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내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안과 - 내과 - 이비인후과 - 안과 를 다녀왔습니다. 시작은 환절기라 알레르기성 결막염이었는데, 안과 약을 먹다 위통이 와서 내과 약을 다시 며칠 먹어야 했고, 그러다 비 온 토요일 어느 날 '까짓것, 풋살 훈련을 멈출 수 없지' 하고 3시간 비를 맞았더니 감기가 찾아왔습니다(똑똑, 문 좀 열어보세요😈). 이번 감기는 목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일주일을 넘게 고생하고 드디어 열흘 만에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왼쪽 눈꺼풀이 벌겋게 부어오릅니다. 다래끼 당첨...!
이렇게 항생제를 달고 사는 게 맞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머리를 싸매고 있자니, 옆에서 위트보이가 이야기합니다.
“몸 아껴요. 이제 40대야. 예전처럼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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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5월 책 <작업자의 사전>과 6월 책 <엄마만의 방> 출간 준비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고 교정을 보고, 작가님들과 의논하고, 추가 원고 요청하고, 기다리고, 카피 짜고, 이 책의 독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위트보이와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표지 구상하고, 디자이너님과 의논하고 등등… 동시에 6월 말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틈틈이 기획하고(실행은 주로 위트보이) 준비하고 있습니다(머릿속에는 이미 풍성한 행사와 즐거운 만남이 한가득).
그러니까…… 바쁜 게 맞았습니다.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책을 만드는 일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늘 마음속에서 ‘일이야 늘 하는 거고, + 지금 내가 재밌어 하는 것(혹은 만남 혹은 운동)’을 더 찾았던 거죠.
아파봐야 비로소 멈추는 어리석은 사람 저를 이제야 제대로 쳐다봅니다.
아파도 이정도 아픈 건 별거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나에게,
마음부터 급해서 뭐든 허둥지둥 해치우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나에게,
워 - 워 - 좀 차분해지라고, 생각부터 하라고 자리에 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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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곧 출간할 원고를 볼 때마다 저 혼자 찌르르 전율이 옵니다. 이걸 어떻게 잘 만들어 팔 수 있을까 쉼없이 머리를 굴리게 되는데 말이에요. 😻
<작업자의 사전>의 시작은 작년 여름쯤, 코첼라를 다녀온 해인님을 상암동에서 만났을 때 이런 기획을 하고 있다 전해 들었었어요. ‘들불 커뮤니티’ 운영자 구구님과 의기투합해 언리밋에 나갈 건데, 두 분이서 일하면서 의아함이 들었던 단어들을 모아 각자의 정의를 써보기로 했다고요.
커피를 마시면서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기획 언리밋 이후에 저희 유유히에서 내면 어떨까요?”라고 던졌죠. 이렇게 일로 엮인다고…? 하던 해인님의 흔들리는 눈빛을 잊지 못해… (저희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을 느슨하게 격주로 함께하고 있는 동료이자, 이전에는 위트보이의 보틀샵 ‘위트위트’ 손님으로 만났었죠 ㅎㅎㅎ)
시간이 지나, 언리밋도 무사히 끝나고 구구님과 해인님과 같이 종로구 필운동 어느 카페에 마주 앉았습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의기투합을 했지요. 그리고 원고를 탈고하고 책 진행 중반부를 넘어가는 지금까지, 점점 더 자신이 붙습니다.
"이 재밌고 알찬 책을 끝까지 잘 만들자."
이런 소중한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 걸, 일하면서 내내 느끼고 있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제가 원하는 한 팀을 만들어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즐겁다고 이야기해요.
세상에 없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주는(그러면서 동시에 훌륭한 동료인) 작가님을 만나고, 책에 맞는 멋진 꼴을 만들어줄 새 디자이너님을 섭외하고(결과물을 보여줄 때마다 꺄오! 역시! 외쳐버린 사건), 이렇게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쌓아 책을 완성하는 시간이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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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방>은 또 어떻게요…
잊을 만하면 김그래 작가님 옆구리를 콕- 찌르던 편집자가 첫 출간 제안을 한 지 4년 만에 작가님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 대박 사건. ㅎㅎㅎㅎ
<투비컨티뉴드>에 연재가 올라오자마자 출간 제안을 했다가, 처음 미팅을 하고 조금 오래 기다리기로 했다가, 다시 올해 안에 내자고 작가님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던 날에 저는 심쿵할 수밖에 없었고요(이렇게 쓰고 보니 작가님.. 밀당의 귀재..).
원고를 펼칠 때마다 귀여운 작가님 캐릭터가 절 쳐다봐요. 자꾸 웃음이 나…
무엇이든 요청하면, 척척 내어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출간 진행도, 도서전 준비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믿고 맡기는 디자이너 송실장님과 쿵 하면 짝! 👏
작업 과정이 술술 풀리는 것도 신뢰하는 파트너 송실장님 덕분이고요.
마음을 포개고 함께 나아간다.
이 기쁨과 고마움으로 서로가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냅니다.
이게 유유히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곧 파티원을 모집하는 마음으로,
유유히의 신간들과 만날 시간을 마련해볼게요.
회색빛 사무실 안에만 있기 힘든 날들이죠?
틈틈이 햇빛 쬐고 바람 쐬며 즐겁고 신나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5월을 시작하시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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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든 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변덕스러운 시장 반응을 놓고 나중에 누가 옳았는지 따지는 게 의미 있을까? 우리는 성공하면 함께 성공하고 실패하면 함께 실패한다. 다만 그렇게 성공하거나 실패하기 전에 활발히 두 머리를 짜내어 후회없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한쪽에서는 이런 관계를 맺는 힘을 에디터십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다른 쪽에서는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296)
-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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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마음에 긴장을 풀어주는 책 <퉤퉤퉤> (황국영 지음)
책 제목을 보고 당황했나요? ㅎㅎ
황국영 작가님은 <데쓰오와 요시에>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된 건 이랑 작가님의 소개로, '매우 대중적인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해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이랑,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로 처음 작업을 했는데, 작가님의 깔끔하고도 프로다운 작업 스타일에 반했지요.
<퉤퉤퉤>는 매일 아침 '이런. 오늘도 변함없이 나로 눈떠 버렸네.' 하고 어쩔 수 없는 마음을 품으면서도 "현실의 나는 그저 내가 버틸 수 있을 만큼 일을 시키고, 내가 삐치지 않을 만큼 놀아주고, 내가 미소 지을 만큼 먹이고, 내가 성질내지 않을 만큼 재우며 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쁜" 사람의 일상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책 제목은 잡념이 마구 뻗어나갈 때, 사소한 일에 오래 허우적대지 않도록 외는 말이죠.
"퉤퉤퉤."
책에서 작가님은 자신을 꿈이나 목표가 없고,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야망 없는 사람으로 이야기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렇게나 자신을 잘 데리고 사는 법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니, 감탄을 하게 됩니다.
끌어주는 것이 없어 막연하기는 하지만 종용하는 것이 없으니 초조하지도 않다. 오히려 야망 없는 사람이 어디까지 잘 살 수 있나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로든 가겠지. 아무튼 살고는 있잖아. 일단 오늘부터 살고 나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되면 새로운 하루가 왔으니 일단 오늘을 살아내고 생각하자, 하고 반복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자는 사이에 또 새로운 오늘이 오기 때문에 평생 생각을 안 할 수 있다. 진짜 꿀팁. (p.30-31)
실패나 서툶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나를 응원하는 버릇을 들이길 잘했다. 이야, 근사하게 망쳤구먼. 그래도 어제랑 다른 사람이야. 넌 적어도 스스로 망쳐본 사람이잖아. 다음엔 그걸 하겠다고 덤비지 않겠지. 주제 파악을 했구나. 수확이 매우 커. (p.125)
덕질의 화원 옆에는 취미의 숲과 배움의 개울이 있어서 여행, 운동, 레저, 수집, 외국어 등 이런저런 풀을 심었다. 만족의 역치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인간이 이렇게 수많은 보조배터리를 달랑달랑 달고 다니닌 쉽게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침잠하는 감정이 나의 전력을 무섭게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급속 방전을 막을 방도를 찾지 못한 나는, 여러 곳에서 수시로 충전하며 나의 정원을 유지한다.
좀처럼 화가 가라앉지 않는 순간에도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샌가 욕 대신 기타 리프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올 때가 있다. 처질 때는 오래된 개그맨들의 만담이나 콩트를 보기도 하고, 싱숭생숭할 때는 책장에서 기분에 맞는 영화나 만화를 찾아 뒹굴뒹굴 보기도 한다. 비가 곱게 내리면 LP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안주를 차려 어울리는 술을 마시고, 바보가 된 기분이 될 때는 아무 시집이나 집어 들고 노려본다. 잡생각이 버거울 때는 방탈출 게임을 다운받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퍼즐을 맞춘다. (p.220-221)
직장에서 벗어나, 번역을 하고 일본어를 가르치고 의뢰받은 글을 쓰면서 오늘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 비상시에는 바닥에 누운 나를 데려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로 잘 달래서 다시 아침이 오면 '출발!'을 외칠 수 있는 사람.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날들 가운데 있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더라, 친한 친구 관찰하듯 골똘히 바라보는 데 꽤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책 속 작가님을 따라서 해보는 거죠.
"또 나로 눈을 떴군. 어쩔 수 없네. 아무튼 살아보자."
"퉤퉤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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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인용문을 편집자는 출처를 직접 확인, 대조합니다 ❤️
지난 화요일에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3시간 정도 보냈습니다. 우선 도서검색대에서 찾아야 할 책들을 하나씩 검색하고, 위치를 출력했지요.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찾아 뽑습니다(보물찾기 느낌 ㅎㅎ).
참고도서를 잔뜩 쌓아두고 아이패드를 켜고, 본문 속 작가님 인용구를 찾습니다. 전자책으로 읽어서 페이지가 정확하지 않을 때는 문장을 읽고 책 속 차례에서 어디쯤 있겠다 대략 짐작하고 그 페이지를 펼쳐, 대략 핵심 단어를 기준으로 빠르게 훑습니다(이것은 전적으로 요령과 감. 많이 해볼수록 한번에 찾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운 좋으면 바로 그 챕터에서 문장이 발견되고, 아니면 다시 처음부터 검색.. 비슷한 내용인데 여기가 아닌 거 같으면 앞부터 다시 읽고 그러다 구글링도 해보고.. 끝내 찾아내 쪽수를 교정지에 표시할 때의 쾌감! :)
편집자의 일에 이런 일도 있어요. '굳이' 애써 정보의 출처를 달아주는 마음.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쓰는 김지원 기자는 자신의 책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치 있는 정보에는 'Tag', 출처가 있다
이를 밝히는 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데, 첫째 독자에게 해당 정보가 원천 정보에서 먼지 가까운지에 대한 감각을 부여해 텍스트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독자가 원천 정보에 직접 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고, 둘째 텍스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인간 노동을 인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중략) 원천 정보 생산자에게 제대로 된 대가가 돌아가지 않고 모두가 누군가의 지식 생산 노동을 착취하려고만 하는 생태계는 결국 '물고기가 사라져버린 마른 연못' 같은 것이라서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나쁘다. 이를테면 원천 정보 생산자에게 별다른 대가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 높게 적당히 눈길만 끄는 자극적인 복붙 기사들이 '텍스트의 내재적 가치(신뢰도/영향력)'와 무관하게 단지 검색어에 의해 병렬적으로 튀어나오는 현재의 포털 생태계처럼 말이다. 과연 오늘날 이런 기사들 속에서 독자들은 공짜로 '정보의 홍수'를 누릴 수 있어 아주 행복한가? (p.77~79)
한 권의 책이 정보성을 갖고, 보다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리고 늘 이 작업을 할 때면, 참고도서가 도서관의 특정 서가 한쪽에서 많이 발견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요. ㅎㅎ 한편으로는 '저자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밌는 포인트도 된답니다. <작업자의 사전>도 저자의 취향처럼 이 서가의 어딘가에 꽂히겠군, 하고 곧 올 미래를 상상하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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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사랑> 고수리 작가님과 만났어요
별다른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겸 반짝이는 5월의 한낮에 마주 앉았습니다. :)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둘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한가로운 만남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밤 늦게까지, 일찍 일어나 새벽같이 해두고, 한낮의 여유를 마련했다는 사실. ㅎㅎㅎ
마당 있는 카페에 앉아 햇빛과 다른 서늘한 바람이 흔들고 가는 풀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간이 모처럼 좋았습니다. 첫 장편소설 집필에 힘을 쏟고 있는 고수리 작가님께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유유히도 늘 응원을 보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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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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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 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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