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옥을 구경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무늬 유리다. 홍건익 가옥도 올 때마다 살얼음을 닮은 무늬의 간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 역시 옛날 사진에 그대로 남아있다. 옛날 건물에 남아있는 무늬 유리를 보면 오월화, 모루, 모란, 구름모양 모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약 100년전 누군가가 장인 정신으로 만든, 그냥 유리가 아니라 공예품이다.
<서울 건축 여행, 김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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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하루를 돌아보면 머리가 띵해지는 복잡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비슷한 우선순위의 일들이 동시에 밀고 들어옵니다. 그런 일들을 쳐내다보면 어느새 밤 11시.
‘오늘은 할 만큼 했다. 아오, 피곤하구만…’ 이런 생각을 하며 모니터를 끄곤 하죠.
샤워를 하고 나와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일 생각이 가득합니다.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김예슬 작가님의 <서울 건축 여행>이란 책을 찾았습니다.
김예슬 작가님은 건축가는 아니지만, 일반인의 시선으로 건축물을 바라보는 글들이 꽤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서울에 있는 건축물을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경기도에 사는 저로선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 바로 가볼 수 있는 곳들이죠.
책을 읽다 보면 작가님과 함께 서울을 산책하며 건축물을 하나씩 둘러보는 기분이 듭니다. 하루에 몰아 읽지 않고 한 꼭지씩 읽고 자는데요. 책을 읽고 누우면 짧은 여행을 갔다 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물때 하나 없는 깨끗한 싱크대처럼 말끔해지는 느낌입니다(그래서 읽는 걸지도ㅋㅋ)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나도 한번 해볼까?'
그래 해보자! 마음 먹었고 지난 주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위트보이와 함께하는 서울 건축 여행
가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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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서울 건축 여행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경희궁 옆 서울역사박물관입니다. 이 건축물은 서울 힐튼 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 세계적인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입니다.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스 반데어로에라는 건축가를 알아야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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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Ludwig Mies Van der Ro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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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근현대 건축의 거장 네 명을 꼽자면 보통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리고 미스 반데어로에를 꼽습니다. ‘Less is more’라는 모토로 유리로 덮인 철골 구조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선도한 인물이죠. 대표작은 브론즈 커튼월이 근사한 시그램 빌딩입니다. 사진만 봐도 어떤 스타일인지 느낌이 오실 겁니다.
미스 반데어로에 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종성 건축가는 여러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 힐튼 호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K 서린빌딩도 그분의 작품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서울역사박물관을 소개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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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은 광화문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번잡한 광화문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어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가벼운 건축 여행이니 준비물도 간단합니다. 패딩 잠바 주머니에 리코 카메라 하나 스윽 넣어주고 출발합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 한 권을 사고요. 시끄러운 사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방금 전까지 광화문 한복판에 있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아, 이게 사직동의 매력이구나.'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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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에 도착하면 좌우 대칭의 아이보리 색깔의 석재 건물과 함께 단청 색깔의 H빔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철의 차가운 색이 아니라 단청의 붉은빛을 띠고 있어서 전체적인 외관의 인상이 경희궁의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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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들어가면 높은 로비 천장 아래 거대한 계단이 정면에 보입니다. 천창에서 자연광이 은은하게 내려옵니다. 계단은 양옆으로 갈라지며 위로 올라가 3층까지 이어집니다. 요즘 건물에서는 로비부터 계단이 보이는 구조를 보기 힘들죠. 높은 천장의 수직선과 계단의 수평선이 제가 서 있는 중심을 기준으로 교차합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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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면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이 있습니다. 누구나 앉아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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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디테일을 보면 요즘 보기 힘든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난간은 황동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깊어집니다. 반들반들 윤이 나면 그 모습이 참 멋집니다. 벽체는 트래버틴이 사용되었고, 바닥은 녹색대리석이 포인트로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이 재료들은 서울 힐튼 호텔에서도 사용된 재료들입니다.
이 계단 옆에 서 있으면 “아, 이런 게 클래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머금어 더 멋있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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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 계단 뒤편으로 중정이 보입니다. 카페도 있는데 여기 앉아 차 한 잔 하며 중정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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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여행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기는 저만의 꿀팁이 하나 있는데요. 여러분들께 소개해볼게요. 그건 바로 ‘좋은 비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창문과 벽의 비율. 앉아 있을 때 보이는 풍경과 서서 바라볼 때 보이는 풍경의 차이.
바닥 타일과 벽 타일의 비례.
낮은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천장이 탁 트인 공간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감각 등.
이 순간들을 천천히 느껴보는 거예요. 그리고 건축가가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그 건축물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단정하고 정확한 비례를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을 좋아하는데요.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좋아하는 곡을 모은 플레이리스트처럼 빌딩리스트가 생겼습니다 ㅎㅎ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굳이 분석하고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의 감각을 이럴 때 집중해서 맛보면 됩니다. 큰 돈 들여 먼 곳을 여행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충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비례로 만들어진 공간을 자주 보고 경험하다 보면 무뎌진 일상이 조금 더 풍성해질 거라 확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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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위트보이와 함께한 서울역사박물관 여행 어떠셨나요?
음.. 뭔가 처음 레터를 열었을 때와는 다른 얼굴인데요!
맞아요.. 건축 여행 은근 재밌죠?ㅋㅋ
근데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좀 더 가볼 곳이 많은데 이제 슬슬 일어나볼까요?
화장실 가실 분은 갔다 오시고
인증샷 찍으실 분은 편히 찍으시고 10분 뒤에 다음 장소로 이동할게요~
위트보이의 서울 건축 여행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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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과 김종성>
위에 쓴 서울역사박물관 글이 재밌으셨다면 <힐튼과 김종성>을 추천합니다.
힐튼호텔은 한국 사람이 지은 첫번째 대형 호텔입니다. 힐튼호텔을 그저 하나의 건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한국 건축이 한 단계 나아가는 발판 혹은 변곡점이 될만한 사건이었다는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힐튼호텔은 작년 5월부터 철거에 들어갔는데요.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유산이, 아름다운 건물이 철거된다는게 너무나도 아쉽네요. 그 아쉬운 마음을 이 책으로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소개
2022년 폐장한 힐튼 호텔에 관한 가장 생생한 기록
건설 당시 현장 소장, 시카고에서 설계 준비를 도운 담당자, 호텔 개관 당시의 매니저, 32년간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셰프, 동시대의 건축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키비스트(기록 보관 담당자) 등이 전하는 힐튼 호텔에 관한 입체적인 이야기. 공동 저자인 22년차 에디터가 만난 7명의 관계자들과 힐튼 호텔의 건축가 김종성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며 지식과 지혜를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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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가 나온 날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신문을 한 부 샀습니다.(생각해보니 종이 신문을 사본 게 정말 오랜만이더라고요)
한 장 한 장 넘기며 작가님을 찾다가 드디어 인터뷰가 실린 페이지를 발견했는데
순간 얼음🧊 “어… 이렇게 크게 나온다고?”
유유히 최초 가장 큰 지면 인터뷰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 만세!
본문 이미지가 무려 4페이지나 나오고, <이 땅에 ADHD로 태어나> 책 이미지도 또렷하게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30대에 받은 ADHD 진단은 오히려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내가 그동안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중략)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에는 자신의 ADHD를 설명하려다 상대방 역시 나름의 결핍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담겼다."
책을 만들 때는 늘 조용한 책상 위에서 시작되지만, 이렇게 세상 한가운데에서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을 보면 출판이라는 일이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새삼스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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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인터뷰
채널예스에 <이 땅에 ADHD로 태어나> 비스카차 작가님 인터뷰가 실렸어요! 유발봉과 비스카차의 셀카가 넘 귀엽쥬😍
Q. 제목이 하나의 문장이었다고요. ‘이 땅에 ADHD로 태어나… ADHD라는 걸 모를 수 없다’ 제목과 이 작품을 통해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요?
(비스카차) 어떤 시대, 어떤 지역에서는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회생활에 이렇게까지 크게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요. 마감을 못 지키고, 직장 내 암묵적인 분위기나 규칙을 알아차리기 힘들어하고, 일의 순서를 따르기 힘든 ADHD인들은 극도의 효율이 가장 중요한 환경에서 착 맞아떨어지는 부품이 될 수 없습니다. 고장난 것처럼 보이니 일이 돌아가지 않고 손이 부족한 상황이면 주변 사람들의 미움까지 받지요. 하지만 ‘애초에 사람을 부품처럼 쓰지 않는 세상이라면? 내가 ADHD인 게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건 모든 신경다양인한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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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도서전 탈락 But....! Last Card...!!
2024 책마을, 2025년 단독 부스로 참여했던 서울국제도서전에 아쉽게도 올해는 부스 모집에서 탈락을 했답니다(어...왜...뭐..!?). 참가 희망 출판사들이 늘면서 대형부스 경쟁도 어마어마했다고 하고요. 에디터리 짐작으로는 1개 부스 자리가 몇 개 없을 것 같고(작년엔 2->1개로, 3->2개로 줄이는 임기응변이 있었지만, 주변 출판사들 소식 들어보니 2개, 3개 부스는 신청한 대로 당첨되었더라고요) 그러니 1개 부스 신청 소형 출판사들은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하- 하- 하-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플랫폼P 연합부스로 참가하기로 했어요. 규모는 테이블 하나로 작아지지만,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합니다(플피 입주사라 다행이야 ;_;).
자세한 사항은 추후 정해지는 대로 이야기드릴게요.
그럼 올해도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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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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