기들과 겹쳐 보여서 몇 번을 눈을 비비기도 하고요. ㅎㅎ 직장인이 되어서 내가 구체적으로 뭘 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마구 지원하던 시간들과, 오지 않던 서류 통과 연락과, 그러다 우연히 만난 SBI에 지원하고 6개월간 저 포함 24명의 동기들과 복닥복닥하게 보냈던 시절이 자꾸만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18년이란 시간을 책을 만들면서 보낼 줄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요.. 네..
늘 눈을 반짝이며 집중해서 제 이야기를 들어준 멤버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그 시기의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한지, 너무 잘 알아서 모두의 취업 성공을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직으로의 성공..!) 이루기를 함께 기도할게요.
책이 안 팔리고, 정부도 출판계 지원을 거의 끊다시피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응원이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 힘이 나더라고요! :D
제가 더 많은 걸 얻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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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팀 '유희'의 김현우, 이나영, 권민정, 남도현 님, 함께 기념촬영!
(사진 허락해주셔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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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내내 빈 문서를 마주한 채
한 곡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보면
슬쩍 겁이 난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서
언젠가 지금의 즐거움을 잃어버릴까 봐.
어쩌면 이런 게 진정한 지망생의 마음이겠지.
지금 나는 두려워하면서도 뒷걸음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 윤혜은 <매일 쌓는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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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 더 시리즈 (넷플릭스)
오랜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시리즈 소개입니다. :)
어렸을 때부터 세계명작동화 중에서도 <기암성>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같은 어둡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 들었던 어린이는, 자라서 <리플리>를 보게 됩니다. ㅎㅎㅎ
맷 데이먼이 그렇게 연기를 잘했다는 영화 <리플리>(1999)를 보지 않았지만,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자신이 만든 허구의 세계에 빠져드는 증상'을 '리플리 증후군'이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8부작으로 만든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서 플레이를 눌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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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사기를 치며 먹고살던 주인공 리플리가, 이탈리아 남부 어딘가에서 한량처럼 살고 있는 부잣집 아들 리처드(애칭 '디키')를 만나러 갑니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1) 리플리가 똑똑한 머리로 자꾸만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는데 어디까지 성공할 것인가 2) 리플리를 의심하는 리처드의 애인 마지와 형사 라비니는 그의 정체를 눈치챌 것인가 3) 그런데 말입니다... 눈부신 풍광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 나폴리, 로마, 시칠리아 팔레르모, 베네치아 등등 정말 흑백으로만 보여줄 건가요.. (그럼에도 너무 아름답고 웅장한 씬들이 숨막혀요)
그리고 정말 한 가지 스포를 하자면... 살인은 힘든 것입니다... 예..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웃으면 안 되는데 웃픈 포인트가...! 카메라는 집요하게 한 순간도 생략하지 않고 살인 후 뒷처리를 보여줍니다. ㅋㅋ
1화는 이 작품의 독특한 호흡과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면, 2화부터는 끊기 어렵습니다. (이틀 만에 다 본 사람 여기요..!) 주말에 즐거웁게 보시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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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출간작 <작업자의 사전> 열혈 작업 중❤️
구구&해인 님이 함께 쓴 <작업자의 사전>. 조판을 마치고 첫 교정지가 나왔습니다.
설렘 반 기대 반! 작업자의 일에 관한 단어 100개, 그리고 두 분의 그간의 직업 히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에세이까지..! 알차고 알찬 책으로 여러분을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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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책마을 참가 소식
독립출판물, 아트북, 신생출판사가 함께하는 책마을로 '유유히'가 출동합니다. 올 도서전은 6월 26일(수)~30일(일)까지 열립니다.
책을 만드는 틈틈이 도서전 구상 및 기획을 하고 있답니다. ㅎㅎ
18년차 편집자인 에디터리도 단 한 번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사 자격으로 참여해본 적 없어서, 이번 기회가 새롭고 또 두근두근 하네요. ^^
구독자분들과도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눌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유유히 부스로 많이 놀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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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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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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